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끊어지고 무너진 날벼락
[대구논단] 끊어지고 무너진 날벼락
  • 승인 2023.07.17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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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열 대기자·전북대 초빙교수
비가 쏟아지기 전에 예보가 있긴 했지만 이처럼 많은 피해를 몰고 올 줄이야 누가 짐작이나 했을까. 이번에 내린 비는 다른 해와 달리 집중호우를 퍼부었다. 오죽하면 생전 들어보지 못한 ‘극한호우’라는 명칭을 기상청에서 지어냈을까. ‘극’(極)이라는 글자를 사용할 때는 마지막 또는 끝을 의미한다. 더 이상 없다는 말이다. 하늘에서 내리는 비를 극한으로 표현하는 기상청도 너무 엄청난 강우를 달리 표현하기 어려워서였을 것이다.

아무튼 이번에 내린 장맛비는 어느 한 지역만을 타격한 게 아니라 전국적으로 골고루 피해를 안겼다. 유난히도 산사태가 많이 발생한 것은 개발에만 힘을 쓰면서 산지관리에 소홀했던 것은 아닌지 살펴볼 일이다. 더구나 지하차도가 물에 잠기는 것은 해마다 되풀이되는 연중행사나 다름없는 일인데 이번에도 오송에서 일어난 사고는 조금만 신경을 썼더라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일이 아니겠는가.

승객을 태운 버스가 진입했다가 물에 잠겨 많은 인명피해를 낸 것은 참으로 막을 수 있었던 것을 막지 못한 인재로 생각된다. 서울지역은 현재 소강상태지만 다른 지역은 아직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홍수가 예보되어 있다. 경상도의 낙동강, 전라도의 영산강 섬진강, 충청도의 금강 등 모든 강물이 불어나 최고수위를 넘나들고 있어 한 숨도 못 쉬고 비상대기중이다. 소방대원들의 노고가 크지만 경찰을 비롯하여 모든 공무원들이 총동원되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자원봉사자들의 활동도 눈에 띈다. 다리가 끊어지고 산허리가 무너졌으니 오고갈 데 없는 이재민들은 동네 경로당이나 학교교실에서 밤샘을 하며 집에 돌아가기만을 염원하고 있다. 물에 잠겼더라도 허물어지지만 안 했으면 다시 수리라도 하겠지만 거센 물살에 휩쓸려 흔적도 보이지 않는 집들도 부지기수다.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빙하가 흘러내려 바닷물 수위가 상승하고 지층이 높아지면서 저지대는 물에 잠기게 된다. 엘리뇨나 라니냐 같은 기상 전문용어를 신문 방송에서 듣고 보면서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탄소배출을 하지 않도록 우리 스스로 노력해야 된다는 원칙론만 되뇌고 있는 실정이다. 이를 실천하는 방안으로 문재인정부는 탄소배출이 가장 적은 원자력 발전소를 폐쇄하고 태양광 발전과 풍력발전을 장려했다. 물론 제3의 에너지로서 훌륭한 발전을 할 수 있지만 막대한 설치비용과 환경파괴를 감행하는 것은 눈을 감았다. 태양광 발전의 기본인 패널도 값싼 중국제만 들여와 제대로 된 발전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전(前) 정부에서 시행한 정책은 모두 폐기하는 수순을 밟아 4대강보 까지도 해체를 결정했다. 가뭄에 대비하고 홍수를 가두는 역할에서 4대강보는 이번에도 제 할일을 충분히 해냈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문재인이 결정한 해체를 중단할 것으로 보인다.

아무튼 이번에 내린 비로 전국이 너무나 많고 넓은 지역에서 큰 홍수피해를 입었다. 소리 없이 내리는 비는 어쩌면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만든다. 모든 생명의 원천은 물이며 그 대종이 빗물이기 때문이다. 비가 와서 산천을 적셔야만 초목이 자라고 물고기가 자유롭게 헤엄친다. 비에 대한 우리말은 여러 가지다. 있으라고 이슬비요 가라고 가랑비다. 가뭄에 비는 단비(甘雨)요 장맛비는 폭우(暴雨)다. 사랑하는 남녀가 허리를 감싸 안고 주룩주룩 내리는 비를 맞으며 걸으면 사랑비다. 비를 주제로 한 노래도 많다. 노래에는 슬픔과 기쁨이 뒤섞여 있다. 이번에 내린 엄청난 폭우로 우리는 큰 피해를 입었지만 평소에 좀 더 예방책을 강구했어야 된다는 교훈도 줬다. 천재지변에 대비하는 것은 일상에서 ‘만일’을 경계하라는 최고의 경구다. 아무리 끊어지고 무너졌어도 국민 무두가 힘을 합쳐 굳세게 일어나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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