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가 창밖을 내다보니
개 한 마리 벤치에 엎드려 있었다
젖은 몸이 어딜 쏘다니다 돌아왔는지
가로등 불빛에 쉽게 들통났다
서서히 고개 돌려보니
곳곳에 개들이 눈에 띄었다
야외 체력단련기구 위에도
지친 여러 마리의 개들
차가운 철제 의자에 젖어 있었다
당신이 떠난 후로 습관처럼
밤은 또 개를 낳았다
그것들은 흐리고 가는 울음이다가
가끔은 말도 안 되게 짖기도 한다
어떤 밤은 안개라는 이름으로 부옇게
또 다른 밤은 번개로 울부짖다가
이 밤은 그냥 조용한 는개 된다
너는 개다 너는개다 너 는개다
이 정도면 키울 수 있겠다 싶어
사내가 불을 끈다 천천히 이불 당긴다
◇배세복= 2014년 광주일보 신춘문예 당선. ‘문학동인 VOLUME’ 회원. 시집 ‘몬드리안의 담요’, ‘목화밭 목화밭’이 있음.
<해설> 흐리고 가는 울음에 대한 시인 내면의 심정이 시 구석구석을 적시고 있다. “개”라는 동음의 언어들을 통해 내뱉는 시인의 감정은 독자들을 헷갈리게는 하지만 왠지 추적하게 되는 즐거움이 생겨난다. 도입부에 시작된 시각을 통해서 들어온 개 이야기가 후반부로 갈수록 예사롭지 않은 것은 “개”를 향한 연민-이별이 주는 원망-용서의 과정을 울음의 이불을 덮고 폭우나 소낙비가 아닌 는개로 이해하는, 참 착한 남자의 전형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쏘다니다 몸 젖은 개를 안개 번개 는개로 환치함으로써 돌아온 개가 더 사랑을 주어도 될, 배신하지 않을 그런 는개가 될 때, 세상 어떤 분노에도 촉촉하고 평온한 잠을 청할 수 있을 테니까.
-박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