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둥 번개가 잦아, 내 몸 곳곳이 움푹 패였습니다
가뭄이 허리까지 깊어 내 몸이 많이 쪼그라들었습니다
갈색무늬병과 과수화상병까지 겹쳐 내 몸 빛깔이 미덥지 못합니다
어머니는 눈물이 흐르는 내 몸을 업고 칠성시장으로 갑니다
아버지의 한숨 소리가 찔레꽃 다발로 피어나 대문을 흔듭니다
◇이유환= ▶1985년 『현대시학(現代詩學)』 추천 등단 ▶시집 『異邦人의 강』, 『용지봉 뻐꾸기』, 『달의 물방울』 출간 ▶제39회 <대구문학상> 수상 ▶대구문인협회 부회장 역임 ▶현재, 한국시인협회 회원, 대구문인협회 회원, 대구시인협회 이사.
<해설> 농사나 자식을 키우는 일이나 다를 게 없다. 짓는 일이다. 그러니까 시인은 사과나무이자 사과로 에둘러 어머니와 아버지의 농사를 이야기하고 있다. 내가 아프지 않고 밖에 나가서 인간 대접받을 때 비로소 부모는 안심한다. 자식은 이렇듯 부모의 기대이며, 보람이 되는 것이다. 시인이 짓는 시 또한 다르지 않다. 단번에 잘 써지는 시도 있지만 온갖 갈색무늬병과 과수화상병까지 겹쳤음에도 끝끝내 이겨내고 세상에 출하된 그런 시는 대접받게 마련이다. 칠성 시장의 이미지는 결국 어머니의 절대적인 마음일 것이고 이때 아버지의 한숨은 억장이 무너지며 피우는 담배 연기 혹은 찔레꽃의 이미지로 살아난다. 이러한 부모의 아들과 딸로 태어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삶의 지침이 되는 그런 시로 읽힌다.
-박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