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벌아침] 누군가를 구하는 일
[달구벌아침] 누군가를 구하는 일
  • 승인 2023.09.13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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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주 교사
복직을 하고 며칠이 지나며 문득, 교사란 ‘아이들을 구하는 직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십명, 수백명의 아이들을 단순히 ‘거쳐가는’ 것이 아니라, 그중 누구 한 명이라도 구할 수 있다면 그게 바로 교사로서의 소임을 다 하는 것이 아닐까.

사람을 구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의술로 사람을 구하는 일, 위험에 처한 사람을 구하는 일, 돈으로 사람을 구하는 일…. 그중 어려운 것이 상대방의 ‘마음을’ 구하는 일이 아닐까. 때론 ‘내가 가서 닿을 수 있을까’ 싶은 깊은 곳에 있는 상대의 마음을, 그곳으로부터 조금이라도 끄집어내는 일.

사실 내 아이들을 낳기 전 교직 생활을 할 땐 학생들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하지 못했다. 단순히 아이들과 상호작용하는 게 좋으니 ‘난 교사가 천직’이라 여겼다.

이젠 집에선 우리 아이들의 엄마로, 학교에 가는 순간 학교 아이들의 엄마가 된다. 교실까지 등교는 잘 했는지, 아침은 먹고 왔는지, 일과는 무탈히 보내고 있는지, 다들 점심은 먹으러 가는지. 컨디션이 나쁜 아이는 없는지 자주 들여다보고 살핀다. 머리로 ‘이렇게 해야지’가 아니라 그냥 마음이 한다. 다른 선생님들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아이들의 강점을 발견하면 묘한 희열이 느껴지기도 한다.

학교 현장에 있다 보면 유독 신경 쓰이는 아이들이 있다. 집에선 어떻게 지낼까, 부모님과 대화는 많이 할까, 하교 후에 저녁은 잘 챙겨 먹을까. 내가 몰랐던 아이들의 가정사가 툭툭 튀어나올 때마다 정말 놀라울 때가 있다. 그 아이들을 위해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보지만, 그다지 많지 않다. 그런 생각이 들 때면 마음이 무겁지만, 그중 단 한두가지의 시도가 그 아이의 인생을 크게 바꿀지도 모르는 일이다.

나 혼자 잘나서 내가 잘 사는 거 같다는 착각을 종종 하지만, 돌이켜보면 나의 우주엔 늘 나를 떠받쳐주는 또 다른 우주가 존재했다. 부모님, 친구들, 학창 시절 은사님들, 몇몇 귀인들..여태껏 내가 여러 사람을 통해 받은 것들을 조금이나마 아이들에게 돌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내 기준에 교사로서의 초심을 잃지 않는다는 건 그런 걸 의미하는 듯하다.

철학하는 과학자 김상욱 교수는 저서 <김상욱의 과학공부>에서 “우리 모두는 행복한 삶을 원한다. 제러미 벤담은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만약 당신이 아이의 행복을 위해 교육한다면 이미 뭔가 잘못된 거다. 왜냐하면 그 행복이란 당신이 정의한 행복이기 때문이다. 행복이 무엇인지는 아이가 직접 결정해야 한다. 동물들이 그러하듯, 결국 인간에게도 교육의 목적은 아이의 독립이다. 행복한 삶을 정의하고 그것을 찾는 것은 부모, 교사, 사회의 몫이 아니라 바로 아이 자신의 몫이다. 아이의 인생은 아이의 것이기 때문이다.” 고 말한다.

휴직기간 동안의 경험은 나를 크게 바꿔놓았다. 경험을 통해 내가 배운 것들을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가르쳐주고 싶다. 작은 일에 연연해하지 않고,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기.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서도 여여한 마음자세 가지기.

행복을 찾아가는 긴 여정 속에서 아이들이 역경과 고난에 좌절하지 않고 건강한 회복탄력성을 가질 수 있도록, 마음속 나침반을 선물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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