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갈 곳 없는 꼰대 아버지와 젊은 세대
[대구논단] 갈 곳 없는 꼰대 아버지와 젊은 세대
  • 승인 2023.08.15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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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덕호 대구대학교 교수
기원전 551년에 태어난 공자는 사람이 태어나서 다섯 수레의 책을 읽어야 한다고 설파하였다. 공자 시대의 책은 죽간(竹簡)으로 한쪽에 대체로 여덟 자로 간주하면 공자가 평생 읽은 총글자 수보다 현대인들이 방송, 신문, 서적 등을 통해 하루에 습득하는 글자의 수가 훨씬 더 많을 것이다. 그렇다면 공자나 부처님 혹은 예수보다 현대 사람들이 더 지혜로운가? 기술 문명은 공자 시대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난 발전을 이루었는데 그 다양한 지식을 습득하고도 왜 사람 됨됨이는 그렇게 발전하지 못했는가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도올 김용옥 교수는 주역(周易) 강의에서 삶의 핵심을 밥, 잠, 똥이라고 명쾌하게 규정하고 있다. 그렇지만 현대화, 서구화, 산업화과정을 거치면서 밥을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 잠은 어떻게 자는지, 똥은 어떻게 잘 누어야 하는지 삶의 근본에 대한 교육이 완전히 무너졌다. 공자 시대의 교육철학은 어떻게 인간이 되는가를 배우는 것(learning to be human)이었다면, 현대사회는 함께 살아갈 방안에 대해 교육은 하지 않고 어떻게 남보다 많은 전문지식을 획득하여 경쟁력 있는 사람(learning to be competitive person)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해서 가르치고 있다.

전국의 고3 학생들을 수능시험이라는 굴레 속에 넣어서 순위를 정하는 희한한 제도를 만들어 사람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동물보다 못한 탐욕의 인간을 만드는데 학부모와 교육 당국자가 혈안이 되어있다. 한마디로 말하면 교육기술은 끊임없이 발전하였지만, 사람 교육을 기반으로 하는 교육철학은 계속해서 쇠퇴의 길로 왔다.

그렇다면 경쟁의 끝은 어디일까? 학교 교실은 사람을 만드는 곳이 아니라 끊임없는 경쟁상태로 몰면서 악마를 키워나가는 곳으로 바뀌고 있으며, 치열한 경쟁으로 지역간, 세대 간, 남녀 간 수많은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 더욱 문제는 선생님의 지도에 항의하여 초등학생이 선생님을 구타하고 그것도 모자라 학부모가 학교에 찾아와서 난동을 부려 선생님이 자살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것은 단순한 사건이 아니며 우리나라 교육계에 널리 퍼져 있는 현실로 빙산의 일각일 따름이다. 이쯤 되면 우리의 삶이 동물보다 못한 탐욕의 인간을 만드는 세상으로 변해가는 데 이바지하고 있는 꼴이다. 어떤 동물도 배가 부르면 더는 먹지 않는다. 그렇지만 인간은 만족할 줄 모르고 끊임없이 자신의 탐욕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변해가고 있으며, 학교 교육은 점차 무너지고 끊임없이 경쟁을 부추기는 사교육 천국이 되었다.

특히 우리나라는 1960년대 절대 빈곤의 국가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세계 7대 경제 대국으로 올라섰다. 참으로 자랑스럽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전후 베이비 붐 세대들이 밤낮없이 일하면서 엄청난 물질적인 풍요를 이룩하였다. 다른 한편, 이와 같은 물질적인 풍요는 정신적인 빈곤을 초래하였고, 전후 베이비부머는 일만 할 줄 알았지 어떻게 쉬어야 하는지 모르고 별다른 대책 없이 세월에 떠밀려 은퇴하게 되었다. 준비 없이 사회에서 내동댕이쳐진 상태로 들로 산으로 각종 취미활동으로 정신적인 공허를 채우기 위해 노력하지만, 엄청난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행복하지 않은 사회를 만들고 말았다. 더욱 문제는 우리 사회는 이기심의 추구가 도를 넘어 자신의 행복을 위해 자식을 낳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다. 천지 만물이 세상에 존재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자식을 낳아 다음 세대로 연결하는 것 즉 영원(永遠)인데 어떻게 하여 삶의 근본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세상을 만들어 버렸는지 안타깝고 답답하다.

기술 문명이 급격히 발전하고 정보화가 심화하면서 아버지는 집안의 어른이 아니라 ‘꼰대’로 전락하고 있으며, 사회에서는 노인들이 존경과 관심의 대상이 아니라 사회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세대로 변해 세대 간의 갈등이 점차 심화하고 있다. 다시 한번 586세대의 발심을 촉구한다. 이제 일 혹은 공부(工夫)는 그만하고 묻는 것을 배우는 학문(學問)을 하여야 한다. 세상은 빛의 속도로 변해가고 있어서 이를 쫓아가기 위해서는 주저하지 말고 청년 혹은 자녀들에게 끊임없이 물어야 한다. 그렇게 하면 부모와 자식 간 혹은 세대 간의 소통은 저절로 될 것이다. 이제 정보기술 분야는 청년들이 노인을 가르치는 세상으로 바뀌었다는 것을 명심하고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한다. 그래야만 꼰대 아버지에서 어른으로 거듭날 수 있으며, 어른은 청년들에게 인간 됨을 가르치고 청년들은 어른들에게 정보기술을 가르쳐서 함께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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