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밖
몸 빠져나온 생각이지
잠자리 들기 전 쓰는
그림일기
먼 벌판 서성이며
머뭇머뭇
모든 것 비우는 시간
잠시, 하늘은 무릉도원
복사꽃 만발하지
내 사랑, 몇 발자국 더
비껴갈 때
몸 바꾸는
노루 한 마리
◇고안나= ‘시에’ 등단. 시인, 시 낭송가. 중국 도라지 해외 문학상. 경기문창문학상. 시인마을 문학 대상. 부산시인 작가상. 백두산문학상. 중국 하얼빈 송화강 해외 문학상. 한반도문학대상 수상. 시집으로 ‘양파의 눈물’, 시 낭송 CD ‘추억으로 가는 길’이 있음.
<해설> 때 묻지 않는 전통 서정의 맥을 잇고 있는 시다. 생각을 수없이 걸러낸 후 앙금처럼 가라앉은 언어로 빚어놓은 마치 감자떡 같은 시다. 특별한 고명을 얹지 않았어도 쫄깃하다. “내 사랑, 몇 발자국 더/ 비껴갈 때//몸 바꾸는/노루 한 마리”를 무슨 수로 설명할 수 있겠는가. 이미 시혼을 몸 안으로 끌어들여서 어떤 단말마로 토해놓고 있다. 많은 시인이 노래한 “노을”이란 평범한 제목을 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잠들기 전 어떤 그리움 때문에 그려놓은 얼굴 하나였다가, 다시 먼 벌판 마음 비우는 과정에 피우고만 무릉도원의 복사꽃을 노을이라 비유하는, 그래서 시인은 몸 바꾸는 노루가 되는, 공식 아닌 공식을 마치 서정주 시인의 시 “영산홍”처럼 감성의 새길을 하늘을 향해 징검돌로 놓고 있는 그런 시라고나 할까? -박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