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칼럼] 투자의 최종 책임은 개인의 몫이다
[수요칼럼] 투자의 최종 책임은 개인의 몫이다
  • 승인 2023.11.21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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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광 대구경북소비자연맹 정책실장·경제학 박사
최근 주식 시장에서 공매도 금지 조치를 두고 찬반 논란이 일어났다. 공매도 금지 조치를 찬성하는 쪽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대하는 쪽은 '외국계 자본이 이탈할 것이다'고 우려한다. 이러한 공매도 논란에 불을 지핀 인물은 '밧데리 아저씨'라는 이름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박순혁 작가이다. 『K 배터리 레볼루션』 저자인 박 씨는 대한투자신탁 애널리스트로 시작해서 배터리 관련 회사 금양에서 홍보담당 이사를 역임했다. 현재 유튜브 방송을 통해 대한민국 배터리 산업의 전도사로 활약하고 있다.

박 씨는 2차전지 관련 기업에 대한 가치 평가를 바탕으로 8개 종목을 선정하여 높은 수익률을 올렸으며, 네티즌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박 씨가 공매도 제도를 비판한 이유는 국내 공매도 제도의 불합리성 때문이다. 공매도 담보비율이 기관과 외국인에는 105%로 적용되지만, 개인은 120%이며, 공매도 상환기간 역시 개인은 90일 이지만, 기관과 외국인은 제한이 없다. 또한 전산시스템으로 하지 않고 수기로 작성되므로 불법 공매도가 은폐될 수 있으며, 불법 공매도를 적발했을 경우에도 얻는 수익에 비해 벌금은 작은 편이다. 따라서 공매도 혜택을 받는 이들은 기관과 외국인이라는 주장이다.

공매도 관련 제도 개선에 탄력을 받게 된 계기는 개인이 선호하는 2차전지 관련 종목이 어닝쇼크로 인해 주가가 급락하면서 투자 심리 악화가 한 원인이다. 2차전지 관련 주가는 이미 3년에 걸쳐 큰 폭으로 상승했으므로 조정 받을 시기다. 박 씨도 유튜브 방송을 통해 주가 조정에 대비하여 현금 보유를 강조했으며, 투자를 할 경우 3년 보고 장기 투자를 주장했다. 지난 7월에는 2차전지 기업들의 실적이 꺾이고 있었는데 불구하고 '공매도 손절매'가 나오면서 수급 효과로 인해 급등한 후 급락하기 시작했다. 개미 투자자 입장에서는 주가 급락의 원인이 공매도에 있다고 생각했다.

지난 10월 4일에는 <증권시장의 안정성 및 공정성 유지를 위한 공매도 제도 개선에 관한 청원> 을 시작한지 1주일 만에 5만 명을 돌파하였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 11월 5일 임시 금융위원회를 열어 "급증하는?시장 불확실성 확대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성과 함께,?관행화된 불법 무차입 공매도 행위가 시장의?공정한 가격형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하면서 6일 주식시장 개장 직후부터 내년 6월 말까지 약 8개월간 공매도를 전면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일부에서는 내년 총선을 의식한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비판도 있다.

무릇 제도에는 빛과 그림자가 있다. 공매도의 빛은 추가적인 유동성을 공급하여 상품 가격의 효율성을 높여 투자자의 거래비용을 절감하고, 부정적인 정보가 보다 빠른 속도로 가격에 반영되어 주가의 버블 형성을 방지할 수 있다. 반면 그림자는 경기나 기업의 약한 고리를 대상으로 투자하기 때문에 조금만 빈틈을 보이면 공매도 투자가 이루어진다. 정부는 기관 및 외국인 투자자의 '하락 베팅' 과정에서 개인 투자자의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의도에서 공매도 금지 조치를 한정적으로 취했다. 이를 위해 상환 기간, 담보비율 등 공매도 조건을 개인과 외국인·기관투자자 간 일원화하고 무차입 공매도를 막기 위한 내부 전산 시스템과 통제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주식시장은 기업 입장에서 보면 자금 조달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 반면 투자자들에게는 매매차익과 배당금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장기적으로 주가는 기업의 가치를 반영하지만 단기적으로는 기업 실적과 상관없이 불확실한 미래 가치에 의해 주가가 결정된다. 특히 벤처기업의 경우 실적은 낮지만 투자자들이 몰려드는 것은 미래 비전이 큰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위험을 선호하는 투자자들의 투자 성향에 의해 벤처기업은 자금 조달이 가능하고, 투자자들은 주가 상승으로 큰 수익을 낼 수 있다. 그러나 투자 예측이 실패할 경우 큰 손실을 볼 수 있다. 공매도는 가격 변동으로 인한 손실을 최소화 할 수 있는 헷지 수단이다.

시장은 경쟁적이어야 하며, 또한 공정해야 한다. 시장이 경쟁적이기 위해서는 규제를 풀어야 하며, 공정하기 위해서는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 주식시장에는 기관 투자자, 외국인 투자자, 그리고 개미 투자자가 참여한다. 자금력, 정보력, 투자기법 등에서 개인 투자자들이 기관 및 외국인 투자자들과 경쟁하는 것은 애시당초 무리다. 정부는 시장에서 불공정한 행위를 규제하고 불합리적인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투자의 성패 여부는 개미 투자자들의 몫이다. 개미 투자자들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검증되지 않은 유튜브의 유혹과 탐욕을 버리고 기본에 충실하여 투자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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