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벌아침] 감사와 현존
[달구벌아침] 감사와 현존
  • 승인 2023.09.27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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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주 교사


감사를 생각해본다. 거창하게 큰 일이 있어 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의 소소한 감사.

오늘 아침 일어나 숨 쉴 수 있음에 감사. 맛있는 아침과 커피가 주어짐에 감사. 아침 출근길에 늦을까봐 헐레벌떡 뛰어갈 수 있는, 두 다리가 있음에 감사. 나를 필요로 하는 직장이 있음에 감사. 아침마다 일찍 출근하는 나를 대신해 아이들을 등교시켜주는 남편에 대한 감사. 다른 선생님들께서 3일만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고 말할 정도로 잘 적응해준 나에게 감사하고, 새로운 환경과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좋은 자질을 물려주신 부모님께도 감사하다. 이곳에서 처음 맞이하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 가을이 온 것에도 감사하다.

가족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무탈히 하루를 보내고 모여앉아 저녁 식사를 할 수 있음에 감사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나를 떠올려주는 동네 언니와 나를 걱정해주고 안부를 물어주는 주변 사람들에게도 감사하다. 감사를 알기 전엔 무엇이 주어져도 불행하고, 감사하기 시작하면 어느 것 당연한 것이 없는 듯하다.

우연히 읽게 된 소설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에서, 타인의 시선으로 본다면 평생 고생만 했던 연자씨는 말한다.

“행복한 일은 천지에 널려 있어요. 늦잠을 자서 출근해야 되는 줄 알고 허겁지겁 눈을 떴는데 알고 보니 주말이야. 안도하며 눈을 감아요. 마저 자는 잠이 얼마나 달큰한지. 저는 그냥 지금 이런 일상이 좋아요. 불행하다 느꼈던 상처를 지우고 싶던 순간이 물론 많았지만 그날들이 있었으니 오늘이 좋은 걸 알지 않겠어요. 불행을 지우고 싶지 않아요. 그 순간들이 있어야 오늘의 나도 있고, 재하도 있으니까요.”

살아있는 한 모든 얼룩이 아름답다. 좋은 생각만 하기에도 인생이 짧음을 아는 오늘을 살고 있음이 좋다.

살아 있길 잘했다. 태어났으니, 살아 있으니, 살아지고 숨을 쉬었다. 죽지 못해 살았다. 하지만 이제 살아 있으니 살고 싶어지고 살고 싶어지니 사는 게 행복하다. 행복한 삶을 만드는 건 타인이 아닌 나의 마음가짐이라는 걸 연자는 오랜 시간을 지나와서야 깨닫는다.

사소한 것에 감사를 느낀다는 것이 도저히 안 되는 경우도 있지만, 가끔은 그냥 부는 바람에도 ‘그러므로 살아야겠다’ 생각하게 되는 날이 있다.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에서 여자주인공이 말한다.

“하루에 5분, 5분만 숨통 틔여도 살만 하잖아. 편의점에 갔을 때, 내가 문을 열어주면 “고맙습니다” 하는 학생 때문에 7초 설레고, 아침에 눈 떴을 때 ‘아 오늘 토요일이지’ 10초 설레고, 그렇게 하루 5분만 채워요. 그게 내가 죽지 않고 사는 법.”

감사를 느끼는 방식은 모두 다르지만, 감사가 곧 현존*이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현존 : ‘현재에 존재한다’는 뜻. 현재를 알아차리고 현재와 하나가 되는 것, 그것과 같은 진동수로 진동하는 것)

어렴풋한 감정을 놓치지 말고, 사소한 것에 ‘아 좋다, 감사하다’ 느낌으로서 현재에 강하게 존재하는 것. 그것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졌으면 하는 현존의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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