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다니던 곳도 겁나"…잇단 흉기난동에 커지는 불안감
"늘 다니던 곳도 겁나"…잇단 흉기난동에 커지는 불안감
  • 승인 2023.08.04 12:0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잇단 '살인예고'에 경비 강화…출근길 시민들도 긴장 역력
살인예고 장소목록 SNS 공유도…"혹시 모르니 일단 피하자"

2주 새 서울 관악구 신림역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인근에서 '무차별 흉기 난동' 사건이 연달아 벌어지자 시민들이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두 사건 모두 인적이 드문 시간대나 장소가 아닌 대낮과 퇴근 시간에 유동인구가 많고 일상적으로 오가던 지하철역 인근에서 일어났다는 점에서 이제는 사람이 붐비는 장소마저 경계하는 분위기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직장인 이모(31)씨는 "길을 걷는 것마저 안심하지 못하는 시대가 됐다"며 "사람이 가장 많은 출퇴근 시간대가 특히 걱정되는데 일하러 가지 않을 수는 없어서 불안하다. 오늘 출근길에 복대를 찰지 고민했다"고 4일 말했다.

전날 저녁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 발생 당시 마포구 합정역 부근에 있었다는 이씨는 "사람들이 '여기에는 없나?' 하면서 주위를 둘러보고 움츠러드는 게 느껴졌다"고 했다.

영등포구로 출근하는 직장인 구모(33)씨도 "원래는 인적이 드문 골목만 무서웠고 사람이 다니면 안심됐는데 이번 일을 계기로 오히려 사람 많은 곳이 더 무서워졌다"고 했다.

공포심이 확산하는 가운데 온라인에 살인 예고성 협박 글이 잇따르면서 '혹시 모르니 일단 피하자'는 분위기마저 생기고 있다.

트위터 등 SNS에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살인예고 게시물에 언급된 장소 목록도 빠르게 공유되고 있다.

전날 오후 7시께 "내일 아침 잠실역에서 20명 죽일 거다"라는 내용의 글이 올라온 송파구 잠실동 지하철 잠실역 일대는 이날 오전 삼엄한 경비 속에 시민들도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오전 7시50분께 잠실역 3, 4번 출구 앞에는 기동대 버스 1대, 소방차 1대, 구급대 1대 등이 배치됐고 경찰은 잠실역을 드나들며 순찰했다. 잠실역과 연결된 백화점도 폭발물탐지견을 배치하는 등 자체적으로 경비를 강화했다.

시민들은 경찰에게 "여기서도 흉기 사건이 있었느냐"고 물으며 주변을 둘러보기도 했다.

출근길 잠실역에서 만난 김모(26)씨는 "잠실역에도 살인 예고가 있었는지 몰랐는데 매우 불안하다"며 "주말에 잠실역 근처에서 친구를 만나기로 했는데 장소를 다시 고민해보려 한다"고 했다.

또 다른 살인예고 글에 언급된 강남구 도곡동 지하철 한티역에도 오전 8시께 지하철경찰대 경찰관 2명과 형사 5명이 순찰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직장인 김지원(22)씨는 "신림역 사건 이후 모방범죄가 많이 일어나는 것 같아서 두렵다"며 "단지 일상생활을 하는데 두려움을 가지고 살아가야 한다는 게 정상적인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직장인 박소영(31)씨도 "칼부림 사건이 많아 지하철에 함께 타는 사람이 괜히 신경 쓰인다. 눈빛만 이상해도 경계하고 피하게 된다"며 "밖에 돌아다니지 못할 것 같다"고 우려했다.

시민들은 주위 안부를 살피며 자체적으로 안전을 지킬 방안을 모색하기도 했다.

직장인 나모(30)씨는 "새벽에 살인 예고 글이 올라왔다는 소식을 접하고 한티역 인근에 사는 친언니에게 웬만하면 버스를 타고 지하철역은 조심하라고 전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친구들에게 지하철역은 피하고 호신용품이 없으면 책으로 배를 보호하며 다니라고 말하고 있다"고 했다.

SNS에는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했을 때 '오른손잡이가 많으니 몸 왼쪽부터 보호해라', '등을 돌리지 않고 도망쳐라' 등 대처법이 담긴 글도 여러 건 등장했다.

'흉기 난동 시 행동강령'이라는 제목으로 "가능한 한 빨리 뛰어 도망가라. 소지품은 버리고 탈출로를 찾아 대피한 후 112와 119에 신고하라. 탈출이 불가능한 경우 괴한이 보이지 못하는 곳으로 숨어야 한다"는 내용의 글도 트위터에 올라왔다. 이 글은 오전 11시 현재 2만3천명이 공유했고 1만1천명이 '좋아요'를 눌렀다. 연합뉴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