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논단] 학생 정서·행동의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려면
[교육논단] 학생 정서·행동의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려면
  • 승인 2024.02.01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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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견숙 대구영선초등학교 교사, 교육학 박사
최근 정치가에 대한 습격 사건을 비롯하여 묻지 마 폭행, 성폭행, 불법 촬영, 마약, 살인 등 사회의 각종 무거운 사건들에 학생들이 연루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들의 잔혹한 범행에 촉법소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저절로 커지고 있다. 코로나를 기점으로 학생들은 사회성이 부족하거나 자기관리 능력이 떨어지는 경우도 분명하다. 일상적으로 주의력이 부족부터 과다행동이나 충동성, 우울감을 호소하는 학생들도 많아졌다.

이처럼 학생의 정서·행동에 대한 관리에 대한 필요성은 대단히 높아진 반면, 이러한 학생들을 어떻게 관리하고 교육할지에 대한 고민은 부족하다는 생각이다. 어떤 학생의 경우에는 교육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아닌, 전문적 치료가 필요한 경우임에도 불구하고 학교나 교사의 과제로 주어지기도 한다. 학교 전체 학생을 관리하는 보건교사 한 명, 상담사 한 명이 할 수 있는 일도 한계가 있다. 실효성이 떨어지는 일회성 강의만 제공되는 경우도 왕왕 발생한다.

학생들의 정서 상태를 파악하고 관심군을 선별, 관리하기 위한 검사로 학생 정서·행동 특성 검사가 있다. 초등학교 1학년, 4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실시된다. 초등학생의 경우 부모가 설문 문항에 답한다. 최근 한 언론사에서 이에 대한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 글을 보았는 데, 여기에 크게 공감한다. 경험을 돌아보았을 때 실제 그런 문제를 가지고 있는 학생이 있음에도, 학부모가 그러한 답변을 피해서 제출하는 경우도 많았다. 관심군으로 선별된다고 하더라도 이를 제대로 된 치료, 교육 등으로 이어 나가는 경우는 정말 드물었다. 결정적 시기에 학생들의 정서·행동을 파악하는 것은 정말 중요한데, 좀 더 실효성 있는 정책이 고민되어야 할 것이다.

한편, 교사의 경우 학생이 가진 정서·행동상의 문제점을 객관적으로 좀 더 빨리 파악할 수 있다. 특히 담임교사라면 더욱 그렇다. 그런데도 교사가 발견한 학생들의 정서·행동의 이상 징후는 대부분 치료나 교육 등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가장 먼저 가정과의 소통이 문제로 작용할 수 있다. 교사가 보호자에게 자녀에 대한 병원, 상담소 등 전문기관의 검사, 치료, 상담, 교육 등을 권할라치면 ‘우리 아이에 대한 낙인이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오해를 하거나, ‘우리 아이는 그런 아이가 아니다’라고 부정하는 집도 많다. ‘왜 우리 아이를 그렇게 보느냐’며 되레 화를 내기도 하고, 놀랍게도 아직도 ‘우리 집안에는 그런 사람이 없다’라는 사람들도 있다. 적시에 치료해야 하는데, 가정의 인식이 부족한 셈이다. 이런 오해와 위험을 무릅쓰고 교사가 학생을 추천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실제로 누가 보아도 정서·행동에 이상이 있는 학생일지라도 보호자가 ‘우리 아이는 괜찮다는’ 태도를 보이면 검사, 치료, 상담, 교육 등은 절대 불가능하다. 그런 학생이 방치되었을 때 다른 친구들이 받게 되는 피해 등은 차치하더라도, 이 학생이 적시에 필요한 교육을 받지 못해서 나중에 겪을 더 큰 어려움이 참으로 걱정된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게 되는 일이 불 보듯 뻔한데 교사가, 학교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그래서 정서·행동의 문제를 제대로 판별해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적합한 검사, 치료, 상담, 교육 등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이러한 학생이 있으면 보호자의 동의 없이도 교사의 의견으로 치료를 시작하도록 하는 강제성도 고려되어야 한다고 본다. 제대로 검사해서 선별된 결과에 따라 의무적으로 치료 등의 프로세스가 따라야 한다는 거다.

더불어 지금 사회의 문제만 봐도, 학교 교육으로 해결할 수 없는 수준도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 그래서 해당 학생이 교육이 아니라 치료나 상담이 필요한 경우는 병원, 상담 등 전문기관이 그 역할을 충실히 맡아야 할 것이다. 교육받으려면 학교에 가고, 아픈 곳을 치료하려면 병원에 가는 게 당연한 것처럼, 학생에게 생기는 모든 문제를 학교가 다 해결해 줄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필요한 기관의 역할을 보다 명확히 해야 한다.

학습자의 성장에는 모든 시기가 중요하다. 그러나 초등학교 때 학습자가 가진 정서·행동의 문제를 발견하고 치료, 교육, 관리하는 것은 조기에 문제를 해결한다는 점에서 학생 스스로에게도 훨씬 도움이 된다. 더불어 혹시 그 학생이 미래에 초래할 수 있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한다는 점에서는 사실상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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