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 찌꺼기를 어린 내가 먹었던 날
배앓이는 시작되었다
자다가 소스라치며 울던 나를
어머니의 약손은 밤새 문질러 주셨지
꼬박 그 긴긴밤을 세우셨던 어머니
뜬눈의 지극 정성에
다음날 거짓말처럼 사라진 진통
이젠 누가 사랑의 손이 되어
빙빙 돌려 쓰다듬어 줄까
◇오상연= ‘서정문학’ 시인상으로 등단. ‘형상시학회’ 사무국장.
<해설> 어릴 적에는 아프면 먼저 엄마를 찾았다. 나이가 들어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고 없는 그런 상황이 되어 몸이 아프면 이젠 먼저 병원을 생각한다. 의사에게 의지한다. 작금에 응급상황이 발생해서 구급차를 타고 병원엘 가도 치료받을 의사가 없어, 다른 병원을 전전하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아픈 자식을 내팽개치는 어미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이러한 이기를 앞세운 집단적 행동은 누구의 잘못인지를 따지기 전에 가슴이 아프다. 시인의 시는 어떤 가식의 옷을 걸치지 않으면서 술밥을 먹고 배탈 난 가난했던 한 시절의 기억과 함께 어머니의 정성 어린 손길을 그립게 하는 그런 시다. 어린 시절 강원도 산골 눈이 무릎을 덮던 오지에 왕진 가방을 들고 와서 눈에 길이 막혀 하룻밤 묵어가던 내 기억 속 의사도 결국 우리가 꿈꾸는 약손이 아닐까.
-박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