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디자인 기행] 대구色 담은 수제 맥주...지역 문화·역사 녹인 로컬맥주, 안주는 ‘자부심’
[일상 속 디자인 기행] 대구色 담은 수제 맥주...지역 문화·역사 녹인 로컬맥주, 안주는 ‘자부심’
  • 류지희
  • 승인 2023.08.10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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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제 맥주 브랜드 ‘대구맥주’
별밤 모티브 ‘별별맥주’ 출시
매장엔 은하수 그래픽 한가득
푸른색 조명으로 우주 분위기
달뜨는 마을 담은 ‘월촌맥주’
보름달에 현대인 애환 담아
 
수제맥주
지역의 특색과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하는 문구의 로컬 브랜드 수제 맥주 홍보 포스터.

지난 7월 21일 금요일 밤, 대구맥주가 대중들 앞에 첫 모습을 드러냈다. 월촌직영점 2층, 어둠이 내리면 반짝 반짝 바쁘게 움직이는 자동차들의 불빛으로 멋스러운 야경이 만들어지는 이 곳에 빈 틈없이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첫날부터 시원한 맥주를 찾는 동네 사람들로 인기다. 누가 뭐래도 여름밤엔 탁 트인 통유리창 전망을 바라보며 시원한 맥주 한 잔이 제격이니까. 게다가 밤하늘을 수놓은 별들이 내 머리 위로 내려앉은 듯한 황홀함을 느낄 수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

대구맥주는 대구지역을 상징하는 프리미엄 수제 맥주 브랜드로, 계열브랜드인 ‘별별맥주’를 월촌점에 첫 브랜딩 출시하였다. 산으로 둘러싸인 아늑하고 정겨운 분지도시, 살기좋은 도시 대구가 담고 있는 별밤을 모티브로 ‘별별맥주’가 탄생하였다. 별별맥주의 브랜딩을 진행중인 브랜딩전문회사 디자인류는 “우주의 시점에서 대구를 내려다 본다면 대구는 밤하늘의 무수한 별들을 가득 담아내고 있는 큰 그릇과도 같이 보일 것이다”라고 브랜드 스토리를 설명했다. 그러한 모습을 상상하며 맥주를 한 잔, 두 잔 들이켜고 있노라면, 마치 영롱한 별무리들이 내 입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 같은 신비로운 청량감을 느낄 수 있도록 의도하였다.
 

다시-대구맥주달서월촌
대구의 특색을 담아 역사와 현재의 문화적 동질감을 느낄 수 있게 디자인된 로컬 브랜드 수제 맥주들.

“맥주에 우주를 담다”라는 브랜드 슬로건이 별별맥주가 대구를 품는 광활한 세계관이다. 오각형 속에 가득 별은 품은 형상의 로고 아이덴티티(BI)가 상징적으로 이를 표현하고 있다. 월촌점은 들어서는 순간 푸른 조명과 은하수들이 유영하는 듯한 별무리 그래픽들이 감성을 자극한다. ‘별’을 테마로 한 조명등을 비롯한 각종 포스터들과 플레이팅 접시들까지 우주 속으로 들어온 듯한 공간 브랜딩이 명확하게 되어있다. 거기에 수제 느낌을 한껏 살려주는 오크통이 의자로 배치되어 있고, 수제 맥주 공장의 이미지들이 왠지 모르게 맥주의 맛을 한 층 더 업 시켜준다. 비슷비슷하게 모던하고 트렌디한 요즘 대형 프랜차이즈들과는 차별화된 모습이다. 클래식한 수제 감성에 낭만적인 별의 모습을 담아 동네 사랑방처럼 시간가는 줄 모르고 편안하게 앉아있게 된다. 반면, 현재 준비 중인 남산 본점의 경우는 동일한 콘셉트 내에서 2030세대 젊은 층을 공략한 좀 더 핫한 인테리어와 트랜디한 브랜딩으로 좀 더 차별점을 둘 예정이다.

