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청년입니다] 권용인 팜앤키친 라비브 대표...대기업 다니던 평범한 가장, 과학 크리에이터 변신 ‘제2의 인생’
[나는 청년입니다] 권용인 팜앤키친 라비브 대표...대기업 다니던 평범한 가장, 과학 크리에이터 변신 ‘제2의 인생’
  • 윤덕우
  • 승인 2023.12.26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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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가 만든 모범답안 따라서
쫓기듯 바쁘게 살아온 권 대표
문득 꿈도 가족도 멀어짐 느껴
가족과 자신의 행복 위해서
퇴사 후 김천서 창업 도전
스마트팜서 재배하는 식물들
엽록소 관찰하고 실험하는 재료
어린이 베이킹클래스 운영하며
주방서 만나는 과학 원리 설명
권용인대표2
권용인 대표가 쿠킹 클래스에서 요리수업을 하고 있다.
 
권용인 대표1
권용인 대표

◇ 가족의 성장과 본인(아버지)의 성장이 함께 할 수 있는 문화

얼마 전 한 유명 강사는 마흔 수업이라는 책을 출판하면서 현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40대들에게 의미 있는 충고를 했다. 40대는 계속 성장해야 하는 나이이기 때문에 교육 투자에 있어서도 자녀와 대등한 수준으로 밸런스를 맞춰가며 계속해야 한다는 충고였다. 이해되고 공감되는 말이었지만, 누군가에게는 낯선 충고였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돌이켜 보면 80~90년대를 살아오신 우리네 아버지 어머니들의 삶은 자식들을 위해 서치라이트 역할을 자처해 온 삶이었고, 그런 모습을 보며 자라온 청년세대는 ‘모’ 아니면 ‘도’를 선택하고 있기에 생각의 전환을 가져올 수 있는 충고라는 생각이었다. 여기에서 필자가 생각하는 ‘모’ 아니면 ‘도’의 의미는 자녀교육을 포함한 양육태도 및 가치관이다. 아버지 어머니 세대의 시대상은 현재와 분명히 다르다. 자신의 성장보다는 자녀의 성장에 더 큰 무게 중심을 두었던 세대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는 다르다. 물론, 그때의 그 모습을 그대로 답습하고 아버지 세대가 만들어낸 길을 고수하는 (청년)부모도 있다. 그러나 최근, 젊은 부모세대를 중심으로 자신과 가족 구성원의 동반성장이 행복한 가정을 만드는 지름길이라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경북 김천에서 만난 권용인 대표는 ‘가족의 성장과 본인의 성장이 동반성장해야 행복한 가정을 완성 할 수 있다’는 점을 깨닫고, 가족과 함께 서울에서 김천으로 귀촌하여 창업했다.

“저는 전수자로서의 아버지를 꿈꿉니다. 가족과 함께 행복한 아버지의 모습, 미래를 스스로 개척해 나가는 아버지의 모습이야 말로 불확실한 미래의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알려줄 수 있는 확실한 교육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노력은 멋 훗날 저희 아이들이 어른으로 성장 했을 때 긍정 심리자본을 갖게 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공학도 → 대기업 임직원 → 공학자로서의 꿈을 꾸다

어린 시절, 과학을 유난히도 좋아했던 권용인 대표는 과학자가 꿈이었다. 그리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공학계열의 명문대 반열에 있는 대학에 진학했다. 그리고 거기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하게 됐다. 대학진학 직후에는 하루하루 매 순간이 꿈만 같았다고 회상했다. 좋아하는 화학공부를 마음껏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고 덧 붙였다. 그러나 취업준비를 시작하면서부터 좋아하는 공부만 해서는 성인으로서 경제적 자립이 어렵다는 현실을 직시하게 됐고, 그렇게 공학도로서의 꿈을 서서히 접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리고 어린 시절부터 그래왔듯 우리 사회가 만들어낸 모범생의 틀 안에 스스로를 가뒀고, 그렇게 15년 이상의 시간을 보내게 됐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 흘러간 시간들은 모든 순간들이 순식간이었던 것 같아요. 돌이켜 보면 행복한 순간들도 있었지만 행복이라는 걸 느껴볼 새도 없이 빠르게 그냥 지나간 시간들이 더 많던 것 같거든요. 저는 우리 사회가 만들어낸 모범생 그 자체였어요. 고등학교 때는 상위권 성적을 유지해서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고, 대학 졸업 후에는 대기업에 입사해 착실하게 적금을 붓다가, 적절한 나이에 사랑하는 피앙세를 운명처럼 만나 결혼했거든요. 어찌 보면 제가 제 삶을 위해 개척해 낸 시간들이 아닌 우리 사회가 만들어낸 모범답안을 따라가는 삶이었는지 모르겠어요. 그렇다 보니 항상 바빴고 ‘날 위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할지 생각할 시간은 없었죠.”

대학을 졸업하고 선택한 진로는 안타깝게도 전공(과학) 분야가 아니었다. 어린 시절 숫하게 듣던 질문인 ‘네 꿈은 뭐니?’와는 정 반대의 길에서 미래를 다시 설계해야만 했다. 그렇게 권대표는 한 대기업에서 영업 관리 직무를 10년 이상 이어오게 됐다. 성인으로서 나와 내 가족을 위해 책임을 다하기 위한 선택이었기 때문에 그 무렵 그 선택에 대해서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부모님으로부터 경제적 자립을 위한 선택이었고, 사랑하는 피앙세와 가정을 꾸리기 위한 선택이었기 때문에 후회는 없었다고 말이다.

