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어디쯤 오나
내다보다
목이 끼었어
나 말고도 몇몇 더 있어
<감상> 3월입니다. 겨우내 잠자던 사물들이, 논둑 밑 굼벵이들이 재 너머 사래 긴 밭 아지랑이들이 아니 아니, 생명을 가진 두두물물(頭頭物物)이 기지개를 켜는 3월입니다. 바깥 세상이 궁금해서 고개를 내미는 계절입니다. ‘궁금함’의 친족어(親族語)는 어린이이고, 어린이의 친족어는 꿈꾸는 초록이고, 초록의 친족어는 대답의 반대말인 질문입니다. 살아 온 날보다 살아갈 날들이, 아는 것보다 알고 싶은 것들이 더 많기 때문입니다. 준비된 생각도 없이 저요! 저요! 손부터 들고보는 초등학교 교실처럼 봄은 무작정 생명이 꿈틀거리는 저 하늘 샛별의 시절입니다.널빤지 틈으로 움튼 새싹을 목이 낀 어린이에 비유하는 것도 재미 있지만, 이 시의 더 큰 재미는 연(聯)을 바꾸어 처리한 마지막 행(行)에 있습니다. 독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 시의 제목이 <궁금증>인 이유이기도 합니다. ‘나 말고 몇몇 더’가 있는 곳은 어디인지? “봄이 어디쯤 오나/ 내다보”는, ‘나 말고도 몇몇 더의 목이 낀 모습’은 어떠한지? ‘목이 낀 아픔! 그럼에도 불구하고…?’ 등등에 대해 시인은 짐짓 시치미를 뗍니다. 시치미를 뗀 크기가 문학성의 크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