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장 6일간의 연휴는 많은 이들에게 나름대로 휴식을 줬다. 이 기간 아시안게임까지 열려 국민은 이래저래 다양한 볼거리, 즐길 거리 속에서 연휴를 보냈다.
미리 계획을 잘 세워 둔 이들은 이 긴 연휴 기간 그동안 늘 미뤄놨었던 자기 계발이나 여행 같은 것으로 정서를 살찌웠고, 늘 엉켜돌아가며 분주했던 일상에서 시달렸던 어떤 이는 아무 계획 없이 ‘방구석 뒹굴 모드’로 소중한 휴식을 경험한 이도 있다.
나는 후자를 택했다. 연휴 첫째 날과 추석 당일 온 일가가 모인 것을 제외한 나머지 휴일은 온전히 쉬기로 했고, 실제 아무 계획 없이 조용한 휴식으로 지나왔다.
조용히 하루를 보내니 새삼 가을이 당도했음을 실감한다. 일교차가 커 이른 새벽이나 늦은 밤 슬슬 걷기운동이나 자전거라도 탈라치면, 얇은 바람막이 상의 하나 정도는 더 걸쳐야 하는 때가 온 것이다. 무척이나 오래 더웠던 지난여름엔 어쩌면 여름이 끝나지 않을 것 같았다. 광복절만 지나면 슬슬 기온이 내려가던 것이 지금까지의 상식이었는데, 8월 중순이 한참 지나고 9월 중순이 되어서도 한낮 32도까지 치솟는 수은주 앞에서 할 수 없이 한참 동안 에어컨을 켜야 하는 늦더위가 기승을 부렸으니 아예 이번 해엔 가을이 없고 바로 겨울이 올 것만 같았다. 그런데 어김없이 가을이 왔다. 그래서 이번 가을은 더욱 반갑다.
아시안 게임에서 일본과 8강전을 치뤘던 북한 남자 축구의 추태가 언론의 도마에 올랐다. 일본에게 1대2로 패해 탈락하자 흥분한 북한 축구 대표팀은 경기 후 심판을 밀치는가 하면 경기 중에도 상대 스태프를 위협하며 추태를 부렸다. 패널티킥 판정이 억울하다는 표현이었지만 이 역대급 비매너 행위는 상식적으로 용납이 안되는 수준이었다. 경기 때마다, 모두가 자국이 불리한 판정을 받았다고 심판진에게 폭력이나 욕설을 내뱉는다면 경기는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
앞서 이날 새벽 영국에서 진행된 프리미어리그 7라운드 토트넘과 리버풀 경기에선 리버풀이 손흥민이 소속된 토트넘에게 일격을 맞아 패했다. 이 경기 과정 중 리버풀이 넣은 골 하나는 오프사이드 판정으로 득점이 취소됐고, 경기 후 뒤늦게 심판진이 이 판정은 오심이라고 인정했지만 경기 결과를 뒤집을 수는 없었다. 패배한 리버풀 감독 클롭은 황당한 판정에 경기 후 기자회견장에서 분노하긴 했으나 그렇다고 경기 결과를 뒤집을 순 없다는 점은 분명히 했다. 분명 오심으로 패배는 당했어도 경기 중이나 경기 후 리버풀 선수 중 누구도 심판이나 상대 스태프들에게 욕설을 하거나 몸싸움을 벌이며 위협하는 장면은 없었다.
상식과 몰상식, 정상과 비정상의 차이는 이렇게 갈린다.
비단 스포츠 경기만 그런게 아니다.
자신이 말을 내뱉었으면 그 말을 지키는 것이 상식이다. 정치인이라면 이 상식은 더 무겁게 적용된다. 그런데 이런 상식이 지켜지지 않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돌아가는 정국이 서글프기까지 하다.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을 내려놓겠다”고 큰소리를 빵빵 쳐대던 야당 대표가 무려 24일 간 단식으로 투쟁을 벌이면서 자신에 대한 국회 체포안의 ‘가결’이 아닌 ‘부결’을 요구한 것은 코미디 수준이다. 그럼에도 체포안은 가결됐지만 결국 그에 대한 구속영장은 법원이 기각했다.
결론적으로 구속은 안됐지만 어쨌든 이 대표는 자신이 국민 앞에서 한 다짐을 정면으로 어겼다. 구속영장이 기각되면 죄가 없어진다는 게 아니라는 것은 상식이다. 그래서 불구속 기소가 면죄부를 받아든 것이라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은 비정상이다.
연휴 기간 비정상은 또 있었다.
지난 1일 한국과 중국의 아시안 게임 8강전. 우리나라의 포털 싸이트인 ‘다음’에선 한국이 아닌 중국을 응원하는 사람이 120만 명 정도나 됐다. 반대로 한국을 응원하는 클릭 응원은 100만 명이 채 되지 않았다. 한국 사이트에 중국 응원이 더 많은 이유는 뭘까. 상식적이지 못하다.
상식이 앞서는 시대, 오기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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