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살아야 우리가 산다] 상처받지 않고 자라는 나무가 어디있으랴
[자연이 살아야 우리가 산다] 상처받지 않고 자라는 나무가 어디있으랴
  • 채영택
  • 승인 2023.12.14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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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나얼 아버지가 준 씨앗들과 상처난 팽나무 이야기
밭의 경계에 있다는 이유로
팔 두개가 잘려나간 팽나무
흠이 없는 나무도 멋지지만
씩씩하게 자라는 나무 더 멋져
상처가 삶을 성숙하게 만든다
북촌서 우연히 들른 카페
주인이 가수 나얼 아버지
서로 식물 얘기 주고받으며
나팔꽃 씨앗 선물로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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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나얼 아버지가 선물한 씨앗들과 고염 및 작은감 씨앗들.

◇서울에서 받은 붓꽃 씨앗 이야기

이달 2일 서울시 ‘양재시민의 숲’에서 서울숲유치원협회의 유아생태놀이 지도자과정 강사로 강연을 했다. 2019년 이후 두 번째다.

나만의 춤추는 인사, 춤추는 나무 시 퍼포먼스, 생태춤과 자연 이야기를 포함한 ‘생태문화콘서트’를 했다. 즐겁고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강연 후 초등학교 동기인 박순섭씨의 배려로 나무들과 숲이 멋진 반포자이 아파트의 게스트 룸에서 잠을 자고, 다음날 한옥마을로 유명한 북촌을 구경하였다. 수제비와 감자전으로 점심을 먹은 후, 주위를 둘러보다가 골목으로 갔는데 Adagietto(아다지에토)라는 카페가 있었다. 입구에는 나팔꽃 씨앗들, 화초들, 그리고 나무들이 보였다.

우포늪 근처 땅에 서울의 나팔꽃을 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나팔꽃 씨앗들을 주인 허락도 안 받고 최대한 모았다. 함께 간 초등 동기인 도미숙씨가 씨앗들을 모으는데 도움을 줬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음악이 약간 크게 흐르고 있었다. 순섭, 미숙 동기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주인 허락도 없이 나팔꽃 씨앗들을 가져간 게 미안해서 주인에게 인사를 했다.

내가 우포늪에서 왔다고 하면서 명함을 드리니, 70대로 보이는 주인분은 우포늪은 내가 한번 가보고 싶은 곳이라며 호감을 표시했다.

잠시 후 그 카페 주인께서 붓꽃 씨앗과 함께 나팔꽃 씨앗들을 넣을 작은 통을 주었다. 꽃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매우 감사한 일이었다.

카페 벽에 미술 작품들이 있어 누구 작품이냐고 물으니, 주인분 아들의 작품이라고 했다. 아들이 가수 나얼이라 했는데 도미숙씨는 TV에서 보았단다.

주인분에게 아드님이 노래와 그림 중 어느 것을 더 좋아하느냐고 물으니 아들이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했다며, 그림이 전공이고 노래 부르는 것은 부전공이라고 했다. 예술 작품 만드는 것을 많이 좋아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처음 만난 분이지만 카페 안에 있는 연필 선인장을 비롯한 화분의 식물들에 대해 설명을 해주어, 식물들을 좋아하는 나는 카페주인인 유근욱씨와 금방 친근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식물은 처음 만나는 사람들도 빨리 친하게 해주는 고마운 존재이다.

북촌 여행을 마치고 최근 공개된 청와대로 향하는데, 초등 동기 박순섭씨가 말했다. “너 다른 데 가서 북촌 봤다고 말하지 마라. 10분의 1도 못봤다”. 그만큼 볼게 많다고 한다.

서울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씨앗들을 받으니 기분이 좋았다. 겨울이지만 마음속엔 봄기운이 올라왔다. 내년 봄날에 그 씨앗들과 내가 모은 다른 씨앗들을 심어 자라서 꽃들이 피는 그림을 그려보았다. 갑자기 부자가, 꽃 부자가 되어 기분이 좋아졌다. 계절은 12월의 겨울이지만, 우포늪 근처 밭과 산에 필 나팔꽃과 붓꽃들을 생각하니 마음은 이미 봄날이다. 나도 내가 가진 능소화, 수선화나 초롱꽃 등을 나누어 줘야겠다는, 주는 삶을 살아야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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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포늪 주변에 있는 ‘상처난 팽나무’. 사람이나 나무나 상처가 삶을 더 성숙하게 한다.

◇‘상처 난 팽나무’ 이야기

서울에서 내려온 12월 4일에 팽나무에 대해 생각하는 기회를 갖게 됐다. 고향의 산을 둘러보고 내려오는데, 담배를 물고 밭을 가로질러 오는 사람이 보였다. 누구지? 무엇 때문에 남의 땅에 들어오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일단 만나 보자는 생각으로 인사를 했다.

