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톱을 덮는 파도가
여인의 하얀 속살을 드러내 듯
갯마을 아낙들의 여린 미소를 훔쳤다
밤새 해풍이 사나운 도깨비 눈이 될 때
숨소리까지 죽여 바다를 달래던 사람들
날 밝자 한 키 되는 호미가 하루해를 뒷짐 진다
어부 낭군의 손때와 해녀 각시의 긴 호흡이
덕지덕지 말라붙은 갯바위
갯마을에 억척 말고 무엇이 또 있을까
철썩 철썩
쉼 없이 그냥 아랑 곳 없이
표묘한 바람이 내 이마에 입맞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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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2년 경기도 포천産, 현재 부산거주, 오정환 시인에게 시창작법 사사, 낙동강문학 신인상 수상. 부산 요산 김정한 문학관 회원, 청옥문학회 회원, 현) 물방울노래 오정환 시인 문학카페 주무시인, 현) 한국시민문학협회 사무국장
<해설>
파도는 어디에서 몰려와 왜 치는지, 그저 능청스럽게 흰 거품만 흘린다. 바닷물에 발을 담그고 저 너머 세상을 바라보며 삶이 내게 가르쳐 줄 것들을 어렴풋이 더듬어본다. 희망과 꿈은 하늘과 같이 높은데 있어 살아있는 생명은 하늘을 꿈꾼다.
살아있음이여, 살아갈 날이여. 그리고 살아온 날들이여. 산다는 것은 스스로에게 고마움이기에 비밀은 자신만이 찾을 수 있을 것. 오늘을 위한 내일은 없다. 지금 살아있기에 순간이어야 한다.
하늘을 느끼는 온혈로 진정한 사랑을 갈구하며 오늘도 앞을 향해 손을 뻗자, 그러면 행복도 그대의 것이 되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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