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21C, 처세와 겸손의 상관관계
[대구논단] 21C, 처세와 겸손의 상관관계
  • 승인 2024.01.21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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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규 행복학교 교장
‘처세(處世)’의 본래 뜻은 ‘사람들과 사귀며 살아간다는 뜻,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처세’는 ‘인생’이다. 종교와 철학이 더는 현대사회 당면 과제를 해결하기 버거운 시대, 잘 살아가기 위해 개인이 선택해야 하는 그 무엇이다. 이 때문인지 처세라는 화두는 문명의 탄생부터 시작되었고,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스테디셀러에 빠지지 않는 주제이기도 하였다. 쉬울 것 같지만 참으로 어려운 문제라 인생의 황혼기에서도 아직 정립되지 못한 사람이 의외로 많다. 이번 주는 처세와 겸손의 상관관계에 대하여 생각해보고자 한다.

먼저 내가 나를 어떻게 규정하고 대하느냐에 따라 세상 사람들 역시, 같은 수준으로 당신을 대함을 기억하자. 예로부터 겸손을 미덕으로 삼은 우리나라이지만 세월이 흐르고 시대가 변해감에 자기 PR이 필요하다고도 한다. 그래서인지 겉으론 화려한 이력을 갖추고 있는 것 같지만 몇 마디 이야기하다 보면 쉽게 속이 들여다보이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와 반대인 사람들도 있다. 충분한 자질과 경험이 있으면서도 너무 과도한 겸손으로 오히려 자신을 평가절하시키는 사람들이다. 있는 사실에 근거하여 그대로만 보여주면 좋을 세상, 때로는 너무 잘난척하거나 비굴할 정도로 자신을 낮추는 사람의 근본은 어떠할까?

사람마다 자라온 환경이 저마다 다르기에 자극에 대한 반응 역시 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한 가지 기억해야 할 처세가 있다면 중용(中庸)이다. 중용은 사서오경에 속하는 경전 중 하나로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지녀야 할 자세와 태도를 제시하였다. 영어로는 Doctrine of the Mean, Middle Way, 즉 중도를 지킨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겸손 역시 너무 지나칠 정도가 되어서는 안 된다.

오래전 선비가 존중받던 시대에서는 삶에서 멈춤이 미덕이었다. 그래서 나를 돌아보고, 주위 사람들과의 거리도 돌아볼 시간이 분명 존재하였다. 그러나 요즘 시대, 영화 한 편도 다 보지 않고 요약본이 더 유행하는 분초 시대에 사는 우리이기에 남들이 알아서 대해 줄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럴 시간도, 마음에 여유도 현대인들에게는 없다.

많은 경험으로 주변 사람들을 성심껏 도와주는 중소기업 대표 A씨, 평소 조용한 성격에 말보다 행동으로 답하는 사람이라 개인적으로 좋아한다. 그런 그가 가끔 이런 말을 하곤 한다. “잘해주니, 그것이 당연한 권리인 줄 알고, 계속 요구만 하네요, 내가 준 것을 돌려받을 받을 마음은 없어요, 하지만 최소한 고마워할 줄 알았으면 좋겠네요” 이렇게 말하는 그의 눈빛에는 주위 사람들에 대한 아쉬움이 담겨 있었다.

그런 그를 떠올려보면 그에게서도 한 가지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누구를 대할 때 자신의 존재감을 잊고 대하는 것이다. 충분히 위엄 있게 말해도 될 자리에서 그는 상대를 존중한다는 의미에서인지 마치 순진한 학생처럼 행동하였다. MOU, 사업 전 작성하는 양해각서를 쓰는 자리이면 동격으로 사업 파트너로서 인사하는 자리, 하지만 그는 겸손이 지나쳐 스스로를 하청업체 대표인 것처럼 말하고 행동하고 있었다. 첫 만남, 첫 이미지에서 이미 그는 스스로로의 위치를 만든 것과 다름이 없었다.

말하지 않아도 다 알아서 대해 줄 것이라는 착각 속에 살면 안 된다. 갓 태어난 아기도 울어야 밥을 주듯이, 사랑도 표현해야 하고, 사업도 의견을 제대로 낼 줄 알아야 한다. 겸손하지 못한 무례함을 의미하는 것이 아님을 기억하라, 우리에게는 표정을 지을 수 있는 얼굴이 있고, 의사를 전할 할 수 있는 말과 글이 있다. 그러함에 적절한 표현은 자신을 지키는 길이다.

잘해주고도 싫은 소리 듣는 사람들의 공통점을 보면, 대부분 마음이 여린 사람들이다. 측은지심에서 시작되어 주변 사람들을 도와주지만, 시간이 흐름에 힘이 부칠 때도 있고, 환경이 바뀌고 관계도 변할 수 있다. 그렇지만 그들은 초심(初心)대로 해야지만 관계유지가 가능하다 믿고, 자신이 나쁜 사람이라는 누명을 쓰지 않으려 전력투구한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결국 도움이 끝날 시간이 오면 상대는 오히려 난색을 보인다. 과연 누구의 잘못인가? 내가 더 나를 존중하고 아끼었다면 그리고 나의 마음 중심에 내가 있다면 적절한 표현으로 타인과의 관계도 달라졌을 것이다.

21세기 처세는 사람을 사귀며 살아가는 것, 하지만 중용의 도(道) 안에서 사람을 만나고 인생을 그려나가야 할 것이다. 너무 겸손하지도, 너무 거만하지도 않은, 자신에게 무게중심을 둔 타인과의 적절한 관계유지가 필요한 시대에 살고 있지 않은가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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