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활동 피로 해소책 찾기
편안한 분위기 인테리어 인기
전 세계를 휩쓸었던 쓰디쓴 맛의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이제는 ‘엔데믹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팬데믹 이후 생겨난 낯선 외래어들은 우리말로 한 번 더 명확히 이름이 붙여진다. 엔데믹은 얼핏 들으면, ‘코로나의 엔딩’으로 이해할 수도 있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그렇지는 않다. 엔데믹이란 어떤 감염병이 특정한 지역에서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을 가리키는 말로, ‘감염병 주기적 유행’이라고 이름 붙일 수 있겠다.
즉, 이제 일상이 되어 버린 감염병이 그리 특별하지 않은 감기와 같은 개념이 되었다는 것인데, 이로 인해 경제 및 문화적인 측면에서는 코로나의 여파가 계속되리라 보고 있다. 그 말은 곧 기업과 자영업자, 서민들의 매출 및 소비와도 직결된다는 것이다. 영국 맨체스터 경영대학원(MBS) 전략경영 명예교수 개리 데이비스(Gary Davies)는 “기술, 디자인, 직원이란 세가지 키워드에 관심을 기울이고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사람이 엔데믹 시대에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시말해, 시장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전략으로 승부수를 던져야 한다. 무릇 AI인공지능과 같이 시대 흐름에 맞춰 새로운 기술을 똑똑하게 잘 적용해야 하고, 가지고 있는 기술을 더욱 더 좋아 보이게 잘 포장하는 디자인브랜딩이 필요하며, 직원들로 하여금 이를 시스템화하는 조직이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21세기를 시작으로 완연한 ‘브랜딩의 시대’로 넘어왔으니, 디자인이 지닌 ‘기존 가치에 더 큰 가치를 더하는 순기능’은 이제 더욱 필수불가결해졌다.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사무실 대신 집에서 일하고, 헬스장 가는 대신 홈트레이닝 스트리밍하고, 교실이 아닌 모니터로 선생님을 만난다. 어쩌면 자유로움과 동시에 한 편으로는 각자의 방식으로 고립에 적응하는 생활을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직접 만지고 느끼는 촉각적 대면활동 보다는 비대면적인 시각적 인사이트에 보다 신뢰를 하게되는 비중이 높아졌다. 시각을 다루는 브랜딩디자이너, 그래픽디자이너들의 역할은 늘 그렇듯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익숙함을 잘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그 디자인의 의미와 가치, 고마움을 인지하게 된다.
그리하여 우리는 혼란스러운 시간의 여파들 마저 일상이 되어버린 지금, 엔데믹을 대하는 디자이너들의 묵묵한 행보에 보다 더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 중 하나가 ‘편안함과 안정감’을 주는 디자인이다. 저명도와 저체도의 컬러톤, 자연주의를 표방하는 ‘아웃도어’ 모티브를 활용해 부드럽고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빈도가 눈에 띄게 높아졌다. 친환경에 대한 소재는 늘 사랑받아 왔지만, 더구나 온라인상의 소통이 잦아지면서 가상 피로라고 불리는 ‘줌 피로(Zoom Fatigue)’에 기인한 것으로, 많은 시각적 데이터들을 다뤄야 하는 피로와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는 데 해결안을 찾은 무드이다.
심리방역
밝은색·위트 있는 콘텐츠 늘어
우울감 낮추고 기분 전환 도움
전체적으로 밝은 색감에 낙천적이고 위트있는 콘텐츠 소재를 사용한 디자인들 역시 ‘코로나블루에 대한 심리방역’을 위한 것이다. 컬러에는 사람의 심리를 변화시키는 에너지가 있다. 일상의 공간에서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화사하고 밝은 톤은 마음속 우울감을 덜어내고 기분좋은 분위기로 채우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된다.
이와는 대조적이지만, 한 편으로는 보다 자극적인 컬러와 이색적인 시각정보들로 일상의 경험들을 채워나가고자 하는 MZ세대의 감성기류들도 만연해졌다. 그 예로, 인스타그램은 월간 이용자가 10억명이 넘는 서비스로 성장했다. 인스타그램에 삶을 기록하는 모습은 자연스러운 대중문화로 자리잡았지만, 그 속에 담고 있는 콘텐츠들은 다소 과장되고 정제된 인위적인 시각정보들로 가득하다. 장기간의 무료함을 깨기 위해 과한 보정과 조작된 영상 혹은 사진미로 포화를 이루는 각종 sns들은 이제는 차고 넘쳐흘러 세련되고 아티컬한 감성이 되려 이색적이지 않게 느껴질 정도이다.
레트로 퓨처리즘 붐
과거에서 미래 바라보는 시각
현재 시각으로 재해석한 장르
비비드 색상·기하학 패턴 특징
가장 대표적인 예가 공간의 분위기를 변화시키는 인테리어이다. 비비드한 원색 컬러의 소품이나 벽면을 활용하여 화려한 레트로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이 주요 포인트이다. 진한 초록색의 거실 쇼파나 샛노랑색의 개나리컬러로 키친 붙박이장을 셋팅한다. 단, 주의할 점이 있다면 비비드한 원색컬러는 과도하게 사용하면 촌스럽고 난해할 수 있기 때문에, 적절히 잘 믹스 매칭하는 것이 관건이다. 또한, 미래지향적인 느낌과 복고풍 이미지가 모두 잘 느껴지는 메탈 소재로 레트로 퓨처리즘의 무드를 잘 표현할 수 있다. 밋밋하고 단조로웠던 공간의 벽면에는 기하학적인 패턴이나 초현실주의 그림을 걸어주는 형태로 소소한 포인트를 주어 미래지향적인 느낌을 연출할 수도 있다.
이처럼 디자인은 어쩌면 시대의 흐름보다 늘 한 발 앞서 사회전반적인 분위기를 형성하고, 사건의 기류를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역할을 묵묵히 하며, 다각화를 이뤄왔던 것이다. 오늘은 자주 가던 공간들이 주는 편안함과 일상의 단조로움을 다독여주는 이색적인 무드들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마음껏 즐겨보는 하루가 되어봐도 좋겠다.
류지희<디자이너·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