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과 멋으로 읽는 세상] 해피 버스데이 투유...출산 정책 메시지 ‘아이를 위해 국가가 있다’로 바꿔보자
[맛과 멋으로 읽는 세상] 해피 버스데이 투유...출산 정책 메시지 ‘아이를 위해 국가가 있다’로 바꿔보자
  • 윤덕우
  • 승인 2024.03.1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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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케익1
초저출산 시대다. 그래서 그런지 생일 축하를 위해 케이크를 준비하고 생일축하 노래를 불러주는 것이 더욱더 의미있게 다가온다.

“생일 축하합니다/생일 축하합니다/사랑하는 000/생일 축하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불리는 노래를 손꼽으라면 아마도 <생일 축하 노래>일 것이다. 노래 길이는 약 15초에 불과하지만 누군가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세계 거의 모든 나라의 사람들이 이 노래를 부른다는 점에서 국가와 민족, 인종·성별·지위를 넘어 누구나 마음껏 사용할 수 있는 공공재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이 노래는 2016년도까지 저작권이 있는 노래였다. 누구나 1년에 한두 번 부르는 노래이지만 영화나 드라마에서 이 노래를 사용하려면 저작권을 냈어야만 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었다. 2009년 개봉한 영화 <7급 공무원>은 주인공의 생일 축하를 위해 이 노래를 10초간 부른 대가로 저작권료로 1만 2천 달러를 지급해야만 했다. 저작권료로 전 세계 1위를 차지한 곡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니 그 위상은 정말 대단했으나 지금은 ‘퍼블릭 도메인(자유이용저작물)’이 되어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이제 이 노래는 어떠한 대가로 지불하지 않고 맘껏 각종 콘텐츠에 음원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지만 인구 감소와 역대급 저출산 시대를 맞이한 국가에서는 <생일 축하 노래>가 울려 퍼질 기회는 많이 사라질 듯하다. 우리나라의 출생률은 계속 하락세를 보이다가 2023년 연간 합계출생률은 역대 최저치인 0.72를 기록했으며 특히 23년 4분기 합계출생률은 0.65라고 하니 향후 몇 년간 출생률 반등이 어려울 수 있다. 이에 대응하여 국가 차원의 정책들이 나오고 있으며 거의 모든 지자체들이 경쟁적으로 저출산 대책들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저출산 대책이 상당 부분 금전적 지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또 하나의 포퓰리즘 함정에 빠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 섞인 시선들도 있다.

 

불안정한 사회·경제적 조건들
2022년 기준 평균 초혼 연령
남자 33.72세 여자 31.26세
결혼이 선택인 ‘비혼의 시대’
현재 결혼적령기인 청년들에
결혼과 출산은 어떤 의미일까

인구 증가가 분명 강력한 국력이 되고 성장의 밑거름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세계 역사를 봐도 그렇다. 영국이 산업혁명을 일으키고 세계를 제패할 수 있었던 것도, 미국이 세계 최강국이 된 것도, 중국이 세계의 공장이 되어 G2가 된 것도 폭발적인 인구 증가를 바탕으로 한 것이었다. 우리나라도 전후 베이비 붐 세대를 비롯하여 폭발적인 인구 증가는 대한민국이 산업화에 성공할 수 있었던 동력이 되었다. 그러나 산업화 시대에 태어난 1960~70년대생들은 높은 인구밀도와 부족한 인프라, 콩나물 교실과 만원(滿員) 버스로 상징되는 과밀화 사회를 살았고 이촌향도가 만든 도시 집중화를 하나의 ‘생활 근육’처럼 몸에 익히며 살아야만 했다. 그래서 그들에게 지금의 저출산 시대는 어쩌면 상당히 낯설 수도 있다.

우리나라 인구 정책은 10년마다 획기적으로 변한 것 같다. 마치 10년이면 강산이 변하듯이 말이다. 1960년대 인구 정책 대표 표어는 “덮어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였다. 1963년에 나온 이 표어는 베이비 붐 세대(1955~1963년생)의 높은 출생률을 위기로 받아들인 당시 가난한 정부의 고육지책을 충분히 느끼게 만든다. 1970년대 인구 정책 대표 표어로는 “아들 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였는데 이 외에도 “임신 안 하는 해”, “남성이 더 피임하는 해” 등의 표어가 등장할 정도로 1970년대 정부는 높은 인구 증가와 싸워야만 했으며 1980년대 들어서도 정부는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 라는 표어로 출산을 적극적으로 제한했다.

