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일당에서] 벌써 피었다고?…매화가 마냥 반갑지 않은 이유
[호일당에서] 벌써 피었다고?…매화가 마냥 반갑지 않은 이유
  • 윤덕우
  • 승인 2024.02.13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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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의 경고
기후변화, 인류 최대 위협
미국 눈폭탄·서유럽 홍수로 곤혹
북유럽 영하 40도까지 내려가
남미는 유례없는 폭염·산불
과학자 “2100년 전 인류 멸종”
각황전홍매1
필자가 각별히 좋아해 여러 번 찾아가 보았던 지리산 화엄사의 각황전 홍매. 이제 매화 개화를 보면서 심각한 지구온난화 문제도 함께 떠올려야 할 듯하다.

시골생활을 하던 1960년대와 1970년대 중반까지는 겨울이 되면 언제나 매 추웠던 것으로 기억한다. 눈도 많이 오고, 개울이나 못에는 항상 얼음이 얼었다. 눈싸움을 하고 직접 만든 시게토(얼음썰매)를 들고 나가 하루 종일 얼음 위에서 놀곤 했다.

지금은 그런 겨울이 아니다. 삼한사온(삼일 동안 춥다가 4일간 풀리는 날씨 반복)으로 표현되는 전형적인 겨울날씨도 이제 사라진 듯하다. 이번 겨울에는 ‘구한십일온’ ‘칠한칠온’이라는 말이 등장하기도 했다. 이런 변화된 겨울 날씨가 낯설지 않게 될 것 같다.

지구촌 전체도 극한 기후에 몸살을 앓고 있다. 올해도 한쪽에서는 폭설과, 다른 한쪽에서는 폭우와 싸워야 했다. 남미에는 폭염 비상사태로 국가적 재난을 당하고 있다. 이런 모습을 보고 과학자들은 “완전히 미쳤다”라고 표현할 정도다.

◇올해 인류 최대 위협은 기후변화

연초부터 세계 곳곳은 극한 날씨를 겪고 있다. 미국은 눈 폭탄을 맞은 반면, 영국과 프랑스 등 서유럽에서는 홍수로 곤혹을 치러야 했다. 북유럽은 영하 40도까지 내려가는 혹한기를 보냈다.

영국에서는 지난 1월 6일(현지시각) 전국에 홍수 경보가 내려졌다. 프랑스에서는 새해 첫날부터 폭우로 북부 파드칼레와 노르 등 지역 주민 200여명이 대피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이브에 내린 폭우로 피해가 심각했던 독일에는 올해 1월 초 또다시 폭우가 쏟아졌다.

반면 북유럽은 극한 한파에 시달려야 했다. 핀란드 북부 에논테키오의 최저기온은 한때 영하 43.1도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스웨덴 역시 연초인 3일 최저기온 영하 43.6도를 기록했다. 이로 인해 주민들은 큰 불편과 고통을 겪어야 했다.

칠레를 비롯한 남미는 최근 유례없는 폭염과 산불로 엄청난 재난을 당했다.

과학자들은 올 여름 기록적인 폭염을 보일 것으로 예고했다. 지난해 나타나기 시작한 엘니뇨 현상이 올해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구의 허파’로 불리는 브라질 아마존(세계 최대 열대우림)은 지난해 사상 최악의 가뭄을 겪었는데, 올해는 지난해 못지않은 치명적인 가뭄 위험성이 10배나 높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덥고 건조해서 땅이 말라버릴 가능성은 30배 높다고 한다.

무분별한 벌채와 지구 온난화로 50만 명이 넘는 브라질 아마존 지역 주민들의 삶이 위험에 빠졌다. 이는 지구 기후위기가 티핑 포인트(조그만 변동에도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는 임계점)를 넘어선 조짐일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유엔환경계획은 지난해 11월 20일 ‘2023년 온실가스 배출격차 보고서’에서 2030년까지 글로벌 온실가스배출이 유의미하게 감축되지 않을 경우, 2100년까지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섭씨 2.5도에서 2.9도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생물학자들은 온난화가 이대로 진행되면 2100년이 되기 전에 인류는 멸종될 것으로 경고하고 있다.

세계 각계 전문가들이 기후변화를 올해 인류의 최대 위협으로 꼽은 것으로 나타났다. 1월 21일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이 펴낸 ‘글로벌 리스크 리포트 2024’에 따르면, 학계와 재계, 정부 기관, 국제기구 관계자 등 세계 전문가 1천490명을 대상으로 34가지 글로벌 리스크 중에 복수로 선택하게 했더니 66%가 ‘극한의 날씨’를 골랐다. ‘AI가 생성한 가짜 정보’와 ‘사회적·정치적 대립’은 각각 53%와 46%로 2위와 3위였다.
 

