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칼럼] 현직 검사 총선 출마 논란
[목요칼럼] 현직 검사 총선 출마 논란
  • 승인 2024.01.10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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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형 객원논설위원, 행정학 박사
오는 4월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출마 의사를 내비치고 있는 검사 출신 출마자가 50여 명으로 역대 최대 규모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부에서는 재직시 정치적 중립이 요구되는 검사들이 대거 출마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으나, 재직시 정치적 중립이 요구되는 것은 비단 검사들뿐만 아니라 모든 공직자에게 해당한다. 그런데 왜 검사들에 대해서만 비난이 제기되느냐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아마 그것은 검사들이 가지고 있는 권력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최근 현직 중견 검사가 총선에 출마하기 위하여 사표를 내자 이원석 검찰총장은 이를 수리하지 않고 추가 감찰과 징계를 지시하고 좌천성 인사를 단행했다. 이 총장은 “총선을 앞둔 시기에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하거나 의심받게 하는 행위는 용납될 수 없다”라며 “정치적 중립과 관련해 문제가 되는 행위를 한 점에 대해 엄중한 감찰과 징계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여기서 정치적 중립과 관련해 문제가 된 행위란 한 검사는 국정감사장에서 추석 때 고향의 지인들에게 총선 출마를 암시하는 부적절한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 때문에 파장을 일으켰던 것을 말하고, 또 다른 검사는 총선 출마와 관련해 외부인과 부적절한 접촉을 한 의혹을 말한다. 이들 외에도 현재 재판을 받고 있는 이성윤 전 서울고검장과 신성식 전 수원지검장도 사표를 내고 총선 출마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물론 검사도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피선거권이 있는 이상 지지하는 정당이 있을 수 있고, 정치적 소신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 같은 소신이 현직에 있는 동안 내면에 머무르지 않고 외부로 드러나서는 안 된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수사기관으로서 중립성과 공정성을 유지해야 하는 검사가 현직에 있으면서 총선 출마를 염두에 두고 공천 받고자 하는 정당과 관련된 사건 처리 과정에서 공정성을 상실하거나, 정권에 대한 반발하는 모습을 통해 핍박받는 모습을 표출한 후 사직하고 출마하는 행위를 드물지 않게 보아 왔다.

이러한 행위는 ‘검사가 재직 중 국회 또는 지방의회 의원이 되는 일, 정치운동에 관여하는 일을 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고 있는 검찰청법과 검사윤리강령 제3조의 정치운동 관여 금지 조항, 국가공무원법 제65조가 정한 공무원의 정치운동 금지 조항을 위반하는 것으로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현행법 체제하에서는 현직 검사들의 총선 출마를 막을 방도는 없다. 즉 대법원이 ‘공직선거 출마의 자유’에 방점을 둔 판결로 사표가 수리되지 않아도 총선에 출마할 수 있다’ 판결했기 때문이다. 즉 지난 2021년 현직 경찰의 신분으로 제21대 총선에 출마해 국회의원에 당선된 황운하 민주당 의원의 당선무효 소송에서 대법원이 “공무원이 공직선거의 후보자가 되기 위해 법이 정한 기한 내에 사직원을 제출했다면 그 수리 여부와 관계없이 사직원 접수 시점에 그 직을 그만둔 것으로 간주된다”라며 사직원이 수리되지 않은 공무원의 정당 가입과 후보 등록이 가능하다고 판단한 바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검사 출신의 국회 진출 자체는 문제는 아니다. 법률을 제정하는 입법기관에 법을 공부하고 법과 관련된 일을 오랜 기간 직업으로 삼았던 검사가 입성하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현역 의원 중에도 검사 출신 의원이 많다. 문제는 검사가 현직에서 물러나기 전에 자신의 정치적 편향성을 드러내거나, 현직에 있으면서 나중에 정당 공천을 받아 정계에 진출할 목적으로 총선 출마를 준비하는 등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받을 행동을 하는 것이다. 따라서 정치적 중립과 독립이 특히 요구되는 검사의 사직 후 곧바로 총선 직행을 막기 위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2020년 현직 검사가 퇴직한 후 1년 동안 공직 후보자에 출마하는 것을 제한하는 이른바 ‘검사 출마 제한법안’(검찰청법 개정안)이 발의되었으나 아직까지 국회에 계류 중이며, 아마 21대 국회가 끝나면서 자동 폐기될 것이 유력하다.

이와 같이 재직 중 정치적 중립성을 지킬 책무가 있는 모든 공직자 가운데 왜 유독 검사들에게 현직에서 물러나 곧바로 총선에 도전하는 것에 대해 비난이 제기되는지는 검찰 스스로 돌아보아야 할 일이다. 현직에서 물러나기 전까지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받을 행동을 하지 않아야 할 책무를 다해야 하는 것은 검사 개인의 몫이고, 이들에 대한 옥석을 가려내는 일은 유권자의 몫이다. 국민들의 냉철한 판단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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