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결혼의 조건
행복한 결혼의 조건
  • 승인 2019.02.28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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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숙(리스토리 결혼 정보 대표 교육학 박사)
얼마 전에 있었던 초등학교 교사 딸을 둔 아버지와 상담한 내용이다. 새해를 맞이하여 딸의 나이가 서른이 되자, 아버지는 딸에게 맞는 적당한 사윗감을 알아보려고 사무실을 방문했다. 그가 원하는 사윗감은 돈 많은 사업가나 전문직은 아니었고, 딸의 환경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교사나 공무원이면 괜찮겠다고 하셨다.

교사를 찾는 전문직 남성이 있어서 추천을 했더니, 손사래를 치며 흥분했다. 드라마에서 본 듯한 장면이 자기 딸에게도 일어났었다고 했다. 사연인즉, 딸의 가장 친한 친구가 의사인 오빠를 소개시켜주어 서로 호감이 가서 일년 동안 교제를 했단다. 두 사람이 서로 이성의 감정이 싹트고 결혼을 생각하게 되었다. 어느날, 친구의 어머니에게 걸려온 한통의 전화가 이들을 갈라서게 만들었다. 친구의 어머니는 약속 장소에 우아한 귀부인의 모습으로 나타나 교양 있는 목소리로 아들과 헤어질 것을 강요했다. 이유는 아들이 의사라서 그동안 투자한 것이 많아서 같은 전문직이나 돈 많은 부잣집 딸을 원하고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아들이 상처받을 수도 있으니 그녀보고 아들과 연락을 단절하고 조용히 헤어지면 좋겠다는 말까지 했다. 그녀는 순간 머리가 하얘졌고,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았다 한다. 자존심이 상해 얼굴이 화끈거렸지만, 차분하게 말했다. “어머니가 오빠보고 직접 말하세요, 저는 이유 없이 도저히 그렇게 말할 자신이 없어요.” 그 이후 남자친구에게 온 문자는 미안하다는 메시지였다. 아버지는 딸이 겪은 상황을 떠올리며, 그런 인간미 없고 품위 없는 집안에 귀한 딸을 시집보낼 뻔 했다며 가슴을 쳤다.

결혼이 한밑천 잡는 장사는 아닐진대, 잘난 자식을 담보로 시장 바닥처럼 흥정을 하는 품격이라고는 약에 쓸래도 찾을 수 없는 일이 주변에도 드물지 않다. 수백억대의 재산에 명품을 휘감은 ‘헬리콥터 맘’들이 소위 말하는 ‘사’자 달린 사윗감을 찾으러 결혼정보회사에 돈을 뿌리며 다닌다. 자식의 미래를 위한다는 명분 아래 자신의 허황된 욕심을 숨기고서. 딸은 평범한 이력을 가진데도 불구하고 부모의 경제력이 담보가 되는 것이다. 이런 분들이 있으니, 상대적으로 친구엄마와 같은 그런 사람이 있었나보다. 의사인 아들마저도 엄마의 치맛바람에 휘둘려 사랑보다 조건을 선택했다.

사랑이냐 조건이냐를 따지고 들면, 요즘 시대에 웬 사랑타령이냐고 혹자는 말할 수 있다. 조건도 뭐고 다 필요 없고 오직 ‘그 사람 하나’만을 선택해서 한 결혼도 살다가 다투기도 하고 헤어지기도 한다. 사랑만이 최고의 가치라고 믿었던 신념도 팍팍한 현실에 부대끼다 보면 허망한 신기루로 변해버릴 수도 있다. 그 어떠한 명분을 갖다 대어도 사랑이 전제되지 않은 결혼은 불안하다.

프랑스의 소설가 플로베르의 ‘보바리부인’은 당시 프랑스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일을 소설화 한 작품이다. 여주인공 엠마는 시골에서 부농의 딸로 태어나, 낭만주의자로 환상적인 결혼을 꿈꾸는 여성이다. 사랑하지도 않은 시골의사 샤를 보바리의 청혼을 받아들여 경제적으로는 안정되었지만, 결혼생활에 만족하지 못하고 힘든 삶의 여정을 겪는다. 결국은 가정의 파탄을 불러오고 비극적인 결말에 이르렀다.

행복의 조건은 개인의 성향과 환경에 따라 다양한 사고와 기준이 있을 수 있다. 어떤 이는 돈과 경제력이 우선이라 하고 또 어떤 이는 다른 그 무엇이 되기도 한다. 요즘 유행하는 가요 ‘아모르파티’의 가사가 가슴 한 구석을 적신다. “왔다 갈 단 한 번의 인생아. 연애는 필수, 결혼은 선택, 가슴이 뛰는 대로 가면 돼. 다가올 사랑은 두렵지 않아. 아모르파티, 아모르파티.” 가슴 뛰는 운명적인 사랑이 찾아 왔다면, 두려움 없이 함께 하고픈 반려자가 나타났다면 이보다 더 최고의 조건이 어디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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