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칼럼]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주는 의미
[수요칼럼]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주는 의미
  • 승인 2024.02.06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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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원 ㈜데씨제 대표, 인간공학박사
얼마 남지 않은 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또 다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실시된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정당 득표율에 따라 각 정당의 의석수를 나누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정당 득표율을 선거에 반영함으로써 유권자들의 민의를 적극 수용한다는 점과 사표를 줄일 수 있다는 측면에서 장점이 있다. 뿐만 아니라 일정 수준의 득표율만 얻으면 국회에 진입할 수 있기 때문에 새로운 정치 세력의 원내 진입이 용이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극단적 성향의 정당도 국회에 진입할 수 있다는 문제점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때에 따라서는 초과의석이 발생할 수 있다는 치명적인 한계점을 가지고 있다. 초과의석이란 어떤 정당의 지역구 당선자수가 정당투표에 따라 그 정당에 할당된 의석수를 초과하는 경우를 말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만든 제도가 바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이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비례대표 47석 중 30석에 대해 연동률 50%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채택하였다. 즉, 총 의석수에 정당별 득표비율을 곱하고 이 값에서 지역구 당선자수를 뺀 후 2로 나눈 값이다. 그리고 나머지 17석은 지역구 선거 결과와 관계없이 정당 득표율에 따라 당선되는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선출한다.
일단 현행 비례대표제는 일반 국민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방식은 결코 아닌 것 같다. 투표의 주체인 국민들조차 이해하지 못하고 투표를 해야 하는 웃지 못 할 상황이다. 그리고 왜 이렇게 복잡한 계산을 해가면서 까지 현행 비례대표제를 유지해야 하는지 그 이유조차 납득이 되지 않는다. 물론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전략적 측면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앞서 언급하였듯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새로운 정치 세력의 국회 입성을 촉진시킬 수 있다는 점에 그 취지가 있다. 그러나 해당 취지는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다는 것을 이미 증명하였다. 당시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의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과 더불어시민당이 총 47석의 비례대표 중 36석을 가져갔다. 그리고 이 두 정당은 본래의 임무를 끝내고 다시 양당으로 통합되었다. 22대 총선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미 거대 양당은 위성정당을 만들 야심찬 포부를 표명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꼼수로 밖에 여겨지지 않는다. 위성정당의 설립목적이나 비전, 목표 등이 그리 설득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던 새로운 당들이 무차별적으로 난무하게 만든다. 정당득표율이 3%만 넘어도 원내진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지난 총선에서 국민들은 48cm에 달하는 거대한 투표용지를 받아야만 했다. 이번 총선에는 투표용지의 길이가 얼마나 될지 심히 궁금하다.
사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문제는 모든 정치권에서 충분히 알고 있다고 본다. 그렇기에 이재명 대표 또한 대선에서 위성정당 금지를 전제로 한 연동형 비례대표제로의 개편을 공약했었다. 하지만 결국 그때의 약속은 지켜지지 못한 듯하다.
이번 총선을 두고 많은 사람들은 정권심판의 성격이 강한 선거가 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이 부분에는 적극적으로 동의한다. 그러나 정권 심판에 있어서 복잡한 계산과 꼼수는 진정한 정권심판과는 이질적인 면이 있어 보인다. 꼼수를 통해 의석수를 더 확보하는 것이 과연 정권을 심판하는 민의를 대변하는 것이라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그리고 또 하나 생각해봐야 할 것은 선거라는 경쟁에 직접 뛰는 선수들이 그 규칙을 직접 정하는 것이 맞는가에 대한 것이다. 가령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새로운 세력의 원내입성을 용이하게 만들기 위해서라고 하면서, 현재 기득권인 거대 양당이 자기들이 원하는 형태의 선거 규칙을 만드는 것은 무언가 모순점이 있어 보인다. 이런 여건 속에서는 결국 자신들이 유리한 방향으로 규칙을 가져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 경쟁의 승패를 결정하는 것은 국민들이다. 국민들이 원하든 원하지 않던 자신들이 만든 선거 규칙에 투표를 강요하는 것은 결코 민주주의에 부합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국민들은 이런 정쟁을 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국민들이 원하는 것을 좀 더 고민하고 찾아야 할 때가 지금 이 시점이다. 국민들을 더욱 생각하는 총선이 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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