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를 찾아서] 진심
[좋은 시를 찾아서] 진심
  • 승인 2024.03.04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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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권 시인

꽃은 한 번도

꽃의 숨결을 버리지 않았지만

누군가에겐 꽃은 꽃이고

누군가에겐 꽃은 꽃이 아니다

그저 바람이 불고 떠나간 허공에도

꽃의 살이 붙고

꽃의 마음이 피어나는 것이지만

모든 햇볕이 닫힌 뒤에야

내 안에 꽃이 왔다는 것을 안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슬픔

꽃에 대한 순정을 말하는 것이다

◇한상권= 1993년 문화일보 신춘문예로 작품을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단디』와 청소년 시집 『그 아이에게 물었다』가 있다.

<해설> 꽃이 누군가에겐 꽃이고 누군가에겐 꽃이 아닌 회초리이거나 그 무엇도 될 수 있다는 생각을 벌써 시인은 알고 있다는 암시를 1연에서 보여준다. 꽃의 숨결까지를 감지한 시인의 오감은 그저 바람이 불고 떠나간 허공에도 꽃의 살이 붙는다고 한다. 놀랍지 않은가? 그러나 시인은 꽃의 마음을 곧바로 알아채지 못했다는 어떤 후회와 반성을 동시에 보여준다. 햇살이 닫힌 뒤에야 내 안에 꽃이 왔다는 것을 알았다고 하니, 슬픔에 잠길 수밖에 없는 현실을 이야기하고 있다. 또한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다는 그 심정이 꽃에 대한 순정을 말하고 있다고 넌지시 고백하고 있는 마지막 연 마지막 행은 진정성이 듬뿍 담긴 진심의 다름 아니다. -박윤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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