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의 인문학] 현대인의 정신고통 보고서
[치유의 인문학] 현대인의 정신고통 보고서
  • 승인 2024.01.11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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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삼 대구한의대 교수
얼마 전 부부가 상담을 왔다. 부부 한쪽의 지독한 집착 문제 때문이었다. 쉬운 말로 그러한 증상을 의부증, 의처증이라 부른다. 상담사들이 제일 힘들어하는 상담케이스이자 가장 회피하고 싶은 내담자이기도하다. 100미터 달리기 10번 할래? 의처증, 의부증 상담 할래? 라고 물으면 대부분 상담자들은 100미터 달리기 10번을 선택한다.(웃음) 그만큼 감정소비가 많은 상담케이스라는 뜻이다.
부부의 심리치료실 방문은 말기암환자가 병원을 찾는 그 정도 상태가 되어 찾아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짧게는 그 증상이 2~3년, 많게는 20년 이상도 있다. 이걸 몇 번의 상담으로 정상으로 돌려주길 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때 상담사의 직업은 아늑한 상담 공간 속 극한직업인이 된다. 수년에서 수십 년 화석처럼 굳어 일종의 자기최면에 걸려버린 왜곡된 신념을 바꾸는 작업은 정말 어렵다.
이런 다양한 케이스를 오랫동안 상담하다보면 사람들이 정신적으로 힘들어하는 일종의 게놈(Genome) 지도 같은 것이 보인다. 혼자 있는 사람은 자신 상처의 이름을 고통이라고 하지 않고 외로움이라고 표현한다. 고통은 타자와의 갈등이 만들어낸 상처이며 외상의 다른 이름이다. 그래서 고통을 따라가면 반드시 상대가 있다. 바꾸어 말하면 상대가 없으면 고통도 없다. 상대로 인한 고통은 두 가지다. 하나는 쓰레기(부정감정)를 안고 사는 고통이고 또 하나는 집착의 고통이다. 모두 상대로 인해 생기는 고통들이다. 상대로 인해 고통 받고 그 고통을 또 다른 상대에게 치유 받는 우리는 그런 요지경 속에 살고 있다.
다시 부부 상담으로 돌아 가보자. 며칠 전에 방문한 K씨는 배우자의 문자를 우연히 본 후 고통이 시작되었다. 물론, 배우자가 오해를 살 만한 내용이었지만 가볍게 넘기면 얼마든지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문제는 그 이후 K씨는 자신이 만든 환상 속에서 스스로를 지옥에 가두고 살았다. 스스로에게 가한 자상은 몸과 마음에 엄청난 상처를 남겼다. 또한 그 상처의 배만큼 상대는 물론 가족들에게도 몸과 마음에 상처를 주었다. 슬기롭지 못한 대처지만 감정이 이성을 삼킨 상태여서 부부간 신뢰의 선은 한참을 넘겼다. 선을 넘기 전 필자의 글을 성경처럼 불경처럼 읽고 대화를 이어나갔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판도라 상자를 열어본 대가는 참혹했다.
상담을 하면서 누군가를 오랫동안 미워하는 사람과 상대의 잘못을 습관적으로 지적하는 사람들의 특징은 미워하는 대상보다 자신들이 더 많은 상처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자신만 모른다는 것이다. 특히, 부부가 그렇다. 오래된 부부의 졸혼. 젊은 부부의 빠른 이혼에는 상대방에 대한 실망이 그림자처럼 깔려있다. 사람이 누구를 만나면서 내가 먼저 희생하고 양보해서 저 사람과 행복하게 살아야지 하는 마음을 갖고 사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성적 호기심과 성적 호기심이 첫째고 두 번째가 내가 덕 보려는 숨겨진 욕망이 두 번째고 세 번째가 자기희생이다. 즉, 상대에게서 나의 기대치가 무너지는 순간 우리의 고통은 시작된다. 그 고통의 끝이 졸혼이고 이혼이다. 이혼의 끝에는 은연중 인간의 이기심이 숨어있다. 집착, 욕심, 이기라는 쓰레기를 비우지 못하는 한 우리는 스스로 내 욕망이 타자의 욕망을 삼키는 괴물, 가오나시가 된다. 이것이 사람들이 겪는 첫 번째 고통이다. 쓰레기를 적시에 비우지 못하는 사람들은 고통의 일상이 하루하루가 지옥이다. 그런 사람들이 가장 즐겨보는 TV프로가 <나는 자연인이다>이고 그걸 실천하시는 분들이 자연인이다. 고통의 대상을 없애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뜻이다.
두 번째 고통은 지독한 과거의 집착이라는 이름의 괴물이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과거의 집착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결코 과거를 바꿀 수 없다는 걸 알지만 과거로부터 한걸음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살면서 한 번도 상처를 받지 않고 사는 사람은 없다. 같거나 유사한 혹은 전혀 다른 상처와 아픔을 맞으며 우리는 오늘을 견디며 산다. 조금 덜 아픈 사람들이 조금 더 많이 아픈 사람들을 보듬으며 살아가는 것이 어쩌면 우리들의 삶인지 모른다. 집착을 걷어내는 것도 엄청난 용기와 도전이 필요하다.
내 속에 품고 사는 수많은 쓰레기(부정감정)와 과거의 집착은 엄청난 요요능력을 갖고 있다. 이 엄청난 요요현상을 끊어내는 유일한 방법은 딱 3가지다. 첫째는 행복의 씨앗을 뿌리는 행동이고 둘째는 긍정훈련이고 셋째는 몸에 집중하는 일이다. 첫째와 셋째는 몸의 실천이고 둘째는 마음의 실천이다. 부정감정과 집착의 증상은 대부분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에게 많이 보이는 일반적 감정이다. 그래서 행복의 씨앗을 뿌리는 행동은 가장 빠르게 나의 자존감을 회복하는 길이다. 누군가를 도우는 일. 누군가에게 기쁨을 주는 일. 이런 일들이 모이면 부정감정이 사라지고 행복한 감정이 올라온다. 행복한 감정은 나의 무의식을 긍정의 에너지로 바꾼다. 거짓말 같다면 한번 실천해보라. 당신이 생각하는 그 이상으로 감동 지수가 높아질 것이다.
'집착'의 사전적 의미는 '잡고' '붙다'라는 의미로 '성가시다'라는 부정의 의미가 깔려있다. 그래서 집착의 반대는 사랑이라 부른다. 사랑은 배려와 이해가 포함되어 있는 감정인데 반해 집착은 이기심이 포함되어있다. 집착을 사랑으로 부르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그래서 연인들에게 고통이 많은가보다. 몸에 집중하는 훈련은 신경을 다른 곳으로 채널을 바꾸게 하는 가장 건강한 방법이다. 당신이 좋아하는 만들기 작업에서부터 요가와 등산하기 등 몸으로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많다. 생각의 채널을 바꾸는 작업은 앉아서는 절대 안된다.
'누우면 죽고, 걸으면 산다'는 간단한 원리는 몸과 마음을 동시에 치료하는 최고의 명언이다. 마음의 쓰레기를 버리고 집착을 끊는데도 용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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