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골목은 스타킹을 닮았어요
속이 환하게 비치는 직조방식 때문에
빛과 그림자가 반반인 골목
밤사이 일어난 시시콜콜한 일이
아침이면 골목 안에 쫙 퍼지는 투명성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몰라 애매할 때면
주르륵 흘러내리고 보는
스타킹 골목
막일에 시장 난전 일에 허리 아픈 사람들 많아
누군가 벗겨줘야만 벗어날 수 있는 골목이
탄력 좋고 질긴 것은 장점이지만
누구는 벗어 놓으면 동그랗게 말기는 여성성이 문제래
누구는 올이 나가면 버려지는 일회성이 문제래
올이 나가는 불안 때문에
멀리 벗어나지도 가족 외출도 못 하는
골목 이쪽저쪽 사람들 동그랗게 몸을 말고 자는
스타킹 골목
◇ 최현선= 2019년 《발견》 등단. 인천 시인협회 회원. 선경 문학상 운영위원. 형상시학회 회원. 해시 문학동인. 시집 『펼칠까, 잠의 엄브렐러』가 있음.
<해설> 낯설게 하기의 가장 좋은 전형을 보여주는 시이다. 골목을 스타킹으로, 스타킹을 골목으로 본다는 것. 풍경을 의미로 본다는 것. 웃음과 눈물을 흘러내리는 스타킹으로 본다는 것. 빛과 그림자가 한 몸이라는 것. 그런 골목은 허리 아픈 사람들이 많이 사는 골목이라는 것. 질기고 좋은 탄력은 장점이라는 것. 그게 남의 동네가 아니고 우리 동네라는 점에서 이 시는 무릎을 치게 한다. "우리"라는 말이 주는 막연하지 않음에 "올이 나가는 불안 때문에/ 멀리 벗어나지도 가족 외출도 못 하는/ 골목 이쪽저쪽 사람들 동그랗게 몸을 말고 자는"은 한 번 더 시를 읽는 사람을 절실하게 만든다. "누구는" 따위는 염두에 두지 않아도 스타킹이 얼마나 유용한가를, 이 시는 여성의 전유물인 스타킹을 통해서 상상을 돌돌 말다가 쫙 펼치는 것이다.
-<박윤배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