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한·미FTA 비준안 상정은 2008년 12월18일 외통위에서의 한·미 FTA 비준안 첫 상정 때와 같은 `헤머 사태’는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비준안 상정을 여야가 놓고 밀고 당기는 험악한 분위기 속에 여야 합의상정이 아닌 위원장 직권으로 상정된 것이다. 앞으로 외통위 의결과 본회의 상정까지 여야 간 대립이 첨예해 논의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외통위의 남경필 위원장 직권상정은 “미국 의회 상정이 객관적으로 명확해진 시점에 여야 간사의 뜻을 존중해 상정하고 만약 합의하지 못하면 위원장으로서 직권상정 결단을 한다”고 한 지난 1일 외통위 합의내용에 따른 것이다. 미국 의회의 한·미 FTA 비준은 한 달 전 미국 여야가 합의한 일정에 따라 돌발변수가 없는 한 늦어도 10월중에는 처리가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 의회 해리 리드 미국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가 지난 14일 한·미 FTA비준의 관문인 무역조정지원(TAA)과 일반특혜관세(GSP) 제도의 연장안을 늦어도 내주까지는 처리하겠다고 밝혀 미 의회의 비준이 오는 10월10∼20일 사이에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 의회가 이처럼 가속도를 내고 있는데도 우리의회는 겨우 상임위 상정으로 이제 첫걸음을 내딛었다.
그러나 상임위 논의도 민주당의 반대가 극심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민주당은 추가협상으로 우리가 자동차분야에서 미국에 지나치게 양보해 큰 손해를 보게 됐다며 재재협상을 통해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은 재재협상 할 10가지와 국내에서 보완해야 할 2가지 등 `10+2’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 10가지 중 9가지는 노무현 정부 때 합의한 한미FTA 최초 협상에 담겼던 내용들로 민주당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한·미 FTA의 국회비준은 이제 첫 단추가 끼워진 셈이다. 여야 정치권은 한·미 FTA가 가져다줄 손익계산서를 다시 성찰해 주기를 기대한다. 한·미 FTA가 발효될 경우 우리가 얻는 추가 무역흑자는 연 4억8800만 달러에 이를 것이란 국책연구기관의 분석이다. 또 향후 10년간 새로 만들어질 일자리가 33만6000개로 추산된다는 풀이도 있다. 특히 중소기업 영역인 자동차부품의 경우 즉시 관세 철폐로 수출이 늘어나게 된다고 한다.
미 의회는 이미 법안심의를 마친 상태여서 법안상정 후 통과에 이르는 일정이 신속하게 진행될 수 있지만 우리국회는 부수법안 처리 하나 못해놓은 상태라 넘어야 할 산이 한 두 개가 아니다. 더욱이 10월엔 10?26 재?보궐선거 등 정치일정까지 겹칠 경우 한·미 FTA 비준동의안 처리는 더 늦춰질 수도 있다. 남 외통위 위원장은 물리력 강제처리, 일방처리는 하지 않겠다고 한다. 민주당 등 야당의 반대가 극심할 경우 한·미 FTA의 국회처리가 또 지연될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떨쳐버릴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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