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수석의 통상이야기] 한-네덜란드 ‘반도체 동맹’의 의미와 향후 전망
[손수석의 통상이야기] 한-네덜란드 ‘반도체 동맹’의 의미와 향후 전망
  • 승인 2024.01.31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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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수석 경일대학교 국제통상학전공 교수
작년 12월 13일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은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대통령과 ‘반도체 동맹’을 명시한 ‘한-네덜란드 공동성명’을 발표하여 양국 간 파트너십을 강화했다. 본 ‘반도체 동맹’의 목표는 세계 최고의 ‘반도체 초격차’를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양국은 ‘반도체 대화 신설’, ‘반도체 인력 양성 프로그램 구축’, ‘핵심 품목 공급망 협력 강화’ 등을 추진하게 된다. 특히 핵심 품목 공급망 위기 경보 핫라인 구축 등도 추진하고, 원전 건설, 운영, 인력, 핵연료, 안전 등 원전 전 과정에 걸친 협력 채널도 설치하기로 했다. 이 밖에도 경제 안보, 핵심 품목 공급망, 원전, 국방, 정보통신기술(ICT), 무탄소 에너지 분야의 양해각서(MOU) 6건을 체결하여 기술동맹을 본격화했다.

특히, ‘한-네덜란드 반도체 동맹’에서 양국은 최첨단 반도체 기술을 함께 구축하기 위해 중요한 과학 기술적 문제들을 함께 논의하고 정보를 긴밀하게 공유하기로 했다. 그리고 군사 안보 분야의 ‘동맹’ 수준으로 경제 안보 분야인 반도체 문제에서 평상시 긴밀히 협력하고, 공급망 위기 시 공동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한국은 세계 메모리 반도체 공급의 60%를 차지하며, 네널란드는 세계 1위 반도체 극자외선 리소그래피(EUV 노광장비) 기업인 ASML, 세계 최고의 원자층증착(ALD) 장비 업체인 ASM, 차량용 반도체 세계 선두 주자인 NXP 등을 보유한 ‘반도체 강국’이다. 따라서 반도체 산업의 전략적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지는 상황에 체결된 ‘반도체 동맹’은 세계 최대 반도체 장비 생산국(네덜란드)과 반도체 제조 강국(한국)이 서로의 장점을 결합해 반도체 협력의 효과와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데 중요한 의의가 있다.

윤 대통령이 ASML을 방문한 가운데 삼성-ASML 협력 MOU, SK하이닉스-ASML 협력 MOU 및 정부 간 첨단 반도체 아카데미 협력 MOU 등이 체결됐다. 이로써 한국과 네덜란드의 반도체 동맹이 더욱 굳건해졌다. 삼성전자와 ASML은 1조 원을 투자해 금년부터 한국에 차세대 반도체 제조 기술 연구개발(R&D) 센터를 설립해 반도체 초미세 공정에 필수적인 극자외선(EUV)을 기반으로 하는 초미세 제조 공정을 공동 개발하게 된다. SK하이닉스도 ASML과 EUV용 수소가스 재활용 기술 공동 개발 MOU를 체결하여, EUV 장비 내부의 광원 흡수 방지용 수소가스를 소각하지 않고 재활용하는 기술을 공동 개발하게 된다. 이는 한국의 반도체 기업들과 ASML의 깊은 신뢰와 전략적 협력의 중요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한-네덜란드 정부 간 체결된 MOU를 통해서는 양국 반도체 관련 석사-박사급 대학원생과 엔지니어 50명씩이 참여해 공동 연구를 진행하게 된다.

1984년에 설립된 ASML은 반도체 미세공정, 즉 웨이퍼에 회로를 새기는 데 필요한 세계 최첨단 장비인 EUV 노광장비를 생산하는 세계 유일의 기업이다. EUV 노광장비 가격은 대당 2,000억~3,000억 원 수준으로, 연간 50대 정도만 생산된다. 따라서 이번 ‘반도체 동맹’은 반도체 장비와 소재 분야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한국의 약점을 소재·장비 주도국인 네덜란드와의 전략적 연대를 통해 보완한다는 의미가 크다.

따라서 이번 ‘반도체 동맹’과 ASML과의 협력으로 반도체 산업의 전환기 지정학적 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한편, 경제 안보의 핵심인 반도체 기술 ‘초격차’를 유지하기 위한 첨단 장비 공급·조달이 가능해졌다. 특히, 삼성전자, 대만 TSMC, 미국 인텔이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고 있는 2nm(나노미터) 이하 첨단 반도체 경쟁에서 한국의 경쟁력 강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평가된다. 그리고 미국, 일본, 영국에 이어 네덜란드로 이어지는 반도체 공급망 연대가 완성되는 효과도 누릴 수 있다.

한편, 한-네덜란드 ‘반도체 동맹’은 첨단 반도체 기술의 개발을 가속하여, 더욱 효율적이고 강력한 반도체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반을 마련하게 될 것이다. 이는 스마트폰, 컴퓨터, 자동차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 혁신적인 변화를 초래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기술적 발전은 결국 양국 경제성장 동력의 디딤돌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오늘날 반도체는 국가 안보와 직결된 핵심 기술이기 때문에, 이번 ‘반도체 동맹’은 양국의 경제 안보를 강화하고 글로벌 공급망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나아가 양국은 기술협력을 통해 경제적, 기술적 독립성을 강화하고, 글로벌 위기에 대응하는 능력도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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