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돌아가신다는 것
[대구논단] 돌아가신다는 것
  • 승인 2024.02.22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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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환 전 경산교육장
어릴 때 자주 듣고도 이해가 어려웠던 말이 있다.

“어느 어른이 돌아가셨다. 누구네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 돌아가셨다는 말이 상당히 오랫동안 이해되지 않았다. 그때는 ‘산모퉁이를 돌아가신다’라고 생각하여, 산모퉁이를 돌아서 다른 마을로 가신 줄 알았다. 그런데 어른들이 ‘돌아가셨다’라는 말을 하면서 슬퍼하는 이유를 몰랐다.

지금 생각하면 ‘돌아가셨다!’라는 말은 참 철학적인 말이다. 우리 민족은 철학을 아는 사람들이었다.

장자는 죽음을 ‘있던 곳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이야기하였다. 장자는 인간은, 생명이 태어나기 이전, 인간이 어머니 뱃속에서 형태를 갖추기 이전, 아예 기(氣)가 없던 때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하였다

인간은 뭔지 도대체 알 수 없는 신비의 한가운데서 그 무엇이 변화여 기가 생긴다. 기(氣)가 변하여 형태가 생기고, 형태가 변하여 아기가 된다. 그리고 아기가 태어나고, 젊은이가 되고, 노인이 되고, 병들어 죽고, 죽어서 기가 되고, 기가 무엇으로 돌아갔다가, 그리고 다시 기(氣)가 된다고 생각하였다. 장자는 아내가 죽어도 슬퍼하지 않았다.

장자는 사람의 생을 춘하추동 사계절의 변화와 같이 보았고, 죽은 사람들은 조용히 크나큰 공간에서 쉬며 무엇이 되기를 기다린다고 했다. 결국은 사람은 이 세상에 오기 전 그곳 그 공간으로 다시 무엇으로 돌아간다고 보았다.

이렇게 보면 인간의 죽음을 ‘돌아가셨다’라고 표현한 우리 조상들의 관념은 매우 철학적이었다.

베트남 고승 틱낫한의 설법이다.

하늘에는 많은 구름이 떠다닌다. 많은 구름 중에 나의 구름이 있었다. 내 마음에 들어와 나의 가까이에 있는 나의 구름이 있었다. 나의 구름은 다른 여러 구름 중에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하고 내 마음속에 안기어 여러 구름과 함께 하늘을 빛내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나의 구름이 보이지 않았다. 나의 구름이 어디로 간 것일까? 구름은 죽은 것일까? 왜 없지 사람과 똑같이 죽은 것이 아닐까? 나는 구름도 사람과 같이 생로병사 한 것인 줄로 생각했다.

나의 사유는 모든 것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변화하고 있는 것은 무상한 것이라는 것을 알게 했다. 구름은 없어진 것이 아니었다. 구름은 비로 빗줄기로 변하였다. 구름은 빗줄기로 변했다가 다른 형태, 다른 모습으로 변화했다. 구름은 다시 다른 새로운 모양과 색깔로 존재하고 있었다. 나의 구름은 나에게 이야기했다. ‘사랑하는 이여, 나는 다른 모양과 색깔로 여기 이렇게 엄연히 존재하고 있어’ 틱낫한 스님은 자신의 존재를 알고자 석가모니불 앞에 앉았다.

‘세존이시여!’

이어령은 죽음 앞에서 진지한 말씀을 들었다고 했다.

바람은 거센 태풍이 되었다. 바다는 파도를 일으켜 해안을 덮쳤다. 태풍은 전봇대를 뽑아버렸다. 바다는 집채만 한 파도가 되어 부두의 배들을 두 동강이 내어 버렸다. 바다는 거센 용트림을 했다. 바다가 살아났다. 나뭇가지를 흔들었던 바람도, 거센 파도를 일으킨 바다도 반드시 제자리로 돌아갔다. 언제 그랬다는 듯 조용해졌다. 하느님은 말씀하셨다 ‘인간의 죽음도 제자리로 돌아가는 것이다. 원래 자리로 귀향하는 것이다’

천문학에서는 인간을 이루는 원소가 별에서 왔다고 한다. 밤하늘의 수많은 별은 수많은 인간의 고향이다. 주위가 캄캄한 날, 하늘에 구름 한 점 없는 날, 밤하늘을 보자. 아주 많은 별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과학자들은 그 별이 수천억 개가 모여 은하계가 되고, 또 수천억 개의 은하계가 모여 우주가 된다고 한다. 우주의 그 수천억 개 별은 수소, 산소, 탄소, 질소, 인, 황 등 원소로 되어 있다. 원소는 지구에 내려와 인간이 되고 인간은 자신이 모르는 무엇이 그리워 하늘을 보다 다시 원소가 되어 우주로 돌아간다. 인간은 어디서 왔는지, 무엇을 그리워하는지, 왜 그리워하는지, 아무것도 알지 못한 채 원래의 자리로 돌아간다.

우리는 만나고 헤어진다. 우리는 빈손으로 돌아감을 안다. 모든 것이 부질없는 것임을 알지만 삼신할머니의 점지로 돌아오심을 믿고 작은 상 앞에 물 한 그릇 올려놓고 기다린다. 돌아가신다는 것은 기다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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