30대 중반이 되었을 무렵, 아이들의 성장을 지켜보는 과정에서 행복하지 않은 자신을 발견하게 됐다고 말했다. 사회생활에 쫓겨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은 턱없이 부족했고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한 만큼 아내와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커져갔던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을 갓 졸업했을 무렵, 화학을 전공하고 선택할 수 있는 진로는 제한적이라고 생각했어요.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경제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는 프레임 자체를 선택하는 것 외에는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과학의 원리가 흥미롭고 화학실험이 재미있었지만 경제활동을 위한 진로를 선택해야 하는 순간에는 더 이상 재미있지 않았어요. 80년대생인 저는 생각 자체를 자유롭게 펼쳐낼 심리적 자본이 부족했었던 것 같기도 해요. 하지만 10년 이상 사회생활을 하면서 깨달았어요. 생각의 차이가 다름을 만들어 내고, 재미있는 일을 계속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줄 수 있다는 걸 말이죠. 그래서 저는 제 스스로 저만의 일을 다시 찾아보기로 했죠.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도 확보하고, 제가 원래 꿈꾸던 공학도로서의 꿈도 다시 찾기로요. 그렇게 저는 대기업을 퇴사하고 1년 전 김천에서 창업을 하게 됐습니다.”

◇ 과학의 원리를 일상에서 재미있게 알려주는 크리에이터로서의 미래를 가족과 함께 설계하다

권대표를 만난 곳은 경북 김천에 위치한 농협 건물 2층이었다. 입구에는 스마트팜을 통해 재배되고 있는 녹색 식물들이 위치해 있었다. 안쪽으로는 베이커리 카페와 조리 실험 공간(쿠킹 클래스 강의실)으로 이어지는 통로가 있었다. 표면적으로는 농협과 연계된 여느 로컬카페처럼 보였다. 그리고 요리실습을 할 수 있는 복합문화 공간으로 보였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공학도의 철학이 곳곳에 녹아있는 실험공간이었다.

“스마트팜을 통해 재배되고 있는 녹색의 식물(바질, 시금치 등)은 엽록소를 관찰하고 실험할 수 있는 재료가 된답니다. 녹색 채소에는 엽록소라는 화합물이 있어요. 엽록소는 마그네슘 이온이 결합하고 있는데, 삶거나 데치는 과정을 거치면 이 금속이온이 빠져나오면서 신선한 녹색은 사라지고 누런색으로 변해요. 이때 소금을 넣으면 맛에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끓는점에도 영향을 미쳐 채소에서 나오는 산성분을 묽혀 반응을 감소시켜요. 이 공간은 이러한 원리를 한 번에 설명할 수 있는 탁월한 동선을 가지고 있죠.”

권대표는 현재 카페 좌측공간의 조리실험 공간에서 초등학생 이하 어린이들을 위한 베이킹 클래스를 주로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진짜 하고 싶은 일은 과학을 알기 쉽게 풀어내며 설명해 주는 크리에이터로서의 삶을 꿈꾼다고 말했다.

“교실에서 배우게 되는 화학의 원리를 일상생활에서 배우면 훨씬 더 흥미롭고 재미있거든요. 베이킹 과정에도 여러 가지 화학 원리가 녹아있어요. 이런 원리를 어릴 때 깨우치게 되면 과학에 흥미를 갖게 되는 아이들이 늘어나게 되겠죠? 아직은 지역사회에서 ‘팜앤키친 라비브’라는 브랜드를 공고히 하고, 대상을 세분화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기 위해 여러 가지 테스트를 이어나가고 있는 중이지만 궁극적으로 제가 하고 싶은 일은 주방에서 만들어지는 과학의 원리를 재미있고 즐겁게 풀어낸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거예요. 과학의 원리는 교실에서 배우는 게 아니에요. 일상생활에서 배워야 이해도 쉽고 응용력도 더 커질 수 있어요.”

권용인 대표는 말한다. ‘대기업에 다닐 때에 비해 경제적으로 많이 힘들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사랑하는 가족들의 지지 속에서 어릴 적 꾸던 꿈을 다시 꾸게 되어 행복하다’고 말이다. 그리고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진 현실이 자신의 삶을 더 풍성하게 만들어 주고 있다’고 말이다. 저출생으로 인해 한국은 소멸위기에 직면해 있다. 전문가들은 청년들이 아이를 낳지 않아서 빚어진 문제라고 진단한다. 아이가 태어나지 않는 현상에 주목하여 현재 빚어지고 있는 모든 사회적 문제의 책임을 청년에게 전가시킬 것이 아니라 현실 청년들이 어떤 생각으로 무엇을 포기하고, 체념하고 살아가는지 면밀히 살펴보고 이에 따른 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두 아이의 아버지인 권용인 대표의 선택은 가히 파격적이었으며, 소신 있고 용기 있는 선택이었다. 공학자로서, 크리에이터로 새롭게 성장하게 될 권용인 대표의 도전에 큰 박수와 응원을 보낸다.
 

 

이미나 (청년활동연구가·교육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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