 

소비 경향 ‘희소성·경험·연결’
로컬 브랜드의 가능성 재조명
입 안 퍼지는 감귤향 ‘제주맥주’
양조장엔 월 평균 8천여명 방문
여유로운 삶 원하는 소비자 증가
자연·친근한 먹거리 연결 호응


이처럼 조금은 차갑고 체계화된 대형 브랜드들의 틈을 비집고 따스한 인간미를 담은 지역색 짙은 로컬 브랜드들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작년 서울디자인페스티벌과 올해 부산디자인 위크에서도 지역의 특산품이나 지역을 고유한 특성을 담아낸 작은 신생 브랜드들이 눈여겨 볼만했다. 일반적인 소비 트렌드가 점점 희소성, 경험, 연결 등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한 가치를 중요시 여김을 비추어 볼 때, 이러한 지역색을 담은 작은 브랜드들의 신박함과 무한한 가능성이 재조명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예로부터 술맛은 지역색에 따라 독특한 멋과 향이 깃든다고 했다. 전 세계인이 누구나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는 맥주시장이야말로 지역의 특성을 잘 담아낼 수 있는 아이템 중 하나이지 않을까.

매년 뜨거운 여름이면 돌아오는 대구의 대표 페스티벌, ‘치맥축제’ 역시 치킨의 본 고장인 대구만의 특수성을 담아낸 세계적인 축제로 발을 뻗어나가고 있다. 오는 8월 말에서 9월 초 치맥 축제에서 대구맥주와 별별맥주가 공식 첫발을 내딛는다. 이제 치킨에 이에 프리미엄 수제 맥주인 대구맥주까지 콜라보 하게 된다면 대구가 진정한 치킨과 맥주의 고장으로 로컬 브랜딩 되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대구 사람이라면 치킨데이를 누구보다 더 기꺼이 즐길 필요가 있지 않은가!

몇 해 전부터 세계적으로 먼저 인기를 끌고 있는 제주맥주의 경우, 제주도 지형적 특성을 아이콘화 한 로고와 아이덴티티 디자인을 앞세워 입안 가득 퍼지는 감귤 향으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월평균 8천여 명이 방문하는 양조장 투어를 통해 단순한 맥주가 아닌, 제주도의 문화를 체험하는 프로그램으로까지 연계되어 있다. 제주맥주가 성공적인 로컬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풍요로운 자연 속에서 더 여유로운 삶을 살기 바라는 소비자들의 의식 변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지역의 문화와 자연을 친근한 먹거리 상품으로 연결시켜 세계화하는 일은 더 이상 낯선 이야기가 아니게 되었다.

대구맥주에서도 지역색과 랜드마크를 담은 별별맥주를 비롯해 달서맥주, 월촌맥주를 캔맥주로 이어서 출시하고 있다. 특히, 대구맥주의 시발점이 되는 월촌을 ‘달이 뜨는 마을’로 표현하여 월촌의 역사와 현대를 아우를 수 있는 감성적인 디자인을 개발하였다. 도심 속에서 빛 나는 큰 달덩이에 현대인들의 애환을 담아내었다. 퇴근길 밤 하늘에 밝은 달을 보며 맥 주 한 모금에 하루의 피로를 덜고, 동네의 시시콜콜한 사람 사는 냄새를 느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녹아들었다. 우리 동네의 역사를 마시고 문화를 향유하는 일, 맥주 한 잔으로도 충분히 할 수 있다.

맥주시장이 대형 브랜드들로 이미 포화상태이고, 수제 맥주 시장이 일각에서는 일반 생맥주에 비해 접근성이 높다고도 하지만, 내 고장 내 지역 사람들과 살 부대끼며 마시는 지역 맥주만의 손맛과 감성은 또 다르다. 깊은 곳에서부터 단단하게 차오르는 동질감을 안주 삼아 찾게 될 것이다. 개인화가 심해지고 지역색이 흐려지는 현대사회에서 로컬 브랜드의 힘은 그래도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동질감’에 있는 것 아닐까.

‘대구 사람, 대구 맥주’ 문구 한 마디에, 대구 사람으로서 대구 맥주를 사랑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 대구맥주 전성욱 대표는 말한다.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
 

 
류지희 <디자이너·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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