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가다 만났다
아무도 너의 존재를 알 수 없는
가려진 외진 곳에서
피어나
너무나 밝게 웃고 있어
너를 바라보는
내가 더
슬퍼진다
이름이라도 알았으면
따뜻하게
불러줄 수 있었을텐데
괜찮다고
아무렇지 않다고
너무나 연약해 보이지만
강하게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너는
꽃이다
밝게 웃고 있어도
왠지 슬픔이 묻어 있어
참 정겨운
꽃이다
너는.
■약력: ▶ 울산출생, 1986년 [시인] 4집 "시인이여, 시여"로 등단 ▶ 시집: "흐르는 것은 아름답다", "새벽, 7번 국도를 따라가다", "다시 새벽이 오면","길 위에 누워 자는 길" "분노의 꽃" 시선집: "어둠이 깊을수록 더욱 빛나는 별같이 살라하고" 등
■해설: 세상에는 슬픈꽃도 있다는 것을, 시인이 알려주고 있다. 그런 슬픈 꽃은 존재 없이 피는 꽃이다. "가려진 곳"이라는 공간임에도 너무나 밝게 웃는다는 것. 그래서 내가 더 슬퍼진다는 것은, 시인의 측은지심이다. 이름을 몰라서 불러주지도 못했다는 것, 그러나 꽃은 아무렇지도 않다고 화답한다. 강하게 제자리를 지키면서 꽃은 자기의 몫을 다하고 있는데, 하여 시인의 눈에는 왠지 슬픔조차 참 정겹다는 느낌과 시인의 고운 마음이 오버랩되면서 이 꽃은 "사랑꽃"이라는 새로운 이름 붙여도 무방한 꽃이 되고 있다. 그러나 한편 생각해 보면 꽃 그 자체를 이 시가 노래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시 속의 꽃은 은유일 가능성이 크다. 시 속의 꽃과 같은 그런 사람을 시인은 깊이 알고 있는 것은 아닐까?-< 박윤배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