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MZ세대 경업락군,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소통형 조직문화
[대구논단] MZ세대 경업락군,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소통형 조직문화
  • 승인 2023.08.06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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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규 행복학교 교장·경영학 박사
불경기에도 안정적인 직업군으로 손꼽히던 공무원, 사표를 내고 공직을 떠나는 젊은 퇴직자가 지난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예상을 뛰어넘는 이탈 속도에 인사혁신처는 승진 필수 근무연수를 단축하고 고위직 지원 대상을 확대하는 등 대응책 마련으로 분주하다. 퇴직하는 젊은 공직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일반 대기업보다 연봉이 낮고, 때로는 상식을 뛰어넘는 끊이지 않는 악성 민원으로 ‘삶의 질’이 떨어진다는 이유이다. 자본주의 시대에 살기에 우리는 항상 시간 대비 에너지 투입의 효용을 생각하며, 더 여유로운 생활을 영위하려 한다.

그렇다면 안정적인 직장보다 개인의 시간과 소비를 즐기는 MZ 세대에게 연봉이 제일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해 볼 수도 있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고액 연봉과 비교적 정년이 보장되어 지금까지 이직률이 낮았던 금융권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8월 2일, KB금융·신한금융·하나금융·우리금융 등 4대 금융그룹이 발표한 ‘지속가능경영(ESG) 보고서’를 보면 이를 알 수 있다, 지난해 30세 미만 직원과 사원급의 자발적 이직률이 높아진 것이다. 자발적 이직이란 희망퇴직, 계약만료, 해고 등을 제외한 본인 희망으로 인한 이직을 의미한다.

KB금융의 경우 MZ 세대에 해당하는 30세 미만 직원의 자발적 이직률은 지난 2020년 1.3%에서 2022년 5.5%로 4배 이상 늘었다. 하나금융도 MZ 세대에 해당하는 행원(사원)의 자발적 이직률이 지난해 5.19%로 관리자급(3.26%), 책임자급(1.78%)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행원의 자발적 이직률은 2020년(0.1%), 2021년(0.4%) 대비 급증한 것도 눈에 띈다.

이처럼 30대 전후 젊은 세대들 움직임의 이유는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코로나19 엔데믹 후 채용시장이 다시 열리면서 움츠려있던 젊은이들이 워라벨을 외치면서 새로운 도전에 나선 것으로 생각된다. 그들이 생각하는 워라벨이란 무엇인가? 바로 ‘일(Work)과 삶(Life)의 균형(Balance)’이라는 뜻으로 어느 한 곳에 치우치지 않는, 즉 일만 하지 않는 삶을 뜻한다. IMF를 겪으면서 직업에 대한 소중함을 절실히 느끼던 기성세대와는 확연한 차이를 나타내는 신조어이다.

개인의 일보다는 항상 회사가 우선시 되었고, 근무시간과 퇴근시간의 경계도 모호했던 시절을 개발도상국의 시간이었다면, 지금 주 5일 근무와 유연근무제를 택하는 시대에 일하는 MZ 세대는 선진국 시대에 태어난 사람들이다. 코로나가 시작되기 직전에 입사한 그들은 회사문화에 적응하기도 전에 재택근무라는 환경에 오랜 시간 노출이 되었다. 사람은 환경의 동물이라 지난 몇 년간의 패턴에 익숙해져 있는 그들은 오히려 직장문화가 낯설게 느껴질 수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대학에서 가르쳤던 30대 초반 제자들에게 물어보았다. 그들은 스스로 정규직에서 나와 파트타임으로 일하기도 하고, 조직 내에서의 스트레스를 적게 받으며 자신이 하고 싶은 일들에 몰입하는 것이 행복하다고 하였다. 급여나 학자금과 같은 복지도 좋으면 좋겠지만, 10~20년 후를 위해서 오늘 내가 즐겁고 행복하지 않은 일을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들은 주도적으로 일하고 싶어했고, 누구의 지시에 따르는 것에 대하여 상당한 이질감을 느끼는 듯 보였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공기업과 사기업을 막론하고 젊은 세대들에게 유독 쉬운 퇴직과 이직에 대하여 한두 마디로 단정 지을 수도 없다. 또한, 그들에 대해 기성세대는 배타적 흑백의 논리로만 살펴서는 안 된다. 그들이 진실로 원하는 직장의 상을 그려보고 함께 만들어가는 것 또한 선배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없었던 재택근무를 경험한 MZ 세대가 원하는 것은 유연한 조직문화이다. 쉽게 말해 회사가 아닌 회사를 원하는 것이다. 나를 인정해주는 그리고 내 삶의 결과 공감대가 비슷한 조직에 있기를 원한다. 이에 대하여 생각해보면 예기 편에 나오는 말이 떠오른다.

경업락군 (敬業樂群). ‘일에 전념하면서 사람들과도 잘 어울려 지내다’.

젊은 세대들이 조직을 떠나지 않게 하려면 회사가 할 일은 놀이터 같은 문화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강압적이고 위계적인 분위기로 더는 존경의 마음으로 상사를 보지 않는다. 소통은 불통으로 만들어버린다. 마음껏 자신의 끼를 최대치로 올리고 동료와 잘 어울리는 분위기를 마련하는 것이 회사의 몫이며, 바람직한 리더의 모습이다.

기업이나 조직에서 젊은 층의 비중이 줄어들고, 50대 이상의 비중이 커지는 추세에서 미래 성장동력을 찾기란 쉽지 않다. 시간이 지나면 현재 구인난에 힘들어하는 기업들의 사정은 더 나아질 수 있겠지만, 서로를 이해하는 문화, 함께 다가서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간 속에서 우리는 살아가고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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