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벌아침] 잘 떠나보내기 위한 연습
[달구벌아침] 잘 떠나보내기 위한 연습
  • 승인 2023.10.11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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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주 교사
엄마가 출근하기 시작하면서, 엄마에게 늘 아기처럼 매달리던 막둥이에게 변화가 찾아왔다. 일찍 출근하는 엄마를 대신해 등원 길을 함께하는 아빠를 찾곤 한다.

늘 아기코알라처럼 매달리는 5살 막내를 보며 ‘언제 크지? 이제 아기처럼 굴면 안 되는 나인데….’ 싶으면서도, 내심 지금 이대로가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다 생각했는데…. 약간의 거리가 생긴 거 같아 서운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편으론 ‘자식을 키우는 건, 잘 떠나보내기 위한 연습의 과정’이란 걸 알고 있다.

복직 전엔 오랜만에 하는 나의 학교생활도 걱정이었지만, 무엇보다도 일찍 가서 늦게 오는 막내의 어린이집 생활이 마음에 걸렸다. 하지만 감사하게도 막내는 잘 지내주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는 첫째와 둘째가 집 앞 놀이터에서 놀 때도 직접 임장하지 않으면 마음이 놓이지 않는, 걱정 많은 엄마였다. 하지만 큰아이들과 막내의 욕구가 다르다 보니 자연스럽게 큰아이들끼리 밖으로 나가는 환경이 조성되었다.

아이들은 내 생각보다 훨씬 잘 지낸다. 아이들끼리 나갈 땐 안전에 대해 신신당부하는 걸 빼놓을 수 없지만, 친구들과 축구를 하다가 넘어지진 않을까, 놀다가 친구와 다투진 않을까 노심초사하던 나의 우려가 무색하게, 넘어지면 다시 일어나고 다투면 본인들끼리 합의점을 찾기도 한다. 오히려 아이들끼리의 일에 어른이 과하게 참견하여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곤 했다.

며칠 전 아들교육의 노하우를 알려주시는 남아미술교육전문가 최민준선생님이 존스 홉킨스 소아정신과 지나영교수님을 인터뷰하는 영상을 보았다. 인터뷰 주제는 “ADHD 소녀가 의사가 되어 말하는 진짜 ADHD”였다. 지나영 교수님을 영상으로 여러 번 뵀지만 교수님이 ADHD라는 사실은 처음 알게 되었다.

교수님은 ADHD 아이들의 약점을 강점으로 치환할 수 있는 방법과 그런 아이들을 가진 부모가 아이들을 어떻게 대하면 좋을지 이야기해주셨다. 교수님이 어린 시절 모친께서는 교수님을 어떻게 대하셨는지, 부모의 태도에 따라 아이들의 성장 과정이 얼마나 차이 날 수 있는지 또한 얘기해주셨다.

아이들은 생각보다 강하다. 하지만 부모가 그걸 얼마나 믿어주느냐에 따라, 그 기대치만큼 아이는 성장한다.

종종 아이가 나의 소유물이 아닌 ‘하나의 인격체’라는 사실을 망각한 채 아이를 대하기도 하지만, 물고기를 잡아주는 것이 아니라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는 것, 엄마아빠가 없으면 안 되는 아이가 아니라 조금씩 홀로서기 할 수 있는 연습을 시켜주는 것, 넘어졌다가도 어디서든 툭툭 털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마음 근력을 기르도록 도와주는 것, 그게 부모의 역할인 듯하다.

동시에 언제까지고 내 손안의 자식이 될 수 없다는 걸 알기에, 조금씩 내려놓는 연습이 필요하다. 부모에게도 아이에게도 시행착오가 많이 필요한 과정이지만, 그것이 아이가 성인이 되었을 때 미련 없이 잘 떠나보낼 수 있는 방법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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