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야기] 재혼이 예측되는 부부간 말투
[결혼이야기] 재혼이 예측되는 부부간 말투
  • 승인 2023.12.21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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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숙 피어리 결혼정보회사 대표·교육학 박사
결혼생활 16년째만에 파경을 맞은 중년의 여성이 재혼상담을 위해 어렵게 말문을 열었다 새로운 인연을 찾는데 도움이 되기 위해 이혼사유나 성격 취향등을 상세하게 물어봤다.
체격이 작고 가녀린 모습을 한 그녀는 평소의 남편의 말투 때문에 불화가 잦았다며 파경이 된 이유를 하소연했다.. 그녀의 입을 빌리면 남편은 늘 화가 난 듯 말하고 단 한 번도 따뜻하게 칭찬이나 격려하는 적이 없다고 했다.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겠지 하고 참고 참았지만 갈수록 더 심하다고 했다. 이혼사유 중에는 성격차이, 배우자의 무능력, 폭력, 외도, 고부간의 갈등, 등 다양한 원인이 있다. 언어의 폭력도 치명적이다. 말에도 혼이 있다. 진정성이 있는 따뜻한 말 한마디는 생명력을 갖고 치유의 초능력을 발휘할 수도 있다. 하물며 가장 가까운 부부사이에 불신과 투박스러운 남편의 말투는 그녀를 서서히 병들게 했다. 그래서 그녀는 이혼을 결정한 것이다.

말이란 참으로 신기하다. 얼음처럼 싸늘하게 식은 마음을 따뜻한 말 한마디로 단번에 녹일 수도 있고 반대로 영원히 지울 수 없도록 가슴에 못을 박을 수도 있다. 한집에서 매일 함께 사는 부부간에는 더 그럴 수도 있다. 물론 부부생활의 성패는 서로 간의 이해와 존중, 갈등 관리, 공동 목표 설정 등 다양한 요소에 의해 영향을 받게 되지만 이 여성처럼 말투가 결정적인 원인이 될 수도 있다. 하루하루 크고 작은 많은 일들을 처리하고 해결하며 부부가 일상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상호 이해와 존중이 기본이 되는 의사소통은 필수적이다. 부부 중 어느 한쪽이 이러한 의사소통 구조를 계속 무시하거나 방해 또는 훼손한다면 다툼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러한 불화가 자주 이어지게 되면 결국 파국으로 치 닿을 수도 있다.

부부관계를 연구해 온 미국 워싱턴대 고트먼 박사는 부부간의 대화를 통해 부부의 10년 20년 뒤 미래를 예측해 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그는 부부가 나누는 대화를 분석함으로써 부부관계와 이혼을 예측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그는 이러한 시스템으로 한 시간 동안 남편과 아내가 나눈 대화만 분석해도 그 부부가 15년 뒤에 여전히 부부로 살지, 아니면 이혼을 하게 될지 여부를 95% 정확도로 예측할 수 있다고 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세상의 모든 부부는 대화를 하고 감정을 교류하는 과정에서 독특한 자신들만의 패턴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자세히 살펴보면 불행한 부부에게서 공통적인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선 결혼생활을 오래 지속하는 부부를 관찰해 보니, 서로 대화를 할 때 상대에 대한 긍정적 감정과 부정적 감정의 비율이 최소 '5 대 1'은 되더라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불행한 부부들은 부정적 감정의 비율이 40%가 넘었다고 했다. 특히, 불행한 부부들은 상당수는 15년 내에 이혼을 했고 이들의 대화에서는 방어적 자세, 의도적 회피, 냉소, 경멸 등이 자주 발견됐다. 그중에서 가장 심각한 요소는 '경멸'이었다. 부부 중 어느 한쪽이나 서로가 상대방에게 두 번 이상 눈알을 빠르게 굴린다거나, 어처구니없다는 식의 표정을 짓거나, 무시하는 말을 내뱉는 등 경멸의 감정의 비율이 최소 '5 대 1'은 되더라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불행한 부부들은 부정적 감정
경멸의 감정을 보일 경우 그들의 결혼은 심각한 적신호를 보인다고 판단했다. 고트먼 박사는 이처럼 부부간 대화에서 계속 상처를 주게 만드는 환경은 이혼으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지적했다.

톨스토이는 소설 안나 카레니나에서 "세상의 모든 행복한 가정은 서로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제각기 서로 다른 이유로 불행하다"라고 했다. 고트먼의 관찰에서도 이처럼 불행한 부부에게는 저마다의 불행한 공통점이 있었던 것이다.
사실 대화는 내용보다 태도가 중요하다. 어떻게 나의 메시지를 상대방에게 전달하느냐 상대방 또한 메시지를 어떤 태도로 받아들이고 반응하느냐가 대화의 성패를 좌우한다. 방어적인 태도나 회피는 물론 무시하고 경멸하는 태도의 말투는 아무리 부부간이라고 하더라도 마음의 골을 깊게 하고 상처를 줄 수밖에 없다. 똑같은 말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 말의 전달력이나 온도는 천차만별이다. 결국 따뜻하고 부드럽게 말한다는 것은 그만큼 의사소통의 품질이 높고 고급스럽다는 말이기도 하다. 부부간 일상생활에서는 대화의 내용보다는 전달방식 즉, 소통의 품질이 더 중요하다.

뉴요커들의 말버릇을 관찰한 프랑스 작가 장자크 상페는 "그들은 빤한 얘기인데도 습관처럼 상대의 말꼬리에 감탄사를 붙이고, 물음표를 달아준다"라고 했다.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며 적극적인 리액션을 해준다는 얘기다. 자신을 앞세운 대화,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 대화에서는 이런 반응을 상대방에게 해주기는 어렵다. 부드럽게 말하기, 적극적으로 들어주기가 바로 부부간의 행복한 나날을 약속해 주는 비결 중의 비결인 셈이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는 이 평범한 말이 갖는 함의가 얼마나 크고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된다. 당신이 선택한 말이 당신의 인생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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