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칼럼] 사기범죄가 더 나쁜 이유
[수요칼럼] 사기범죄가 더 나쁜 이유
  • 승인 2024.01.09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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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원 ㈜데씨제 대표, 인간공학박사
개인적으로 사기범죄를 가장 나쁜 범죄 중의 하나라 생각한다. 그 이유는 금전적 피해뿐만 아니라 사람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 가치인 믿음과 신뢰마저 손상시키기 때문이다. 만일 사기범죄가 지속해서 늘어나게 되면 아마도 우리는 믿음과 신뢰가 사라진 세상을 살아야 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기범죄에 대한 처벌은 죄의 무게에 비해 매우 가볍다고 생각한다.
인간 사이의 믿음과 신뢰는 분명 좋은 것이며 아름다운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믿음과 신뢰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상처와 배신감은 필히 함께 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믿음과 신뢰에 대해 제대로 알 필요가 있다.
먼저 믿음이나 신뢰는 목적이나 의도성을 동반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세상을 살아가다보면 나에게 호감과 친근감을 표시하고, 나를 위해 간 쓸개도 빼줄 것처럼 다가오는 사람이 있다. 참으로 고마운 사람이다. 누구든 그런 사람에게 어찌 호감이 가지 않으랴! 하지만 고맙다고 호감이 간다고 해서 믿어도 된다는 공식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고마운 건 고마운 것이고 호감 가는 것은 호감 가는 것일 뿐이다. 만일 그 사람이 어떠한 의도나 목적으로 나에게 잘해주는 것일 수도 있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은 이유 없이 호의를 베풀지 않는다.
진정한 신뢰는 친근감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호감을 산다고 해서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신뢰는 바다 위에 떠 있는 배와 같은 것이다. 어딘가의 목적지를 두고 다니는 배가 아니라 그냥 떠 있는 배다. 함께 같은 바다에 떠 있다가 보면 같은 태풍을 만날 수도 있고, 서로에게 도움 아닌 도움을 주고받을 수도 있다. 신뢰는 그렇게 생겨난다. 따라서 믿음과 신뢰는 자연스러운 것이다. 내가 그 사람에게 신뢰를 가져야겠다고 해서 가져지는 것도 아니고, 상대방이 나를 믿어달라고 아무리 외친다 한들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이 법칙을 스스로 깨트리는 경우가 많다. 그런 경우는 대부분 믿음이 생겨서 신뢰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믿고 싶어서 신뢰하는 것이다. 하지만 믿고 싶은 본인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여전히 그건 진정한 신뢰가 아니다.
예를 들어, 금융사기를 당하는 사람들 중 대다수는 자신이 그곳에 투자하면 커다란 수익을 올릴 것이라 믿는다. 하지만 그것은 내가 믿고 싶어서 만든 신뢰의 환상이지 진정한 신뢰가 아니다. 사기꾼들은 이 점을 노리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기꾼들은 친근하게 다가와 환심을 사고, 자신의 의도와 목적을 위해 결국 그를 이용한다.
뿐만 아니라 신뢰는 말이 아니라 오랜 시간동안의 행동에서 파생되는 것이다.
누구나 한번쯤은 자신의 말을 믿어달라는 상대를 만나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 결과는 어떠했는가? 대부분 뒤통수를 맞았을 것이다(그렇지 않은 사람도 분명 존재한다). 그리고 상대방은 이런 저런 변명이나 핑계와 함께 또 다른 믿음을 강요한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은 그 사람을 또 믿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이미 발생한 손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구가 강하기 때문이다.
사람은 원래 손실을 탈출하려는 욕구가 이익을 지키려는 욕구보다 강하다. 그렇기에 도박에서 돈을 잃은 사람들은 더 많은 베팅을 하게 되고, 주식투자로 돈을 잃은 사람 또한 더 공격적인 투자를 하는 것이다. 사기꾼에게 이미 일정 금액의 돈을 잃게 되면, 그 손해를 회수하려는 욕구가 강하게 작용한다. 당신의 마음속에서는 이미 신뢰를 잃어버린 사람이라는 외침이 있을 수 있겠지만, 이 외침보다 상대방이 말하는 그 말을 더 믿고 싶어 하는 것이 사람의 심리이다.
이 모든 것은 상대방의 말을 믿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진정한 신뢰는 말이 아니라 그 사람의 오랜 시간 동안의 일관된 행동에서 발생한다. 잘 모르는 사람이 '나를 믿어 달라'고 외친다고 해서 신뢰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신뢰는 그런 곳에서는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다. 신뢰는 일관된 상대방의 행동에서 그리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부터 만들어지는 것이다. 만일 상대의 행동의 일관되지 않는다면 그를 신뢰하지 말아야 한다.
서로 믿고 신뢰하는 세상이 되기를 희망하면서도 아무나 신뢰하고 믿을 수 없는 이 현실이 가슴 아프다. 그러나 최근 화려한 언변이나 거짓된 겉모습을 토대로 상대를 속이는 범죄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들을 무겁게 처벌하고, 모든 사람들이 그런 얄팍함에 피해를 보지 않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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