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조선 제1검에서 ‘국힘 제1검’으로 변신한 한동훈
[데스크칼럼] 조선 제1검에서 ‘국힘 제1검’으로 변신한 한동훈
  • 승인 2023.12.26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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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삼수 서울본부장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사태에 적극 가담한 한나라당은 정치적인 위기를 맞게 된다. 이에 대한 책임으로 최병렬이 당대표직을 물러날 위기에 처했다. 17대 총선(2004.4.15) 한달을 앞두고 이상득 사무총장은 박근혜 의원에게 전화를 한다. “요번에 당대표 좀 하시죠.” 박근혜 의원은 “돈도 없고 준비된 게 하나도 없어요”라고 고사하자 이 사무총장은 “제가 다 만들어 드릴 테니까 하시죠”라며 설득했다.

당시 이상득은 잘 나가던 서울 시장 이명박을 대통령 만들기 한 몫 하던 핵심이었다. 참모는 “박근혜 키우면 이명박의 대선 출마에 라이벌이 되는데 불리한 것 아니냐”고 말렸다. 그러자 이 사무총장은 “MB 혼자 서있으면 쓰러지기 쉽다. 오히려 투톱이 되어 서로 경쟁하면서 일 해야 큰 장도 서고 국민들 관심을 받고 살 수 있다. 박근혜가 아닌 비리비리한 당 대표 하나 있고 MB만 우뚝 서면 위험하다.”

결국 총선 23일을 앞두고 박근혜가 당대표에 선출되어 총선을 지휘하게 되었다. 당초 개헌저지선까지 넘겨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121석이라는 호재를 얻었다. 이를 기점으로 박근혜는 한나라당의 유력 정치인으로 떠오르고 당권을 완전 장악하게 되었다.

22대 총선이 104일 앞으로 다가왔다. 윤석열 대통령은 당선 이후 1년7개월 17일 만에 국민의힘에서 셋방살이를 면할 승부수로 한동훈 전, 법무장관을 국민의힘 비대위 선장으로 영입했다. 한 위원장은 2020년 9월 국민의힘 출범 후 당 지휘봉을 잡는 11번째 수장이다. 국민의힘 수장 평균 수명이 3.4개월로 일용직보다 짧다. 한 위원장에게 라이벌은 탈당을 앞두고 있는 이준석 전 당대표다. 한 위원장은 이준석을 끌어들여야 된다. 그래서 투톱 체재로 가면 시너지 효과가 나게 되어있다. 세대교체도 가능하고 중도나 통합당으로 갈 수 있는 등 운신의 폭이 넓다. 한 위원장도 사는 길이다. 이 전 대표는 세 가지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 대표에서 쫓아낸 것을 ‘사과’하고 이번 총선에 ‘선대위원장’을 맡기고 ‘김건희 특검’을 받으라는 것이다. 선대위원장을 맡겨서 투톱 체재로 가야 한다. 총선이 10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선거때까지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반드시 일어난다는 것은 확실하다. 이 전 대표에게 맡기면 선거에 문제가 생겨도 이 전 대표가 책임지게 된다.

폭주 기관차를 몰고 달리듯 민주당은 김건희 특검법을 통과시킬 것이다. 민초들은 법리나 검찰 수사를 알기는 힘들다. 법률가의 눈으로 보면 거야의 무리수가 틀림없다. 민심의 풍향계는 김건희 특검을 받으라는 것이다. 여론 조사도 대통령에게 특검법 수용을 요구한다. 대통령이 어떻게 하는가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총선 최대 악재가 될 것이다. 한 위원장은 ‘독소조항’을 없앤 뒤 총선 후 추진하는 방안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을 적극 설득하면 좋은 해법이 될 것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한 위원장은 여권 부동의 1위를 이미 차지하고 있다. 차기 대통령 적합도 및 호감도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앞질렀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 위원장 45%, 이 대표 41%로 집계됐다. 당분간은 한 위원장이 컨벤션 효과로 격차는 더욱 커질 것이다. 비대위를 잘 이끌어 총선 승리 시 차기 대선주자 반열에 올라선다. ‘윤석열 황태자’에서 벗어나 엘리트 정치인으로 우뚝 설 것이다. 국힘은 이미 한차례 젊은 리더십의 실험을 한 바 있다. 그러나 이준석 리더십은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한동훈은 나이는 이준석보다 많으나 더 젊고 참신할 수 있다.

2021년 4월 재·보궐선거, 2022년 3월 대통령선거, 2022년 6월 지방선거를 거치며 국힘당은 간신히 살아남았다. 보수 정당의 3연승은 민주당의 독선과 오만이 가져다 준 것이다. 그나마 국힘이 민주당보다 나은 점은 위기의 순간에 승부수를 날리는 것이다. 과거 박근혜의 천막당사, 이준석 당 대표선출, 윤석열 대통령 후보는 모두 승부수가 통했던 일이었다. 이준석 끌어안는 승부수를 날리기 기대한다. 여당이 전투력과 정치력이 약해 비틀거려도 화살이 대통령에게 돌아가지 않았다. 앞으로 한동훈 비대위가 비틀거리면 후폭풍은 대통령에게 밀려온다. 한 위원장은 쇄신대상 ‘여의도 정치꾼’ 들을 배제하고 공천 혁명을 이루어 난파선을 잘 이끌어 나가길 바란다. 쇄신과 세대교체를 이뤄내면 역전드라마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투톱 체재였던 이명박, 박근혜의 선전으로 보수 정권 10년간 18대 총선 압승과 이명박, 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을 탄생시켰다. 한동훈 비대위원장과 이준석 전 당대표도 한솥밥 먹으며 경쟁해 보수에 새 바람을 일으켜야 한다. 당도 살고 두 사람도 사는 길이다. 자신의 살을 내어주고 나의 뼈를 지킨다는 사무라이 명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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