팽나무를 사러 왔다는 것이다. 집 앞을 가리기 위해 옮겨 심어도 잘 사는 팽나무들을 구한다기에 밭과 산에 있는 팽나무들을 보여주었다.

그분이 가장 먼저 고른 나무는 다른 사람 밭과 경계에 있는 나무로, 물길을 만들기 위한 공사를 하다가 포크레인으로 큰 줄기 두 개가 잘려나간 자국이 눈에 띄는 팽나무였다. 큰 상처가 나기 전에는 자세히 보지 않아 그 나무를 몰랐다. 잘려나간 큰 나무의 줄기 부분들이 검은색으로 보이는 상처 입은 팽나무다. 보면 볼수록 정이 가는 나무다. 완전히 흠이 없는 나무도 좋고 아름답지만 살아가면서 상처받았지만 씩씩하게 살아가는 나무는 더 멋지다.

우리 인간도 살아가는 동안에 많은 일들을 경험한다. 그 팽나무는 다른 사람 밭과의 경계에 있다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 어느 날 갑자기 팔 두 개가 잘려나갔다. 그래도 그 나무는 씩씩하게 잘 살아가고 있다. 몸의 한족 팔 같은 큰 줄기들이 잘려 나간지가 4년 정도나 되었지만 건강한 뿌리를 가졌음인지 그 팽너무는 잘 살아가고 있다. 그 나무에게 배운다. “상처받지 않고 자라는 나무가, 사람들이 어디 있으랴” 하는 나무 인문학이다. 내가 본의 아니게 마음의 상처를 준 사람들이 있다면 미안함을 보낸다. 팽나무처럼 상처가 아물고 잘 살아가시기 바란다.

나무 인문학 하니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남들이 나무의 생태만을 연구하고 책을 쓸 때, 나무가 우리 인간에게 주는 의미를 깨닫고 나무 인문학을 한 사람이다. 처음의 비아냥을 넘어 <나무 철학>과 <나무 예찬> 등의 나무에게 배우는 책을 20여 권 이상 쓴 강판권 선배는 남들과 다른 관점을 가진 선구자다.

나무는 우리의 친구이고 고마움을 주는 감사한 존재다. 나무가 주는 감사함을 생각하면서, 나는 아주 작은 퍼포먼스를 생각했다.

나무를 즐겁게 해주는 30여 가지 행동들을 공책에 적어보고 행동으로 나타내 보았다. 나무를 즐겁게(?) 해주는 생각만 해도 기쁘다.

팽나무를 생각하면 먼저 TV 프로그램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나오던 팽나무가 생각났다. 그 나무는 천연기념물이 되었다. 우포늪이 훤희 바라보이는 곳에 위치한 팽나무는 사랑나무라고도 불리는데, 우포늪이 훤히 보이는 너무도 멋진 곳에 있다. ‘

마당을 나온 암탉’이라는 애니메이션의 배경이 되는 곳인데, 마을과 가까이 있고, 주인공 잎싹이 자유를 느낀 멋진 곳이다. 우포늪에 방문객들이 오면, 나는 그분들과 두려움에서 스트레스에서 벗어난 주인공 ‘잎싹’이 되어보자면서 자유를 외치는 퍼포먼스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잎싹이 자유인이 되어 즐거워한다.

◇나무에게 배운다

오래된 나무들을 자세히 보면 예술품을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오랜 세월을 이겨낸 그 나무들이 자라면서 우리 사람들에게 고맙게도 예술 작품을 보여준다.

나는 팽나무라고 하면 지금까지 TV에서 본 ‘우영우의 팽나무’와 ‘암탉의 팽나무’ 그 두 그루들을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 팽나무 판매 건을 통해, 이제는 내 주위에 있는 나무인 ‘상처받은 팽나무’를 먼저 생각하게 될 것 같다.

우포 인근 나의 작은 산에는 그 상처난 팽나무와 가시가 많은 나무들, 용 모양으로 뻗친 소나무 그리고 대통령이 심은 밤나무를 포함한 나무들이 있다.

이번 팽나무 일을 통해, 내가 좀 더 내 주위에 있는 나무들에 관심을 갖고 살피고 보살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가 가진 것에 감사하고 잘 보살피는 게 중요하고 필요함을 이번 팽나무 매매 건을 통해 다시 한번 깨닫게 된 것이다. 가장 가까이에 있는 분들과 가족을 보살피고 아껴야겠다는 생각도 하였다.

올해가 다가는 12월이다. 금방 한 해가 지나간다. 바쁘다는 핑계로 보살피지 못하고 관심 가지지 못한 내 주위의 사람들과 물건들을 둘러봐야겠다. 독자분들도 주위를 돌아보는 잠시만의 여유를 가지시라고 권하고 싶다. 누가 생각나나요?

노용호<우포생태관광연구소장·경영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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