너무 빠른 개화
기상청 계절 관측용 매화 개화
지구온난화 탓 46일이나 빨라
올해 진해군항제도 3월말 개막

◇죽음 앞둔 ‘혼돈’ 보는 듯

‘장자’에 나오는 유명한 이야기다.

남해의 임금을 ‘숙(熟)’이라 하고, 북해의 임금을 ‘홀(忽)’이라 하며, 중앙의 임금을 ‘혼돈(渾沌)’이라고 한다. 숙과 홀이 때마침 혼돈의 땅에서 만났는데, 혼돈이 그들을 지극히 환대했다. 숙과 홀은 혼돈의 극진한 대접에 보답할 길을 찾다 “사람에겐 모두 일곱 구멍이 있어, 보고 듣고 먹고 숨을 쉬는데 오직 혼돈에게만 이런 구멍이 없다. 그러니 시험 삼아 구멍을 뚫어주자”라고 말하며, 하루에 구멍을 하나씩 혼돈에게 뚫어주었다. 이레째 되는 날 혼돈은 그만 죽고 말았다.

숙과 홀은 인간을, 혼돈은 자연을 상징한다고 보아도 될 것이다. 인간은 자연에 감사하고 자연 현상을 두려워하며, 자연과 더불어 살려는 마음을 잃어버리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자연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고, 자신의 편리와 이익만 추구하며 자연을 죽이는 행동을 거침없이 해왔다. 그 결과 더 이상 인간을 용납할 수 없음을 기후 변화로 보여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연을 죽이는 짓을 멈추지 않고 있다.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얼마 전 우리나라 서해 새만금호 수질 문제를 다룬 KBS TV ‘추적 60분’을 보았다.

‘새만금 간척사업’은 1989년부터 시작된 단군 이래 최대 국토개발 사업으로 지금까지 진행되어 오고 있지만, 새만금호 수질을 둘러싼 논란과 우려는 사업 초기부터 지금까지 끊이지 않고 있다. 2006년 새만금 방조제가 완공되면서 새만금 개발사업이 본궤도에 진입했지만, 새만금호의 수질 문제는 여전히 골칫거리로 남아 있다. 이 프로그램 마지막 부분에서 오동필 시민생태조사단장은 “20년 동안 있어봤는데 사람이 먼저라고 욕심을 부린 곳은 다 사람이 떠났다. 그때 어떤 특정인들만 돈을 벌고 떠났다. 그러나 ‘자연이 먼저다’ ‘생태계가 먼저다’라고 했던 곳은 지금도 그 주민들이 그대로 살고 있다”라고 말했다.

자본의 무한대적 이윤추구와 욕망의 극대화가 본성인 자본주의를 멈추지 않으면 인류는 멸망할 것이라고 석학들은 경고하고 있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 지난해 10월 7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일어난 전쟁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강자들의 무자비한 이익쟁취 전쟁도 그치지 않는다. 기후위기를 생각하면, 이런 전쟁이 말라가는 웅덩이 속에서 싸우고 있는 올챙이들 모습과 무엇이 다를까 하는 생각이 든다. 기후 위기를 탈출하기 위한 전쟁보다 더 시급하고 절실한 전쟁이 있겠는가.

노자는 ‘그칠 줄 알면 위태롭지 않다(知止不殆)’고 했다. 인류는, 자본가와 권력자들은 그 욕심을 멈출 수 있을 것인가. 모두가 빨리 맑은 정신으로 돌아와 혼돈에 마지막 구멍을 꿇는 짓을 멈출 수 있길 바랄 뿐이다.

기상청은 지난달 26일 제주지방기상청 청사 내 계절 관측용 매화가 만발했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15일 개화한 후 11일 만에 만발(80% 이상 개화)에 이르렀는데, 평년(3월 13일)보다 46일이나 빠른 것이라고 한다. 이후에도 평년보다 훨씬 빠른 곳곳의 매화 개화 소식들이 이어졌다.

매화를 매우 좋아하지만, 이제 기쁜 봄소식을 전하는 매화 개화도 마음 편하게 즐길 수가 없을 것 같다. 우리나라 최대 벚꽃축제인 진해군항제도 올해는 축제 사상 가장 빠른 3월 22일 개막(1963년 제1회는 4월 5일)하기로 했다고 한다.

 

글·사진=김봉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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