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과 멋으로 읽는 세상] 시대가 만든 스타 스타가 만든 시대, 디지털 네이티브는 어떤 스타를 만들어낼까
[맛과 멋으로 읽는 세상] 시대가 만든 스타 스타가 만든 시대, 디지털 네이티브는 어떤 스타를 만들어낼까
  • 윤덕우
  • 승인 2023.09.03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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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TV는 엘비스 프레슬리, 국내 컬러TV 방송은 조용필
온라인 토론의 장 PC통신은 서태지와 아이들을 호출했다
BTS는 유튜브로 ‘아미’와 지속 소통하며 강력한 팬덤 형성
타인과 관계 맺고 소속되고자 하는 사람의 본성 제대로 저격
영상으로 정보 얻고 숏폼 크리에이터·인플루언서 되는 시대
요즘 아이들 ‘아담’ 만들지, 반대로 ‘찐인간’ 만들지 기대 돼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1990년대의 우리나라의 문화아이콘이었던 서태지와 아이들, 21세기의 비틀스 BTS, 가왕이라고 불리는 조용필, 세계 TV시대를 열였다고 평가받고 있는 엘비스 프레슬리.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 정말 좋겠네”

이 동요를 들으며 자란 세대들은 누구나 한번 쯤은 자신이 텔레비전 속에 나오는 장면을 상상을 해봤을 것이다. 시대를 구분할 때 라디오밖에 들을 수밖에 없었던 세대와 텔레비전을 보며 자란 세대로 나눌 수 있을 만큼 텔레비전의 탄생은 혁명에 비견되기도 한다.

TV 속 스타들이 화려한 조명 아래에서 휘황찬란한 옷을 입고 무대 위에서 멋진 공연을 할 때면 마치 딴 세상에서 사는 사람들로 비춰줬을 것이다. 이렇게 TV를 보며 자란 세대들에게 연예인은 늘 선망의 대상이었다. 세계를 호령한 BTS의 어린 시절도 예외는 아니었을 것이다. 2020년 9월, BTS는 한국 최초 빌보드 핫100에서 1위를 한 후 모 방송의 대담 녹화 시작 전, 생중계되는 장면에서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라는 동요를 부르는 모습을 보였는데 그들 또한 TV는 어릴 적부터 우상을 만나고 스타를 꿈꾸게 만든 수단이었을 것이다.

TV 시대가 만든 대스타를 언급할 때 첫 손가락으로 꼽히는 사람이 ‘엘비스 프레슬리’이다.

‘엘비스 프레슬리’의 화려한 외모, 헤어스타일에 잘 어울리는 구레나룻, 번쩍이는 무대의상, 춤출 때마다 보여주는 현란한 하체의 놀림 등은 라디오 시대에서는 결코 볼 수 없었기에 TV 대중화 시대는 필연적으로 ‘엘비스 프레슬리’라는 스타를 만들었다. 1950년대 중반, 미국 전역에 걸쳐 TV 수상기와 방송국이 급격하게 늘어났다는 점에서 ‘엘비스 프레슬리’는 TV 시대의 최대 수혜자이자 최대 기여자이기도 했다.

1980년도에 우리나라도 세계에서 81번째로 역사적인 컬러TV 방송 시대가 열렸다. 그리고 한 명의 스타가 가요계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그의 이름은 ‘조용필’이었다. 1968년 록그룹 ‘애트킨스’로 데뷔한 조용필은 1976년 ‘돌아와요 부산항에’가 히트하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하였고 컬러TV시대가 열린 1980년에 그의 1집 앨범 <창밖의 여자>는 100만장을 팔아치우며 조용필을 단숨에 최고 인기 가수의 반열에 오르게 했다. 그 후 조용필의 앨범은 나올 때마다 가요계를 석권했고 그를 오빠라고 부르는 ‘오빠부대’는 그 어느 군부대보다 응집력이 강했고 충성심이 높았다. 그 당시 9시 뉴스에서 조용필을 따라다니는 ‘오빠 부대 열성팬’에 대한 보도는 심심찮게 나왔고, 결국 ‘오빠부대’라는 단어는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될 정도로 그 명성은 자자했다.

1990년대 새로운 여론 매체인 PC통신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다양한 형태의 의견이 개진되고, 온라인으로 교류할 수 있는 공간이 탄생하게 되었다. 교류가 만든 소통은 쌍방향 커뮤니케이션 문화를 만들었고 개개인에게는 열린 공간을 제공하여 사회적인 문제를 제기하는 토론의 장과 대중문화의 전반에 걸쳐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주었다. 이러한 시대적 배경 하에서 우리나라 가요계에 혁명처럼 등장한 것이 ‘서태지와 아이들’이었다. 그들이 1990년대에 최고의 ‘문화 아이콘’으로 손꼽혔던 이유가 ‘Come Back Home’, ‘교실 이데아’ 등 사회적 메시지가 담긴 노래를 불렀다는 점, 데뷔곡 ‘난 알아요’를 필두로 하여 한국어는 구조상 랩이 불가능하다.라는 당시의 선입견을 무너뜨리고, 랩을 대중화시켰다는 점, 국악과 힙합, 그리고 헤비메탈을 접목한 ‘하여가’ 등 실험적인 음악 장르를 도입한 점 등을 들 수 있는데 이 모든 것들이 소통의 장인 PC 통신 등에 의해 확장되고 뻗어나갔다. 그들의 패션, 그들의 음악, 그들의 메시지는 PC 통신 시대와 함께 했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

