[목요칼럼] 공교육이 살아나지 않는 한 사교육비 경감은 불가능하다
[목요칼럼] 공교육이 살아나지 않는 한 사교육비 경감은 불가능하다
  • 승인 2023.06.28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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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형 객원논설위원, 행정학 박사

지난 26일 교육부는 수능에서 최상위층 학생들의 변별력을 가름하는 소위 킬러 문항이라고 불리고 있는 초고난도 문제는 출제에서 배제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사교육비 경감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정부가 사교육 경감 대책을 발표한 것은 지난 2014년 공교육정상화법 시행에 따른 선행교육 금지 등의 내용을 담은 '사교육 경감 및 공교육 정상화 대책'이 발표된 지 실로 9년 만이다. 그러나 이번 대책으로 사교육비가 획기적으로 경감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 같다. 왜냐하면 지난 2014년 사교육 경감 대책을 발표하였지만 현재 사교육비는 경감되기는 커녕 오히려 폭발적으로 증가하였기 때문이다. 또 이번 발표는 정해진 로드맵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라기보다는 교육부가 국정과제인 교육개혁을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가운데 대통령이 보고내용에 포함되어 있지 않았던 수능과 사교육 개혁을 주문하면서 등장한 사회적 이슈를 잠재우려는 조치로 부랴부랴 그 대책을 발표한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있다. 그 이유는 보고 과정에서 대통령이 수능 초고난이도 문제의 어이없음을 지적하며 지시한 '공정한 수능' 문제는 결국 교육부의 담당 국장이 교체되고, 수능 주관부서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원장이 사임하는 결과를 초래하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발표에서 수능에서 초고난이도 문제를 배제하고, '공정수능평가 자문위원회'나 '공정수능 출제 점검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소위 '공정한 수능' 관리 방안에 대한 것을 제외하고는 함께 발표한 유아나 초등 중등 수준에서의 경감 대책은 필자만의 생각인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되면 사교육비가 크게 경감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가슴에 와 닿지 않는다.

수능 초고난이도 문제와 함께 거론된 과도한 사교육비 문제는 교육의 결과가 필연적으로 노동시장에서의 임금과 근로조건 등에서 차이를 가져오는 현실을 고려할 때 공교육만으로 그들의 욕구를 충분히 채워주지 못하는 한 백약이 무효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는 그동안 과도한 사교육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각종 정책에도 불구하고 '교육정책에 변화를 가져오고 입시제도를 건들이면 건들일수록 사교육 시장은 더욱 활성화된다'라는 경험이 증명하고 있다. 즉 미취학아동에 대한 사교육 시장을 제외하고 교육부와 통계청의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즉 사교육비 규모가 지난 2007년 20조400억 원에서 지난해 25조9,538억 원으로 29.5% 증가한 것이다. 학생 수는 지속해서 줄어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교육비 시장은 오히려 커지고 있어 그동안 정부의 대책이 실효성이 없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공교육의 보완재인 사교육이 주객이 전도되어 공교육이 오히려 사교육의 보완재로 전락하게 된 가장 큰 책임은 교육정책 주관부처인 교육부에게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정부 수립 이후 역대 교육정책을 책임진 교육부장관의 평균 재임 기간은 1년을 조금 넘을 정도로 다른 부처의 장관들보다 현저히 짧다. 그리고 장관이 바뀔 때마다 어떤 형태로든 교육정책에 변화를 도모하였고 이는 결국 사교육의 활성화와 공교육의 붕괴를 가져오는 실마리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죽하면 '백년대계라는 교육' 현장에서는 '교육부가 없어져야 공교육이 살아난다.'라는 웃지 못 할 이야기가 회자될 지경에 이른 것이다.

부자들은 공교육에서 채워주지 못한 부분을 사교육을 통해 보충하면서 부를 세습하고, 가난한 사람들은 공교육만으로는 자신들의 능력을 제대로 키워나가지 못해 교육격차가 발생하게 된다. 이러한 교육격차는 결국 사회적 격차로 이어지는 양극화 발생 요인이 될 뿐 아니라, 과다한 사교육비 부담은 저출산 원인 중의 하나로까지 등장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에 논란이 야기된 수능에 있어서 아무리 시험에서의 변별력이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사교육 분야의 소위 일타 강사들의 도움 없이는 풀 수 없는 초고난이도 문제로 인해 사교육비가 늘어난다는 인식에 따라 이러한 문제의 출제를 지양하고 공교육 교과과정 내에서의 출제를 지시한 대통령의 지적은 지극히 당연한 것으로 이것이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어 매우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물론 초고난이도 문제를 배제할 경우 변별력을 위해 한 단계 낮은 고난이도 문제가 많이 출제되면 오히려 사교육이 늘어난다는 지적도 있지만 결과는 지켜볼 문제이다.

그러나 공교육이 활성화되지 않는 한 사교육 시장은 절대 줄어들지 않는다는 것은 철칙에 가까운 일이다. 만약 앞으로의 수능에서 고액의 사교육을 받지 않고, 공교육만으로도 고득점을 받는 경우가 많이 나온다면 사교육은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희망 사항이 되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그러므로 정부의 사교육 절감 대책은 무조건 공교육 활성화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예를 들어 지금처럼 모든 것을 평등에 초점을 맞춘 공교육은 결국 우수한 학생은 너무 쉬워서 열등한 학생은 어려워서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도 신중히 모색해볼 필요가 있다. 즉 공교육에서도 사교육처럼 학생들의 과목별 수준별 학습이 이루어질 수 있는 풍토가 마련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것이 차별이 아니라는 인식이 조성되어야 한다. 또한 교사들도 수업에만 전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사설학원에서 강의에만 전념하는 소위 일타 강사들은 자신의 수업을 보좌하는 여러 명의 보좌진을 두고 수업내용을 연구하고 분석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반면, 교사들은 수업과 더불어 각종 행정업무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공교육이 사교육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을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이와 함께 광역 단위 교육청에서는 중앙의 교육과정평가원과 같은 부서를 만들고 여기에서 유명 사설학원과 같이 교육과정 내의 각종 문제를 발굴하고 만들어 이를 교사들이 활용할 수 있게 하는 것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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