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칼럼] 사과할 줄 모르는, 나에게 관대하고 남에게 엄격한 사람들
[의료칼럼] 사과할 줄 모르는, 나에게 관대하고 남에게 엄격한 사람들
  • 승인 2023.08.06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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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곤 대구시의사회 의무이사, 율하연합가정의학과의원 원장
최근 서이초 교사 사망사건으로 연일 무너진 교권과 갑질 학부모들의 문제로 시끄러운 와중에 인기웹툰작가 주호민씨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여러 기사들에서도 언급되고 있다.

주호민 작가의 대표작 신과함께를 웹툰으로 재미있게 봤었고 영화로 개봉한 뒤에도 챙겨 본 사람으로서 대체 무슨 일인가 알아본 뒤 사건에 대한 개인적인 아쉬움과 그릇된 우리 사회의 분위기에 씁씁함을 느꼈다.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을 정리해보면 주호민씨 부부는 자폐가 있는 아들을 특수학교가 아닌 일반초등학교로 진학 시켰고 아이는 입학 후 몸집이 작은 여자아이들을 대상으로 뺨을 때리기, 머리 뒤로 젖히기, 신체접촉 등을 해왔으며 22년 9월 평소 때리고 괴롭히던 한 여자아이 앞에서 바지와 속옷을 내리고 자기 성기를 노출하는 일이 벌어졌고 여자아이는 등교를 거부할 정도로 큰 충격을 받았다.

피해아동 부모는 가해아동의 강제전학이나 분리조치를 요구하였고 코로나병가 중이던 담임교사를 대신하여 특수학급의 담임선생님이 사고수습을 맡아 자폐가 있는 아이가 최대한 피해 받지 않게 배려하며 중재했고 전교생이 성교육을 받고 가해아동이 한동안 특수교육만 받으며 일반학급 통합수업에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사건은 일단락되었다.

그뒤로 주호민씨 부부는 아들이 불안증세를 보인다며 등교하는 아이에게 몰래 녹음기를 들려보냈고 이후 사건을 해결했던 특수교사가 수업 중 아이에게 정서적 학대를 했다고 주장하며 교사와 면담을 통한 사실 확인은 생략한 채 고소를 진행했고 해당교사는 직위해제 되어 현재까지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특수교사는 20년간 몸담은 직업을 잃을 수도 있는 상황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고민하고 정신과 치료를 받는 등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으며 평소 존경받는 교사였기에 다른 학부모들과 동료교사들이 탄원서를 모아 제출하면서 도움을 주기위해 애썼고 이번 서이초 사건과 맞물려 관심이 모아지면서 사건이 수면위로 떠오르게 되었다.

주호민씨 측이 제출한 해당교사의 녹음 된 발언을 보면 일대일 수업을 하며 아이를 다그치고 몰아붙이는 듯 느껴지지만 녹취록 전문을 듣고 분석한 뒤 의견서를 제출한 33년 경력의 특수교육 권위자 류재연 교수는 아동학대로 볼 만한 발언은 전혀 없으며 제출 된 발언은 앞 뒤 맥락 없이 다른 시간, 상황에서의 부정적인 표현들은 연달아 이야기 한 것처럼 편집한 것이라고 하였다.

주호민씨는 입장문에서 본인들은 피해자이고 아들을 위해 다른 선택이 없었던 것처럼 말했으나 일부 거짓내용들과 본인 주장과 상반되는 과거 행동들이 하나둘 밝혀져 대중들의 비난과 광고, 방송등에서도 피해를 입고 있으며 최근에서야 본인이 성급하게 행동했다며 잘못을 인정했다.

이 사건을 접하며 가장 안타까웠던 점은 아동학대라고 생각되지 않는데도 특수교사가 재판정에 서게 된 이유인데 조사 당시 검사가 ‘수업 도중에 왜 짜증 섞인 말을 하고 한숨을 쉬었나요?’라고 하자 ‘제가 더 참았어야 하는데 평정심을 잃었다’라고 하여 혐의가 인정되었다고 한다.

인간은 사회적 생물이다. 좋든 싫든 다른 이들과 관계를 맺고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 묻지마 폭행 같은 특수한 일이 아닌 이상 다툼이 일어났을 때 한쪽이 일방적인 잘못을 하여도 양심적인, 혹은 인격적으로 성숙한 사람은 결과에 영향을 준 본인의 말과 행동을 돌아보고 반성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선량하고 바람직한 태도가 법 앞에 설 때면 스스로를 파괴할 수 있는 매우 어리석은 짓이 되고 뻔뻔하고 염치없게 행동하는 것이 현명해 보이는 게 현재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최근 필자는 신규전공의가 없다면 2024년 대구광역시에는 소아청소년과 전공의가 한사람도 없을 거라는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다. 가르치고 이끌어 줄 윗년차 전공의가 없으면 전공의 지원율은 더 떨어지게 되는데 당장은 느껴지지 않지만 이 악순환의 수레바퀴가 굴러가는 끝엔 얼마나 큰 고통과 슬픔이 기다리고 있을지 짐작할 수도 없다. 2015년 필자가 전공의 지원을 할 때만해도 소아청소년과는 지원경쟁을 해야 할 정도였는데 2018년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건 당시 증거인멸, 도주 우려가 전혀 없는 소아청소년과 교수의 법정구속을 기점으로 한국의 소아청소년과는 급격히 몰락하고 있다.

잘못된 정책과 판결을 떠올리고 접할 때면 항상 관련된 정치인, 법조인분들께 묻고 싶다. 본인의 결정으로 피해를 본 사람들에게 미안하고 사과할 마음이 있는지.

앞으로는 큰 책임이 따르는 자리에 있는 사람일수록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모범을 보이고 존경받는 바르고 건강한 사회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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