조용필의 팬들이 ‘오빠’라는 열정적인 환호로 표현될 수 있다면, ‘서태지와 아이들’의 팬들은 스스로 커뮤니티를 형성해 팬클럽 활동을 체계화 나갔다. 특히 그 당시 ‘삐삐’라는 통신 수단은 스타와 팬들 간에 새로운 소통의 도구가 되었다. ‘서태지와 아이들’이 하고 싶은 말을 녹음해놓으면 팬들이 특정 번호로 연결해 목소리 메시지를 직접 들을 수 있었는데 그 당시 좋아하는 스타에게 손편지나 엽서를 보내던 시절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과히 혁명적이었다. 이런 점에서 TV나 콘서트를 통해서만 가까이 볼 수 있었던 스타들을 일상에서 직접 소통할 수 있는 그들만의 커뮤니티나 플랫폼을 원하는 것은 어쩌면 ‘팬’이라는 이름을 가진 모든 이들의 소망이었을 것이다.

이수만의 SM, 양현석의 YG, 박진영의 JYP는 ‘K팝’이라는 장르를 알리고 이끌었다는 점에서 누가 뭐래도 그들은 글로벌 ‘K팝’ 시대를 연 선구자였다. 그들은 많은 아이돌 스타를 키웠고 해외 진출을 위해 전략적으로 그룹을 만들기도 했다. 그 후 후발주자들에 의해 우후죽순으로 많은 아이돌 그룹들이 만들어졌지만 음악적 재능과는 상관없이 시장의 트랜드나 대중의 욕구에 부합하지 않는 아이돌들은 데뷔하자마자 사라지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이런 점에서 BTS의 성공을 처음부터 예상한 사람들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작곡가로 유명했던 방시혁의 ‘빅히트 뮤직’은 분명 후발주자였다. 또, 중소기획사에 불과했으며 방탄소년단은 해외를 염두에 두고 기획된 아이돌 그룹도 아니었다. 그러나 그들은 ‘21세기 비틀즈’라는 찬사를 받으며 K팝이 세계 주류 음악이 되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고 ‘K팝’을 넘어 ‘K컬처’를 만드는데 일조했다. 그렇다면 이러한 BTS를 만드는데 일등공신은 누구일까? 아마도 많은 사람들은 그들의 팬클럽인 ‘아미(ARMY)’를 손꼽을 것이다. BTS는 어떻게 ‘아미’라는 거대한 우군들을 만들어 내었을까?

BTS는 철저하게 그들의 음악과 살아온 이야기를 알리고 싶어했다. 그래서 듣는 음악보다는 보는 음악을 지향했기에 음원보다는 뮤직비디오에 집중을 하였고, 유튜브를 통해 팬들과의 진솔한 소통을 추구하였기에 약 7천6백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게 되었다. ‘아미’라는 공동체가 만들어진 것은 아마도 ‘공감’이라는 단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타인과의 관계를 유지하고자 하는 욕구를 가지며 또, 그 관계 속에 소속되고자 하는 욕구를 가진다. 이런 점에서 스타에 대한 팬심은 결국 그들만의 플랫폼으로 스타와의 ‘관계적 욕구’가 채워지고, 또, 지속적 공감을 통해 ‘소속의 욕구’가 채워질 때 강력하고 영향력 있는 ‘팬덤’이 되는 것 같다. 결국 BTS는 팬들과 시대에 맞게 소통을 잘했기에 글로벌 빅스타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요즘 10~20대는 이전 세대와는 달리 TV 뉴스나 신문을 읽기보다는 유튜브나 SNS 영상을 통해 그들이 필요한 정보를 습득하는 경향이 강하기에, ‘영상 세대’라고 불리기도 한다. 그들은 과거 세대와는 달리 단순히 스타를 동경하거나 흠모하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자신이 기꺼이 ‘스타’(?)가 되려고 한다. 재미있는 영상을 ‘숏폼’에 업로드하면 순식간에 ‘크리에이터’가 되고, 다양한 콘텐츠나 유명세를 타게 되면 어느새 자신의 타임라인에 수많은 팔로워들을 방문하게 만드는 ‘인플루언서’가 되어버린다. 이런 현상들은 TV보다 모바일 기기가 익숙한 세대들이 기득권 세대로 성장할 즈음에 정점을 찍을 듯하다.

TV 시대의 본격적인 개막이 ‘엘비스 프레슬리’를 낳았고, 컬러 TV시대가 ‘조용필’을 만들었다면, PC통신, 삐삐 등 새로운 통신 수단은 ‘서태지와 아이들’을 호출한 셈이고, 유튜브는BTS를 K팝의 승자로 등극시켰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요즘 영상 세대들은 어떠한 스타를 만들고 그 스타가 만든 시대를 어떤 식으로 경험할지 무척 궁금해진다. 디지털 환경에서 자란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답게 그들이 만들어 낸 스타는 시공간을 초월하는 ‘가상 인간’이 될 수도 있겠고 아니면 차가운 디지털 환경을 따스하게 해 줄 인간미가 넘치고 어두운 밤하늘의 이정표처럼 많은 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실제 하는 사람’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시대가 스타를 부르고 그 스타가 시대를 만든다는 점이다. 이러한 점에서 레너드 번스타인이 엘비스 프레슬리에 대해 남긴 말을 통해 미래의 스타를 점쳐 본다.

“엘비스 프레슬리는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문화적 힘이다. 그는 모든 것에 리듬을 도입했고 음악, 언어, 옷 등 모든 것을 바꾸었다. 그것은 완전한 새로운 사회 혁명이었다.”
 

 
이상철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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