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호 경영칼럼] 새해 계획은 어떻게 세우셨나요
[박명호 경영칼럼] 새해 계획은 어떻게 세우셨나요
  • 승인 2023.12.17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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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호 계명대학교 석좌교수 전 계명문화대학교 총장
어느새 한해의 끝자락이다. 누구에게나 연말은 특별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올 한해를 제대로 살았는지 스스로 묻고 답해야 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올해 계획했던 일들이 제대로 이루어졌는지 돌이켜 보자. 실패의 쓴맛을 보기도 했을 것이며, 때로는 돌발적인 행운을 경험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과거는 이미 지나갔다. 그리고 지난날들을 위해 사는 이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연말에는 숱한 아쉬움을 과감히 지워버리고 다가올 새해의 소망을 바라며 새로운 삶을 작정하며 설계한다.

농경사회에서는 이른 봄에 그 해 계획을 세웠다. 일찍이 공자의 삼계도에서도 “일생의 계획은 어릴 때 있고, 일 년의 계획은 봄에 있으며, 하루의 계획은 새벽에 있다.”라고 가르쳤다. 그러나 오늘날 새해 계획은 그해가 시작되기 전에 미리 세운다. 새해가 되면 당장 실행에 돌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새해 계획에서는 지난해에 작정했던 일들 가운데 무엇이 잘못되고 또 무엇이 부족했는가를 철저히 검토해야 한다. 과거로부터 소중한 교훈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지난해의 결산이 전제되어야 새해 계획의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지난날의 잘잘못을 검토하고 반성하는 것은 결국 새로운 계획을 세우기 위한 의미 있는 시발점이 된다.

계획, 실행, 그리고 성과의 평가가 경영의 핵심이다. 경영계획은 계획을 짜는 회의나 결과물인 전략보고서가 아니다. 성취해야 할 목표를 결정하고, 그 목표를 실현할 전략 방안을 마련하는 고난도의 작업이다. 전략이란 내가 하는 일과 방식을 남과 차별화해서 더 나은 성과를 달성하는 열쇠다. 따라서 기업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통찰이 계획과정에 제대로 담겨있어야 한다. 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고 의미가 큰 이유다.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장군도 “계획(plan)은 아무것도 아니다. 계획의 과정(planning)이 전부다.”라고 강조했다.

전략은 경쟁에서 이기는 방법에 관한 것이다. 전쟁이나 정치는 언제나 한쪽이 이기면 상대방은 반드시 지는 제로섬 게임이다. 그러나 사업에서의 경쟁은 다르다. 하나 이상의 승자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또한 경영전략은 불특정 다수 경쟁자와의 상호작용적 성격을 지니므로 매우 복잡하다. 내가 하는 일이나 방식에 상대방이 어떻게 반응할 것이냐를 다루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경영환경의 미래 변화를 예측하기 힘든 역동적인 시장 상황에서는 차별적인 경영전략을 수립하기가 더더욱 어렵다. 급속한 기술변화와 경쟁자의 치열한 반격으로 차별화의 이점도 종종 쉽사리 사라지곤 한다.

요즘 기업에서는 새해의 경영계획을 수립하느라 매우 분주하다. 사업전략을 짜기 위한 전사적 회의를 열기도 하고, 경영전략을 마련할 특별 조직을 별도로 운영하기도 한다. 새로운 경영환경의 변화를 예측하고, 새로운 사업과 전략을 준비하여, 목표 달성을 위한 방안을 구체화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시장의 불확실성이 계획의 수립과 실행에 늘 걸림돌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최적의 계획을 논리적으로 정교하게 수립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 이러한 까닭에 계획과정에서 단순한 의사결정시스템을 선호하기도 한다.

‘그럭저럭 헤쳐가기’란 의사결정 이론이 있다. 정치학자 찰스 린드블럼이 제안한 접근방식이다. 확실한 근거가 없더라도 몇 가지 한정된 대안 중에서 현재 최선의 방안으로 보이는 것을 여러 사람의 합의를 기반으로 선택하는 것이다. 오로지 현재의 정보만을 고려해 의사결정을 내리는 훈련이 필요한 체계적인 과정이다. 그래서 ‘그럭저럭 헤쳐가기’는 그저 직감에만 의지하는 비체계적인 방법으로도 여겨진다. 하지만 직감도 그냥 생기는 것이 아니라 의식 아래 저장된 수많은 정보를 바탕으로 나온다.

영국의 경제학자 존 케이는 『우회전략의 힘』에서 초창기 가족기업이었던 월마트를 ‘그럭저럭 헤쳐가기’의 사례로 제시했다. 샘 월튼이 월마트 첫 매장을 벤톤빌에 오픈한 것은 그곳이 그가 사는 곳이었고, 아내가 대도시로 이사하는 것은 원하지 않았기에 두 번째 매장 또한 더 작은 도시에 오픈했다는 것이다. ‘다른 업자들이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작은 시골 마을에 괜찮은 크기의 가게를 여는 것’이 월마트의 핵심 전략이 된 것은 ‘그럭저럭 헤쳐가기’의 결과로 여겨진다.

‘그럭저럭’이란 표현을 좋아한다. 국어사전은 그 뜻을 ‘충분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로’라고 풀이한다. 근황을 묻는 지인들에게 ‘그럭저럭 지내고 있습니다.’라고 대답할 때가 많다. 특별히 하는 일도 없거니와 별로 내세울 것도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생각 없이 대충 산다는 뜻은 전혀 아니다. 덴마크의 철학자 쇠렌 키르케고르는 “인생이란 지나온 일들을 살피고 그것을 바탕으로 미래를 사는 것”이라고 했다. 다가오는 새해에 할 일들을 ‘그럭저럭’ 살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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