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사랑이 선생님
[대구논단] 사랑이 선생님
  • 승인 2023.08.10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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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환 전 경산시교육장
사랑이 선생님은 Y시의 학교에 근무하신다.

선생님은 지난 3월에 이 학교에 처음 오신 새내기 선생님이다. 1남 1녀의 가정에서 태어나 공부 잘하고 예의가 발라 꾸중 한 번 듣지 않고 온실에서 곱게 자랐다. 아이들을 처음 만난 선생님은 열과 성을 다하였다.

선생님이 가르치는 반에는 A군이 있다. A군은 활동적이라 수업 시간에도 엉덩이를 의자에 붙이지를 않고 엉덩이를 반쯤 들고 수업 중에 다른 이야기를 하거나 아이들에게 장난을 걸었다. 그때마다 주의 시켰지만 마이동풍이다. A군의 행동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심해져서 수업 중에 돌아다니고, 괴성을 지르고, 이 아이 저 아이 학용품을 뺏거나 시비를 걸었다. 선생님은 A군의 어머니에게 전화하였다. 아무 소용이 없었다. 오히려 어머니가 한 수 위다. ‘집에서는 그러지 않는다. 부모의 말을 잘 듣는 온순한 아이다’ 그러다 서서히 갑질을 하는 부모로 변해 갔다. 선생님에게 시도 때도 없이 전화하였다. ‘선생님의 애들 캐어에 문제가 있다. 애들은 장난을 치며 크는 것이 아니냐’ 그러다 자기 말에 흥분하여 ‘대학 공부를 옳게 하였느냐? 교사 자격에 문제가 있다’ 욕설 조의 이야기도 거침없다.

그러던 중 A군 때문에 학급에서 난리가 났다. 울고 있는 아이, 손으로 얼굴을 감싼 아이, 교실은 초상집이 되었다. 선생님이 달려가 보니 희한한 장면이 교실에서 연출되었다. A군이 바지를 내려 고추를 내어놓고 있었다. 온실에서 곱게 자란 선생님은 생전 처음 보는 모습에 어쩔 줄을 몰랐다. 옆 반 부장 선생님이 와서 사태를 수습하였다.

전화 연락을 받은 A군 부모가 학교에 왔다. 그들은 사과하거나 미안해하지 않고 오히려 씩씩거리며 협박조로 아무 말이나 내뱉었다. A군의 아버지는 무척 난폭하였다. ‘선생님은 우리 아이에 대해 편견을 하고 있다. 착한 아이가 이렇게 된 책임을 져라’ 어디서 주워들었는지 교육학도 들먹였다. ‘프로이트가 어떻고, 성적 발달 단계 특성의 하나이다. 원만하게 처리하여라’ A의 아버지는 문신이 새겨진 팔로 아이를 감싸 안고 집으로 가버렸다. 그 후 전화는 더욱 강한 어투의 위협적이었다. 건달 세계의 용어와 억양으로 선생님을 불안에 떨게 하였다. 연약한 온실 속의 화초는 모진 비바람 앞에 서 있었다.

그 후한달 정도 지났다. 대형 사고가 터졌다. 돌봄 시간이다. 돌봄 교실은 아이들이 누워서 활동할 수 있도록 매트가 깔려있다. A는 매트에 누워 있었다. 이때 B여학생이 지나갔다. A는 순간적으로 팔을 뻗쳐 B여학생의 소중한 곳을 만졌다. 놀란 여학생은 울면서 집에 달려갔다. 선생님은 A를 불렀다. 말썽꾸러기 A이지만 큰일이 벌어진 것을 아는지 순순히 자백하였다. 잘못을 모두 인정하였다. 울면서 용서를 빌었다. 이튿날이다. B 여학생의 부모가 학교에 왔다. ‘A를 다른 학교로 전학시켜라’ 선생님은 완전 죄인이 되었다. 교육청의 ‘학교폭력심의위원회’에 넘겨지면 죄가 있든 없든 해임 처리된다는 선배의 말이 생각났다. A의 부모에게 사과를 요구하였지만 요지부동이다. 학교 폭력 진상조사위원회에서 A학생 부모는 전학을 완강히 거부하였다. ‘A가 고의로 한 짓이 아니라 누워서 손을 들고 있는데 우연히 스친 것이다’ 이제 A도 진술을 번복하고 우연이라 했다. A의 부모는 A의 정당성을 거세게 몰아부쳤다. A의 부모의 험한 문신과 저급한 언어와 험한 인상은 교권을 참담하게 하였다. A의 부모가 학교폭력심의위원회에 넘기자고 했다. B의 부모는 생각이 깊어졌다. ‘딸이다. 그렇게 되면 알게 모르게 시 전체에 알려진다’ 득이 없을 것 같았다. B의 부모는 딸아이를 위해 양보하였다. B가 다른 학교로 전학 가기로 하였다. 그 후 반의 여학생 전원이 A가 두려워 다른 학교로 하나, 둘, 모두 전학하였다. 충격을 받은 선생님도 휴직계를 내었다. 이것이 2023년 교권 현장이다.

교권은 2010년 경기도와 서울 등지에서 학생인권조례가 통과되어 학생과 학부모의 권리가 학교 사회를 독점하고 교사의 권리가 줄어들어 교권이 빠르게 추락하였다.

교사는 학부모의 악성 민원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 5년간 교사가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 고발당한 사례가 무려 1,252건에 달한다. 교사 10명 중 9명이 아동학대로 신고당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학생이 선생님에게 난폭한 행위를 하여도, 수업 방해를 하여도, 학교에서 친구를 때려도, 어쩔 수 없다는 것을 학부모도 알고 학생도 알고 있다. 심지어 학부모는 교권’은 법적 용어가 아닌 것도 알고 있다. 그래서 학부모는 선생님을 우습게 알고 있고, 비밀 녹음기로 감시까지 하고 있다.

교원의 직업관에 성직자 설과 노동자 설이 있다. 이제는 교원 모두 성직자

설에 미련 두지 말고 노동자 설을 받아들일 때가 되었다. 모든 교원단체에서 는 교사를 근로자로 인정하고 기존 노동관계법으로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교사는 고객의 폭언, 폭행, 그 밖에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유발하는 행위에서 보호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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