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의대 증원이 필요한 이유
[데스크칼럼] 의대 증원이 필요한 이유
  • 승인 2024.03.19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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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승현 부국장
정부가 의대 입학정원을 2천명 늘리겠다고 밝힌 후 의사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정부가 의대증원의 근거로 제시한 수치는 한국의 인구 1천명당 의사 수 2.12명으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인 3.69명보다 1.57명 적다는 것이다. 의대 졸업생 수 또한 인구 10만 명당 7.2명으로 OECD 평균(13.2명)의 절반 수준이다.

또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의사를 필요로 하는 환자는 늘어나는데 반해 현재와 같은 입학정원을 지속할 경우 비수도권에는 병원을 찾지 못해 불행한 일을 겪는 국민들이 증가할 것이라는 것이다.

실제 의대 입학정원은 1998년 3천507명이었다. 이후 2003년 3천253명, 2004∼2005년 3천97명, 2006년 3천58명으로 줄었다. 1994년부터 증원 추진으로 200여 명을 늘렸는데, 결국 약 10년 만에 449명이 줄어든 셈이다. 2006년부터 18년 동안 의대 입학정원은 동결돼 왔다.

의대생들의 의사시험 합격률은 94%를 넘는다. 로스쿨 입학생의 변호사 시험 합격률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물론 의대생들의 수능 성적과 학부내 수업, 실습 등을 감안하면 로스쿨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하지만 ‘의대=의사’인 상황에서 정부의 의대증원에 반발해 전공의, 전임의, 의대교수까지 환자를 돌보지 않고 의료현장을 떠나는 모습은 국민들이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많다.

국민들은 병원을 찾으면 나이가 적어도 의사선생님, 교수님이라며 극존칭을 사용한다. 경증이든 중증이든 환자 입장에서 보면 의사는 자신의 건강과 생명을 맡길수 있는 마지막 보루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대다수의 의사들은 환자를 치료하고 살리는 것이 의무며 사명감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최근 일부 의사들의 도를 넘어선 발언 “정부는 의사를 이길수 없다”“의대증원이 이뤄질 경우 반에서 20등 하는 학생도 의대에 입학한다”등 국민 정서를 자극하는 발언은 일부 의사들의 선민의식, 특권의식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한 마음을 지울수 없다.

의대증원을 두고 정부와 의사들의 강대강 대치를 보면서 환자들과 국민들의 마음은 편치 않다. 다만 교육적 측면에서 보면 의대증원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은 떨칠수 없다.

특히 ‘의대광풍’이 몰아치면서 대학 입시에서 나타나는 극쏠림 현상으로 전반적인 왜곡현상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6~8년 동안 의대광풍으로 이공계의 붕괴, 문과의 침몰이 이어지고 있다. 고소득과 사회적 지위, 정년이 없는 평생 전문직으로 인식되면서 최상위권 학생들과 재력과 정보력을 갖춘 학부모들의 의대 선호 현상이 멈추지 않고 있다.

실제 지역 A고의 경우 학부모의 60%이상이 의사며 대기업에 다니는 부모들은 소득이 낮은 계층으로 분류된다. 사교육이 심각해지는 이유중 하나도 의대광풍이다.

상류층들은 초등학교때부터 자녀들에게 맞춤형 교육을 시키며 중~고를 다닐때 의대를 보내기 위해 한달에 최소 500만원~1천만원까지 고액과외를 시킨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중상층들은 소위 쪽집게 과외를 알아도 가정 형편상 못시킨다. 부와 정보의 싸움에서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이 된 지 오래다. 최근 자녀 둘을 의대에 보낸 친구와 만나 얘기를 하다 언성을 높인 적이 있다. 평소 과할 정도로 보수적 성향이며 논리적인 이 친구는 의대증원을 한다고 하니 “전교 1,2등이 가야하는 의대를 왜 전교 10등도 가야하나. 그동안 뼈빠지게 공부한 얘들은 뭐가 되냐”며 불만을 터뜨렸다. 본인도 전문직이며 차분하고 인정도 많은 친구였는데 자녀문제를 두고는 흥분한 상태였다. 또다른 지인도 자녀를 재수까지 시켜 의대에 보내 이제 인턴을 하고 있는데 왜 갑자기 2천명을 증원하느냐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 본인도 재력가 이며 신랑은 전문직이다.

굳이 의대를 전교 1~2등을 하는 학생만 가야하는 지 의문이다. 의사로서 사명감이 있고 뚜렷한 직업관과 인성이 훌륭한 사람들이 의사가 돼 환자를 돌보면 더 좋겠다는 것은 너무 비현실적인 얘기인가? 1988년 대입에서 서울대에 떨어지고 재수를 해 지방 국립대 의대에 가서 교수를 하는 친구, SKY공대에 떨어져 다음해 지방의대에 합격한 후 훌륭한 의사가 된 친구도 있다.

의대증원을 둘러싼 논란은 정부와 의료계가 협상을 통해 해결했으면 한다. 다만 현재와 같은 왜곡된 입시현상(의대광풍)이 지속될 경우 대한민국의 미래는 어두울 것 같다. 의대증원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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