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불통에서 소통으로
[대구논단] 불통에서 소통으로
  • 승인 2023.08.17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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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원 달서구청소년문화의집 관장
어느덧 각 급 학교는 여름방학이 끝나고 2학기를 맞이하였다. 펜데믹 상황이 끝나고 청소년들의 학교생활도 점차 안정을 찾아가는 듯하다. 모든 것이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 같지만 팬데믹 상황에서 겪었던 일들은 청소년들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다.

오죽하면 우리는 이들을 이전과는 다른 특별한 경험을 한 코로나 세대라고 부르며 다른 세대와 차별화된 행동패턴을 연구하기도 한다. 특히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무차별 난동 사건은 우리사회에 충격을 안겨줬는데, 이런 일들을 이웃나라 일본은 20년 전부터 겪었다고 하지만 우리에게는 가히 충격적이라 아니할 수 없다.

또한 우리의 경우는 일본과는 다른 행태를 엿볼 수 있는데, 이른바 ‘살인예고’ 글의 작성자 중 거의 절반이 10대 청소년이라는 것이다. 청년층은 무차별 난동사건을 사회적 고립, 경제적 불안과 더불어 심리적인 문제를 동반한 냉소적인 사회문제로 인식하지만 청소년들은 마치 이를 놀이의 일종인 ‘밈’처럼 인식하는 것 같아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가상현실에서의 행동처럼 현실과 가상을 구분하지 못하며 마치 롤(Roll)게임을 하듯이 온라인상에서 서로 관심과 주목받기를 원하는 것 같기도 하다. 이런 현상이 팬데믹 상황의 여파일수도 있지만 이런 청소년들을 이해하기는 무척 어렵다. 어쩌면 우리가 청소년을 잘 안다는 것은 착각일수도 있다.

자녀가 아동기에서 청소년기로 특히 사춘기로 접어들면 부모님들의 공통된 주제가 있다. 아이하고 말이 안 통한다는 것인데 이런 상황을 자연스런 현상으로 받아들이고 사춘기라서 그렇다고 치부해 버린다. 또한 이런 상황은 각 가정마다 보편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부모 교육에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소통을 도울 수 있는 여러 기법들을 교육한다. 그러나 부모교육에 참석한 학부모님들과 얘기하다보면 다소 놀라운 관점을 발견할 수 있는데 부모가 자녀를 훈육이라는 이름으로 가르쳐야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함께 얘기 나눈다는 관점보다 무언가를 가르치고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물론 이는 훈육이란 관점에서는 일정부분 일리있는 얘기지만 아동기를 지난 청소년들에겐 그보다 우선 전제되어야 할 것들이 있다. 사실 필자는 오랜 시간 청소년업무를 하면서 느낀 것 중에 하나는 청소년과 호흡 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가르침을 주기보다 만나서 얘기한다는 기분으로 청소년을 만난다. 그러면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여는 모습들을 경험하기도 한다.

어찌 보면 지극히 당연한 말이지만 일반적으로 부모님과 얘기하다 보면 소통보다 훈육에 방점이 치우쳐져 있기에 깜짝 놀라기도 한다. 이는 아마도 청소년을 독립된 존재로 존중하기보다는 부모에게 종속되거나 아직 미완의 존재여서 이들을 끊임없이 가르쳐야 한다는 프레임에서 기인하는 듯한데 이것은 각 가정은 물론 사회 전반에 걸쳐 청소년을 인식하는 패러다임이기도 하다.

우리 모두는 청소년기를 거쳤기 때문에 청소년을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우리는 청소년을 잘 모를 수도 있으며, 지금의 청소년을 과거의 청소년인 우리가 이해하는 것은 힘들다. 그때는 그때의 고민이 있었고 지금시대엔 지금의 고민이 있다. 그 고민이 무엇인지 사려 깊게 살펴보지 않으면 여간해서 알기 힘들다. 부모는 훈육의 관점보단 단지 멘토로서 청소년이 스스로 생각하게 돕는 것이 좋다. 멘토는 나이에 관계없이 필요한 존재이고 때로는 젊은 사람이 더 나이 많은 사람의 멘토가 되기도 한다.

요즘 청소년들이 어르신을 대상으로 키오스크 사용법을 알려 준다던가 하는 것은 청소년도 어른의 멘토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학습량으로 보면 요즘 청소년들은 앞선 세대보다 월등히 많다. 수평적 관계에서 서로 잘하는 부분에 대한 인정과 교류는 중요하며 상호작용은 청소년을 이해하고 서로 소통하는 데 도움이 된다. 세대가 대물림 되듯이 ‘요즘 젊은 것들이란…’같은 ‘꼰대’같은 생각으로 부터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

청소년들에게 한발짝 다가가기 위해서는 우선 ‘말 걸기’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런 노력은 가르친다는 관점이 아니다. 우리는 가정에서 아이들과 친근하게 생활하지만 가르치고 바로잡기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아이들의 감정이나 의견을 헤아리거나 나누는 일은 손에 꼽을 정도이다. 이것은 부모가 아이들에게 규범적이고 바람직한 상을 전달하고자 하는 데서 비롯되는데 아이들 앞에서 솔직하게 얘기하거나 부모의 부족한 점이나 실수한 점은 잘 얘기하지 않는다.

우리는 청소년과의 소통을 위해서 허심탄회하게 얘기 한번 해본다는 생각과 노력이 중요한 것이다. 청소년은 살아가면서 수많은 성장통을 경험하게 된다. 성장의 아픔이 겉으로 드러나는 경우도 있고 자신만의 비밀스런 성장통도 있다. 우리 청소년들이 성장통을 잘 겪을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와 관심이 필요하다. 청소년을 알려고 하지 말고 소통하려고 노력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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