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동고속도로 평창휴게소에 가면
자작나무 연인이 있다
긴 겨울잠을 자다
서로의 수액을 뽑아 마시며
몸통 키우던 자작나무가
어느 장인의 손을 빌어
인간 세상에 피노키오로 나란히 앉았다
오가는 길손 위해
옆자리 내어주는 피노키오
가끔은 자작나무 잎 흔들던 옷깃으로
만나고 또 모두 떠나가도
길손을 기다리는 피노키오
하얀 피부 칼바람에
나란히 연인으로 앉아
굳게 서 있던 능선을 그리워하다
몰래 흘린 눈물 서로 닦아주는지
자작자작 나누는 밀어가
저리도 바람의 귀를 흔든다
◇오상직= 경북 의성 출생, 亞細亞文藝 詩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 형상시문학회원, 아송문학회 대구지역장, 세계모덤포엠 작가회, 낙동강문학 동인.
<해설> 기껏 나무의자일 뿐인 것이 저리 베풂을 한다는 것은 화자의 넉넉한 심상 때문이라 하겠다. 누가 머물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앉아서 쉬어가기를 바라는 의자를 놓아준 사람의 배려가 전해진 때문이리라 서로를 살뜰히 챙기는 다정한 연인처럼 …. -정광일(시인)-