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보다는 ‘함께’
‘혼자’ 보다는 ‘함께’
  • 여인호
  • 승인 2024.02.26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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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방학이 끝나가는 지금쯤 어린 자녀를 둔 가정에서는 초등학교 입학을 위해, 혹은 상급 학년으로의 진학을 위해 숨 고르기를 하고 있을 것이다. 방학을 시작할 때 세웠던 다양한 계획들이 제대로 실행되었다면 만족이겠지만 그렇지 못했다면 아쉬운 일도 남아 있을 것이다. 혹시 독서에 대한 아쉬움이 남아있다면 얼마 남지 않은 기간 동안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전래동화 읽기를 권한다.

전래동화란 사람들의 입을 통해 여러 세대를 지나면서 전해 내려온 것으로 그 이야기를 만들어낸 사회구성원의 생각과 정서가 담겨있어 민족적인 특성이 강한 이야기들로 구성된 전승문학이다. ‘옛날 옛적에~’나 ‘깊은 숲속에~’ 등의 표현으로 시작하는 동화로 특정한 시간과 공간을 벗어나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에 별 부담감 없이 자유롭게 접근하는 장르로 도덕적윤리적 교훈을 포함하고 있으며 권선징악의 주제를 담고 있다. 또한 선과 악의 대립구조로 고난을 겪는 주인공이 마침내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여 행복하게 살았다는 결말을 보여준다.

예전과 달리 하나 혹은 두 자녀를 둔 가정의 아이들은 개인적인 성향이 강해 협동과 함께하는것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수 있다. 필자는 이를 돕는 독서 방법으로 전래동화의 주제 중 ‘함께 하는’의 주제를 담고 있는 「개구리네 한솥밥」 동화시를 소개하고자 한다.

「개구리네 한솥밥」은 전래동화 요소를 가지고 있으면서 운율이 있는 ‘시’의 형식에 ‘서사(이야기)’를 담은 백석의 동화 시로 그의 동화 시 가운데서도 가장 아름다우면서 우리 민족의 공동체적 삶이 잘 드러난 작품이다.

1990년대 말 월북 문인 작품이 해금되면서 알려진 백석 동화는 2009년 초등학교 2학년 교과서에 실리면서 아이들과 대중에게 사랑을 받아왔으며 특히 간결하고 리듬감 있는 문장이 반복된다.

특히 ‘뿌구국’, ‘덥적덥적’, ‘디퍽디퍽’ 등 생동감 있고 독특한 의성어와 의태어가 풍부하고, 토속적인 사투리와 잊혀 가는 우리말을 맛깔스럽게 구사해 읽는 재미를 줄 뿐만 아니라, 개구리가 겪는 힘든 일이 반복되는 시구들로 이루어져 마치 돌림노래를 부르는 것처럼 흥을 돋우어준다. 게다가 생동감 넘치는 동물들의 익살스러운 표정과 등장한 동물들의 특징을 잘 살린 표현은 어린 독자를 책이 주는 매력 속에 충분히 머무르게 할 것이다. 정겨우면서도 아름답게채색된 일러스트레이션의 색감은 마치 그들과 함께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줄거리를 살펴보면, 가난하지만 마음 착한 개구리가 벌 건너 형에게 쌀을 얻으러 길을 떠나는도중에 개구리는 여러 동물을 만난다. 발을 다쳐 우는 소시랑게 발을 고쳐 주고 길 잃은 방아깨비 길 찾아 주고 구멍에 빠진 쇠똥구리 끌어내 주고 풀에 걸린 하늘소 풀어 주고 물에 빠진 개똥벌레도 건져준다. 착한 일 하다 보니 날이 저물어 버렸다. 형네 집에서 벼 한 말을 얻어 등에 지고 집으로 돌아오는 개구리는 해는 져서 캄캄하고 길은 멀고 짐은 무겁고 장애물도 많아 길가에 주저앉아 걱정한다. 그런데 낮에 개구리에게 도움을 받았던 개똥벌레, 하늘소, 쇠똥구리, 방아깨비, 소시랑게가 나타나 개구리를 도와주고 마침내 다 같이 밥 한솥을 지어 즐겁게 나누어 먹으며 이야기는 끝이 난다.

영국의 한 신문사에서 영국의 가장 끝에 있는 지역에서 런던까지 오는 가장 빠른 방법을 제시하는 사람에게 1천만 파운드를 상금으로 거는 공모를 냈다. 공모에 참여한 사람들은 비행기, 기차, 배, 자동차 등 다양한 이동 수단을 제시하며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하지만 이 공모에 우승한 작품은 그것은 바로 “친구와 함께 간다” 였다. 멀고 긴 여행길을 바쁘게 이동하면서 빨리 가는 것도 좋지만 친구와 즐겁게 이동한다면 아무리 긴 거리라도 짧게 느껴질 만큼 행복하리라는 것이 이유였다고 한다.

새 학기를 맞이하는 시점에서 마음이 급해질 이때, 부모님이 함께하는 책 읽기는 행복한 행위가 될 것이다. 아울러 어린 독자들이 백석의 동화 시 「개구리네 한솥밥」을 재미있게 읽어가는 사이에 이야기 속에 녹아 있는 ‘함께 하는’ 교훈이 마음 깊은 곳까지 스며들어 서로 돕고 나누는 마음이 얼마나 소중한 가치인지를 깨닫게 될 것이다.

이제 책꽂이에서 어린 독자를 기다리는 전래동화책들에 살포시 고개 돌려 눈길 한번 주어봄이 어떨까!



강순화 (아동문학가·글로벌교육재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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