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공과(功過)
[데스크칼럼]공과(功過)
  • 승인 2024.03.12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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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청 부국장
박정희 동상과 광장, 그리고 공원.

홍준표 대구시장이 시청 간부회의에서 4월 중 박정희대통령 기념사업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고, 전문가로 구성된 동상건립위원회를 만들라고 지시했다. 그는 간부들에게 동대구역 광장을 박정희 광장으로 명명하고 박정희 동상을 건립할 것과 대구도서관 내 공원도 박정희 공원으로 명명하고 대형 동상을 설치하는 제반 절차를 올해 안에 완료하라고도 했다.

홍 시장의 강력한 추진 의지로 급물살을 탈 것 같다.

‘역시 홍카콜라’라는 반응이 쏟아졌다. 일각에서는 이해가 안된다는 반응도 함께 나왔다.

앞서 홍 시장은 며칠 전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대구를 대표하는 박 전 대통령의 업적을 기리는 사업을 할 때가 됐다”면서 “달빛철도 축하 행사 차 광주를 가보니 김대중 전 대통령의 업적 흔적이 곳곳에 스며들어 있는데 대구에 돌아오니 박 전 대통령의 업적 흔적이 보이지 않아 유감스러웠다”고 했다.

대구·광주가 달빛동맹으로 힘을 합치고 있는 만큼 대구와 광주를 대표하는 두 정치 거목의 역사적 화해도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는 게 그가 이 결정을 하게 한 배경이다.

그러자 즉각 시민단체와 야당 등은 하필이면 왜 이 시기에 동대구역 광장이 박정희 광장이 되어야하나 라며 역사의 죄인을 기리고, 저렇게 하지 말자는 것을 우상화하는 것이 아니라면 이 문제는 잘못된 것이라고 반발했다. 동상은 흉물 논란에 관리가 제대로 안 될 것이고 비웃음거리만 될 것이라고도 했다.

그런데 홍 시장은 며칠 뒤 또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좌파 집권 때는 대한민국에 적대적이었던 자진 월북인사 정율성 동상과 공원도 국민 세금으로 500억 원이나 들여 조성했는데 우파가 집권했는데도 건국 대통령 이승만이나 산업화 대통령 박정희 기념사업은 좌파 눈치 보면서 망설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입만 열면 반대나 하고 시장을 무고 고발이나 하는 그런 좀비 같은 단체 눈치나 보면서 시정 운영을 하지는 않는다면서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는 표현을 들이밀었다.

5·16 이후 1963년부터 1979년까지 제 5~9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군림한 박정희는 언제나 뜨거운 토론 대상이다. 역대 대통령 중 박정희만큼 호불호가 갈리는 이도 없다. 그가 집권 18년 동안 벌인 역사가 4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우리 삶에 영향을 끼치고 있기 때문이다.

독재자라는 부정적 평가와 경제 대통령이라는 긍정적 평가가 엇갈리는 박정희 대통령.

과연 대구에 박정희 동상과 광장, 공원이 있는게 맞을까.

이 물음에 대해 작년 11월 8일 민간단체인 박정희 대통령 동상 건립 추진위원회가 “김대중 전 대통령 고향은 전남 목포지만, 기념관은 광주에 있다. 박 전 대통령 고향도 경북 구미지만, 영남의 중심인 대구에 동상을 설립해서 정신을 이어가야 한다”고 나름의 명분을 내세워 답을 냈다.

대구의 통일로, 경주 보문단지, 구미 국가산업단지, 포항 제철, 경북에서 시작된 새마을 운동... 따지고 보면 영남 지역 전체에 배인 박정희 대통령의 흔적은 아직까지 강렬하게 남아있다.

영남뿐만이 아니다. 대한민국이 환골탈태하기까지 그 중심에는 박정희가 있었다. 차관을 통해 재원을 조달해 산업단지를 만들고 도로를 깔고 공장을 지어 천지가 개벽할 정도의 경제성장을 이뤄낸 이가 바로 그다. 정치의 자유보다 배고픔으로부터의 자유가 더 간절했던 국민들에게 그는 경제성장의 단단한 기틀을 자신의 소신으로 선물했다. 권력을 잡고 권좌에서 버틴 과정은 독재였으나 그의 공적은 실로 어마어마 하다. 공에는 눈 감고 과만 짚어대는 것 역시 비약이다.

아무튼 홍 시장의 이번 결단에 일단 큰 박수를 보낸다. 홍 시장의 강단과 용기, 그가 아니었다면 이것은 할 수 없었을 일이다. 아슬아슬한 우려도 조금은 함께 보낸다.

보릿고개를 없앤 박 대통령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관점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이념은 접어두고, 박정희 공간으로 어떤 게 달라질지 일단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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