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벌아침]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달구벌아침]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 승인 2023.09.06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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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호 BDC심리연구소 소장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살아야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의 마지막이 언제인지 모르는 까닭이고, 정말로 오늘이 마지막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준비되지 않은 이별, 죽음은 참 허망하다. 나의 마지막을 준비해 보며 오늘의 이야기를 시작해 본다.

얼마 전 방학을 맞아 라오스로 50일 동안 혼자서 자유여행을 다녀왔다. 그곳에서 갑작스럽고, 충격스러운 이별을 경험했다. 며칠을 같이 지내면서 마음을 나눈 친구를 하루아침에 잃게 된 것이다. 그 경험을 통해 다시 한번 삶이 유한하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고, 그 끝이라는 것이 언제인지 모른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나아가서는 우리가 맞게 될, 끝이라는 날이 멀리 있지 않고, 정말로 오늘일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아프지만 나에게 큰 울림으로 남은 사건이다.

라오스에서 한 친구를 알게 되었다. 그는 풋(Phout)이라는 35살의 남자였다. 그는 라오스 북부 지역인 농키아우(Nong Khiaw)라는 작은 시골 마을에서 여행 온 외국인을 대상으로 현지 여행사 가이드(guide) 일을 하는 착하고 순박한 남자였다. 그에게는 착한 아내와 10살이 되지 않은 아직 어린 세 명의 아들이 있었다. 그를 처음 만난 건, 비가 오던 어느 날 오전이었다. 자유여행으로 간 것이라 특별한 일정 없이 마을 이곳저곳을 둘러보다가 그의 친구들이 모여 있는 곳을 지나게 되었다. 라오스 사람들은 맥주를 너무나 사랑해서 아침부터 맥주를 마신다더니, 정말 오전부터 그의 친구들은 모여서 맥주파티를 하고 있었다. 외국인인 나를 보고 함께 하자고 손짓했고, 자연스럽게 그들의 흥겨운 파티 속으로 나도 스며들었다. 아침부터 맥주를 마시며, 흥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던 이유는 거기에 모인 사람들 모두가 가이드 일을 하고 있었기에 그날은 일이 없었던 이유였다. 그들의 말대로 비 오는 날은 그들에게 휴일이었고, happy birthday(농담으로 그들은 비 오는 날을 그렇게 불렀다.)였던 것이다.

암튼 그렇게 만남은 시작되었고, 오전부터 밤늦은 시간까지 신나는 하루를 보냈다. 그러면서 우리는 어느새 친구가 되어 있었다. 그들은 나를 이방인으로서가 아닌 진심으로 친구로 생각해 주었다. 다음날 친구들의 야외 나들이에 나를 초대해주었고, 온전히 라오스 사람들이 나들이 가서 노는 풍경 속에 함께 할 수 있었다. 작은 보트를 타고 1시간 이상 걸려, 외지인이 발길 닿지 않는 오지마을도 가보고, 물고기 잡는 어부한테 물고기도 사서 강 옆에 불을 피워 바로 구워 먹기도 했다. 그들이 준비해 온 식사도 함께 나눠 먹고, 흐르는 강물에 몸을 담그기도 하면서 온전히 10여 명이 되는 그들과 긴 하루라는 시간을 보냈다. 특히 풋 과는 더 오랜 시간 함께 했고, 많은 대화를 했다. 그러면서 그의 부모님 모두 세상을 떠났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나 역시 부모님이 하늘나라로 가셨다는 이야기를 하며 우리는 더 가까워졌다. 나는 그를 동생으로 생각했고, 그는 나를 형으로 생각했다. 그렇게 풋과 나는 더욱 친밀해졌고, 그의 집에도 초대받아 그의 아내와 아이들도 보고, 사는 모습도 구경했다. 진심으로 그는 나를 친구로, 형제로 생각해 줬다.

그런데 그렇게 친해진 그가 말라리아로 2일 만에 세상을 떠나버렸다. 모기에 물려 감기 기운과 오한, 고열로 아파하고 있어서 빨리 나으라고 그의 집에 가서 응원하고 온 지 이틀 만에 그가 죽어버린 것이다. 내겐 그 사건은 너무나 충격이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함께 웃고 이야기했던 그가 죽었다니, 믿을 수 없었고 정말로 허망하고 슬펐다. 지금 생각해도 너무 가슴 아픈 일이다. 그의 친구들도 그와 나의 관계를 알았기에 나를 그의 장례식에 3일 동안 초대했다. 아침, 점심, 저녁 그의 집으로 나를 데려갔다. 살아서 3일을 함께 했고, 죽어서 그의 장례식 3일을 함께 했다. 그렇게 그와 내가 보낸 시간은 총 6일이다. 그를 떠나보내면서 내가 크게 깨닫게 된 것, 아니 그가 나에게 선물하고 간 것은,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살라는 메시지였다. 아끼지 말고, 계산 놓지 말고 하루를 살라는 것이었다. 알고 있는 이야기고, 자주 하는 이야기였지만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통해 더 절실히 느끼게 되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그와의 마지막이 진심이었고, 맘껏 우정을 나눴다는 것이다. 지금도 여전히 그는 좋은 기억으로 내 가슴에 남아있다.

죽음은 늘 가까이 우리 곁에 있다. 산다는 것은 결국 죽어간다는 것이고, 죽음을 준비한다는 것이다. 떠날 준비와 떠나보낼 준비 잘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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