이런 시기에 태어났던 세대들 중 특히 70년대 초반부터 80년대 초반에 태어난 자들은 인구 과밀화가 낳은 부족한 사회 인프라와 진학이나 입시, 취업 등에 있어 치열한 경쟁을 뼈저리게 느끼며 살아야만 했다. 특히 IMF 외환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그 당시 10~20대들은 외환위기가 만든 사회적 그늘 속에서 자고 일어나면 도산하는 기업들과 구조조정에 실직한 부모 세대들의 잔혹한 현실을 보아야만 했다. 졸지에 취업 합격은 취소되고, 몇 년 동안 공채를 뽑지 않는 취업 시장의 찬바람에 눈물을 흘러야만 했고, 경제적 이유로 휴학을 하는 친구나 선후배들의 쓸쓸한 뒷모습도 바라보아야만 했다. 가정 형편상 명문사립대 진학을 포기하고 지방 국립대로 진로를 바꾸고, 4년제 대학보다는 취업 잘되는 전문대로 진학을 하는 모습들도 다반사였다. 이를 겪은 세대들에게 진학과 취업은 생존 그 자체였기에 결혼은 사치처럼 느껴졌을 것이고 그들의 심저(心底)에는 ‘내 자식들에게는 지금의 나처럼 살게 해서는 안 된다’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게 만들었을지도 모르겠다.

그 후, 외환위기를 극복했다고 했지만, 취업 준비로 청춘을 다 보내야만 하고, 내 집 마련을 위해 대출이라는 멍에를 쓰고 평생의 미래 소득을 담보로 잡혀야만 하는 현실은 변하지 않았고, 의대나 로스쿨, 명문대 진학을 위한 교육에 대한 과도한 비용이 지출되는 사회 구조는 견고했다. 그래서 2011년 즈음에 ‘삼포(三抛) 세대’라는 신조어가 탄생하게 되는데 기약 없는 취업 준비, 불안정한 일자리,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 등의 사회적·경제적 압박으로 인해 연애도, 결혼도, 출산도 포기한 그 당시 청년세대를 ‘삼포(三抛) 세대’라고 지칭하게 된다. ‘삼포(三抛) 세대’의 정확한 연령대를 정의내리기 어렵지만 현재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중반에 태어난 세대는 지금 결혼적령기를 맞이했다. 그들에게 결혼과 출산은 어떤 의미일까?

우리는 현재 이른바 ‘결혼은 필수가 아니라 선택’인 비혼 시대를 살고 있다. 그래서 독신 비율과 초혼 연령도 높아지고 있는데 22년 기준 평균 초혼 연령(남자 33.72세, 여자 31.26세)을 감안하면 2자녀를 갖기에도 상당한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고 맞벌이가 대세인 현실과 ‘각자도생’이 부각될 만큼 공동체 정신이 희박해진 환경은 ‘연대협력’보다는 ‘경쟁우위’가 현실적인 삶의 수단이라는 점에서 다자녀를 양육하기에는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저출산 원인으로 독신 가구 증가, 늦은 취업에 따른 만혼 증가, 결혼과 육아에 대한 가치관 변화, 자녀 양육비용 급증을 손꼽는다. 이 중에 자녀 양육비용 급증은 금전적 지원으로 일정 부분 해결할 수 있지만 나머지는 돈으로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복지 천국이라는 스칸디나비아 3국도 저출산 문제로 고민 중인데 이 중 핀란드는 1.26으로 유럽의 대표적인 저출산 국가가 되었다. 복지도 부족하지 않고, 나랏돈도 부족하지 않고, 부동산도 부족하지 않고 가족 친화 정책도 많고 여성 인권을 우대하는 핀란드 같은 나라가 왜 저출산 국가가 되었는지부터 검토해야 하는 것이 저출산 대책의 첫걸음일지도 모르겠다.

 

전세계 공공재같은 ‘생축’ 노래
저출산에 노래 소리 줄어들라
서로 달콤한 인생 응원해주자
복지천국 핀란드도 저출생 문제
원인 찾아서 검토할 필요 있어
‘국가 위해 출산’ 역효과만 낳아

격동의 세월을 보낸 현재 대한민국은 아이를 낳으면 진정한 어른이 된다고 생각하는 세대부터 내 아이 만큼은 나처럼 고생시키고 싶지 않다는 세대와 아이를 낳으면 자신의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세대까지 함께 공존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출산과 양육에 금전적 지원을 해 줄테니 국가소멸 방지를 위해 애를 낳아라’라는 식의 정책 메시지는 오히려 역효과만 생길 수 있으므로 ‘당신의 소중한 아이를 위해 국가가 존재하는 것이다’라는 정책 메시지를 주는 것이 오히려 효과적일 수 있다. 저출산 시대가 도래해서 그런지 한 아이의 생명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지금보다 더 저출산이 만연하고 인구소멸의 위기가 온다면 케이크 앞에서 부르는 <생일 축하 노래>는 더욱더 경건하고 애국가만큼 의미 있는 노래가 될지도 모르겠다.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국민들이여!

생일날 서로가 서로에게 해피 버스데이 투유(Happy Birthday to You)!라고 진심으로 축하해 주자. 케이크처럼 달콤한 인생을 살아가라고 격려도 해주자. 어쩌면 이렇게 단순하게 실천할 수 있는 것이 인간의 존엄을 확인하고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첫 단추가 될지도 모르니 말이다.

 
이상철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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