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칼럼] 위기 때 돋보이는 정치인의 태도
[수요칼럼] 위기 때 돋보이는 정치인의 태도
  • 승인 2023.12.19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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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광 대구경북소비자연맹 정책실장·경제학 박사
권력의 집중과 분산은 동전의 양 잎과 같다. 큰 위기를 겪고 있는 경우 위기 탈출을 위해서는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권력을 집중시켜 준다. 권력 집중은 효율성을 통해 위기 극복에 큰 도움이 되지만, 독재와 부패의 나락으로 빠질 수 있다. 이러한 권력 집중의 폐해를 막기 위해 법과 제도를 마련하여 권력을 분산시킨다. 권력 분산을 위한 제도적인 안전장치를 마련했음에도 불구하고 권력을 잡은 후 권력 독점에 대한 욕망을 뿌리치기는 어려운 것 같다. 중국은 마우쩌둥 시절 시행된 인민공사와 대약진운동, 그리고 문화대혁명의 폐해를 몸소 뼈저리게 느낀 덩샤오핑은 집단지도체제를 도입했다. 그러나 시진핑 주석이 집권하면서 집단지도체제는 무력화되었다.

한국 정치사에서 권력 독점의 중심에는 늘 대통령이 있었다. 그 원인은 대통령에게 과도하게 집중된 권력 때문이다. 대통령 권력에 대한 견제와 5년 단임 대통령 임기제가 가진 약점으로 대통령 권력은 불안정해졌다. 반면 21대 총선에서 당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180석을 차지하면서 국회의 위상은 한 단계 높아졌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패한 거대 야당은 입법과 탄핵이라는 합법적인 권한을 가지고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무력화를 시도하고 있다. 공정과 상식을 외쳤던 여당 지지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대통령 선거에 이기면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올 것으로 기대했는데, 거대 야당의 장벽에 막히면서 큰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내년 4월에 치러지는 제22대 총선에서 승리해야 되는 절박함을 안고 있지만, 현실은 그리 녹녹하지 않다. 지난 10월 11일 치러진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와 그에 따른 지도부에 대한 책임론, 그리고 당정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다. 이에 따라 10월 23일 인요한 혁신위원회가 출범했다. 인 위원장은 삼성 고 이건희 전회장의 프랑크푸르트 발언을 패러디하여 "국민의힘,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야한다"고 했다. 또한 인 위원장은 다소 거친 발언이지만 낙동강 하류 세력은 뒷전으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원내지도부, 영남권 중진, 친윤 인사들에게 불출마와 수도권 출마를 통한 희생을 요구했다.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서 기득권 포기를 통해 위기를 기회로 만든 인물이 노태우 전대통령이다. 1987년 4.13 호헌조치는 많은 국민의 분노를 불러일으켰고, 그로 인한 6월 항쟁으로 국민들의 민주화 요구가 거세졌다. 여당인 민정당 노태우 후보는 6월 29일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비롯해 김대중의 사면 복권 등 8개항의 시국수습 방안을 발표했다. 반면 당시 야당은 정권 교체라는 절호의 기회를 얻었지만 김영삼·김대중 양 지도자는 마치 권력을 손에 넣은 것처럼 서로 아웅다웅 싸운 결과 노태우 후보가 어부지리로 승리함으로써 정권교체의 기회를 날려버렸다. 노 전대통령의 당선의 반은 자기희생이고, 나머지 반은 양 김의 분열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인요한 혁신위원회가 다음 총선 승리를 위한 방정식으로 국민에게 감동을 주는 공천을 강조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김기현 당대표와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시절 비서실장을 했던 장제원 의원에게 관심이 쏠리게 되었다. 김 대표와 장 의원은 지난 3·8 전당대회에서 김·장연대를 내세워 2차 투표 없이 당권을 잡았지만, 공동 퇴진의 운명을 맞게 되었다. 위기에 처한 정치인의 선택이 그 사람의 슴겨진 진면목을 노출시켜 준다. 그런 의미에서 장제원 의원과 김기현 전 당대표의 처신을 보면 공감하는 바가 크다.

장제원 의원은 지난 12월 12일 국회 소통관에서 22대 총선 불출마 선언하는 기자회견에 이어 15일 지역구인 부산 사상구청 강당에서 가진 마지막 의정보고회에서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장 의원은 "잊혀지는 것도 두렵고 터널에 들어가 어두워지는 것도 무섭다"면서도 총선 승리를 통해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기원했다. 반면 집권여당인 김기현 대표는 지난 13일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 당대표직 사임을 발표했으며, 그 과정에서 국민의힘 당원으로부터 밉상을 받고 있는 이준석 전대표를 만나 것에 대해 비판 받고 있다.

책임 있는 정치인이라면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주변 사람들을 설득하여 한마음 한뜻으로 모을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얻어야 하며, 신뢰는 자기희생이 전제되어야 한다. 말로 떠드는 정치인은 설령 일류 평론가는 될 수 있지만 일류 정치인은 될 수 없다. 참을 수 없는 가벼운 말 때문에 기회가 오히려 위기로 작용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다음 사람을 위해 손에 쥔 권력을 놓을 수 있어야 하고, 아쉬울 때 자리를 털고 일어나야 한걸음 더 나갈 수 있다. 실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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