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칼럼] 586운동권으로부터 얻는 교훈
[수요칼럼] 586운동권으로부터 얻는 교훈
  • 승인 2024.01.02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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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광 대구경북소비자연맹 정책실장·경제학 박사
미국 테슬라의 최고경영자인 일론 머스크가 2023년 마지막 날인 31일에 소셜미디어 엑스에 올린 한반도의 야간 위성사진이 큰 관심을 끌고 있다. 머스크는 이 사진에 “미친 아이디어: 한 국가를 자본주의와 공산주의로 반씩 나눠 70년 후의 모습을 확인해보자”라는 문구를 달았다. 3·8선을 중심으로 이남 지역은 대부분 불빛으로 밝은 반면 이북은 평양으로 보이는 극히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짙은 어둠에 잠겨 있는 모습이 대조를 이룬다. 경제난에 시달리는 북한의 심각한 전력 상황을 보여주는 이 사진을 통해 1950년 한국전쟁 이후 약 70년 만에 완전히 달라진 남북한 상황을 보여주려 했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해방 정국 하에서 극심한 혼란을 겪었던 남과 북은 각각 단독 정부를 수립하면서 체제 경쟁에 돌입했다. 산업화 이전시기 남한의 경우 주로 일차산업이 주력이었다. 또한 오랜 농경문화 속에서 형성된 사농공상의 계급적 이념으로 인해 1960년대 말까지도 자본주의 경제로의 이행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1970년대에 중화학공업을 중심으로 한 산업화에 성공함으로써 2020년 기준 1인당 GDP가 3,729만원 수준에 도달했다. 반면 공산주의 체제를 받아들인 북한은 해방 직후 비료공장, 풍부한 전력과 지하자원 등 남한에 비해 훨씬 유리한 경제 조건에도 불구하고 지구상 최빈국의 하나로 추락하면서 같은 해 1인당 GDP는 137만원으로 남한의 1/27에 불과했다.

경제성장은 화려한 빛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이면에 짙게 드리워진 소득 불평등과 지역 불균형은 민주화 운동의 시발점이 되었다. 특히 80년대 학생 운동을 이끌었던 소위 586운동권 세력이 정치권 전면에 나서면서 큰 변화를 가져왔으며, 우리나라 민주화에 일정 부분 기여한 면도 부정할 수는 없다. 반면 이들은 그동안 ‘을’로서 맺힌 한과 설움을 법과 제도라는 정책으로 풀어 나갔다. 오랜 세월동안 인류의 삶의 일부로 체화된 인간의 본성을 무시하고 추진한 경제 민주화는 오히려 불평등을 심화 시켰으며, 한때 사회적 약자였던 노조 집행부는 기업과의 공진화 보다는 정치투쟁을 본업으로 삼는 괴물로 변모했다.

왜 586운동권은 이렇게 변했을까? 이들은 실용주의 보다는 민주와 평등이라는 단어에 포획된 나머지 지난 30년 동안 포퓰리즘으로 질주했다. 또한 법과 제도를 통해 기업가나 전문가 위에 군림하면서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기 보다는 지적질만 하면서 스스로 꼰대가 됐다. 그 결과 정치적 과오나 정책적 오류를 인정하고 반성하기 보다는 30년도 더된 역사적 사건을 소환하여 고장난 레코드처럼 틀면서 스스로 위로 하는 실수를 범했다.

이처럼 한때 촉망받았던 586운동권 세력이 정치개혁과 세대교체의 대상이 된 원인은 아마도 이들이 가진 폐쇄성과 경제의 정치화가 아닐까 한다. 먼저 폐쇄성이다. 역사적으로 대부분의 사회는 다른 사회와 지리적으로 이웃해 살면서 필요한 상품을 수입하거나 문화적 연대를 공고히 하기 위해서 우호적인 이웃에 어느 정도 의존했다. 그러나 이들은 정치적 위기 때 마다 이웃 일본을 과거의 나쁜 이미지에 고착하여 배척함으로써 스스로 고립을 선택하였다. 오늘날 한류 열풍을 일으킬 수 있었던 것은 이웃 나라들과 교류의 결과이다. 이웃과의 교류는 앞선 문화에 동질화되어 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고유성과 차별성이 부각되면서 한류 열풍의 원인이 되었다는 사실을 인식할 필요성이 있다.

두 번째는 경제의 정치화다. 벤처기업의 효시라 할 수 있는 15세기 대항해 시대를 열었던 것은 나침판과 지도 그리고 대형 선박의 건조 기술 등 과학의 발달이었지만, 그 이면에는 베니스 상인의 독점을 타도하기 위함이다. 또한 백만 개의 아이디어가 사업화하여 코스닥 시장에 상장할 수 있는 기업은 몇 개 안되지만 끊임없이 도전하는 이유는 성공했을 경우 얻는 기대수익 때문이 아닐까 한다. 따라서 차별적인 인센티브는 사람들로 하여금 산도 움직이게 할 수 있는 힘이 될 수 있다는 행동경제학자들의 주장은 이해가 된다.

정치는 경쟁에서 탈락한 사람들을 어루만져 주는 것이며, 제도적으로 많이 보완되었다. 여러 가지 단점 때문에 성공한 제도를 버리고, 일부 장점 때문에 실패한 제도를 도입하여 성공 신화로 만드는 것은 잘못이다. 좋으나 싫으나 30여년 동안 함께 했던 586운동권을 비판하는 것은 쉽지만 이들의 경험을 통해 무엇을 배울 것인지 깊이 생각할 필요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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