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갈나무잎 하나 바람에 실려아버지 어깨에 내려앉으면
초점이 흐린 아버지가 바라본다
한밤 뒷산 밤송이가 만든 산소 자리뾰족한 가시들이 밤새 만든 평평한 자리무심한 듯 툭 친 손길이미세한 떨림에 놀란다마주친 아버지 깊은 주름도 놀란다
네모 난 자리가 마음에 안 든다는 아버지청솔모에게, 건축을 부탁할걸! 하신다단풍이 좋네 할매도 가까이 계시고이만하면 하루 날 잡아 잔치해도 되겠네
공허한 목소리 메아리 되어 돌아오면 켜켜이 쌓이는 예정된 작별도
시간이 쌓은 돌담이 된다
◇ 홍은경= 대구 출생. 대구문학 2023년 신인상으로 등단. ‘형상시학회’ 회원.
<해설> 사람이 죽어서 머물 자리가 묫자리다. 예로부터 그 자리를 두고 풍수지리를 따져가며 여기가 명당이다, 아니다. 말이 많다. 잘되면 내 탓, 잘못되면 조상 탓, 탓탓탓 아마도 이 시는 아버지와 함께 아버지가 묻힐 선산의 묫자리를 보러 갔던 일의 경험을 쓴 시로 보인다.“단풍이 좋네 / 할매도 가까이 계시고” 이 말은 딸인 시인의 말이고 눈의 초점이 흐린 아버지는 현실의 밤송이가 두렵다. 비탈도 두렵다. “청솔모에게, 건축을 부탁할걸! ” 이 말은 긍정도 부정도 아닌, 이별은 예정된 것이고, 담담하게 사후의 세계를 받아들이는 아버지의 또 다른 모습이다.
-박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